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 나무신문
  • 승인 2016.09.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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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남 거제
▲ 목포대첩기념공원에 있는 이순신 장군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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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신문] 경남 거제 옥포항에서 시작해서 덕포해변까지 이어지는 5.4㎞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을 걷는다. 이 길에서 옥포항과 조선소, 바다와 갯바위 위에 놓인 데크길, 숲길, 마을길을 지나게 된다. 

▲ 옥포대첩기념공원 마당에 있는 큰 나무.

옥포해전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수군의 원균은 왜의 수군과의 전투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왜군의 기세는 등등했고 원균은 전라좌수영에 있던 이순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1592년 음력 5월 4일 전라좌수영을 출발한 이순신은 원균의 경상우수군과 합류하고 전열을 정비한다. 

5월 7일 새벽 거제도 송미포를 출발해서 가덕으로 가던 조선의 수군은 거제도 옥포만에 왜선이 있다는 첩보를 접하고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옥포만으로 향했다. 

당시 옥포만에 있던 왜군의 전함은 50척,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의 함대는 적선 26척을 격침시켰다. 달아나는 왜군의 전함을 쫓아가 침몰시킨 것은 제외한 숫자였다. 아군의 피해는 ‘부상 1명’이 전부였다. 

완벽한 승리였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올린 첫 번째 승전이었으며, 이순신은 이후 스물 두 번 싸워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 옥포대첩기념공원 전경.

2016년 여름 옥포의 그 바다를 보려고 길을 떠났다. 옥포항으로 가기 전에 옥포시장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 옥포시장에서 먹은 잔치국수.

시장 골목의 단골 메뉴인 순대국밥과 국수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유명했다. 잔치국수로 유명한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잔치국수를 시켰다. 

소문은 실제의 반도 안 됐다. 부드러운 면발과 담백한 육수, 심심한 고명이 어울려 내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잘 먹었다는 소리가 나오는 그 맛을 봤다. 

바다에 놓인 길
땡볕의 거리를 걸어서 옥포항에 도착했다. 작은 항구에 어선 몇 척이 묶여 있다. 항구 맞은편 바다는 배 만드는 조선소다. 항구와 조선소의 어울리지 않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항구 옆길을 걸었다. 

▲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시작지점.

항구 한쪽 끝에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은 시작된다. 바다와 갯바위 위에 놓인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바닷가 산기슭 비탈에 꽃이 피었다. 꽃을 보고 걷는 바다 위 데크길은 땡볕처럼 혹독하지 않다. 

▲ 바다에 놓인 나무데크길.

데크길 오른쪽에 펼쳐진 바다에 크고 작은 배가 떠있다. 이 바다가 충무공 이순신의 옥포해전 그 바다다. 포연이 자욱했던 옥포만 승전의 그 바다가 지금 한가하다.  

데크길이 끝나는 곳에 정자가 있다. 외국인 남자 둘이 정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 부부로 보이는 중년의 남녀가 정자 그늘의 친절을 마다하고 그냥 지나친다. 

나도 잠시 앉아서 물 한 모금 마시고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 위에는 숲이 있다. 숲으로 들어간 길은 숲처럼 푸르다. 

▲ 숲길이 좋다.
▲ 숲길에서 본 덕포해변.
▲ 바다 위 나무데크길이 끝나는 곳에서 본 풍경.

숲처럼 푸른 길에는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영원히 푸르른 생명의 이름들이 남아 있다. 옥포해전에서 왜선 2척을 격침시키고 다른 해전에서도 공을 세운 녹도만호 정운은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다. 

지세포 만호 한백록은 옥포해전에서 경상도 수군과 합세해서 왜선 5척을 격침시켰지만 한산도해전에서 입은 부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미조항 부근에서 전사한다. 

이 밖에도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바다를 지키며 공을 세우고 전사한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의 활약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띄엄띄엄 이어진다. 
  

▲ 팔랑포 마을.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덕포해변까지
숲길이 끝나는 언덕에서 바닷가 작은 마을을 바라본다. 팔랑포마을이다. 동네 사람들이 정자에 나와 자리를 깔고 누워 부채질을 한다. 낯선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 잠시 일어나 앉더니 다시 자리를 잡고 부채질이다. 

바닷가에는 동글동글한 작은 자갈이 가득하다. 파도가 들고날 때 무수히 많은 돌과 돌 사이의 공간에서 일제히 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바닷가 마을길을 걷는다. 

마을을 벗어나서 언덕을 올라간다. 언덕길은 도로와 만난다. 도로를 따라 옥포대첩기념공원으로 향한다. 

▲ 옥포대첩기념공원 가는 길에 고양이와 할아버지가 놀고 있다.

가로수 그늘 아래 할아버지 두 분이 말없이 앉아 있다. 할아버지 옆에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감고 엎드렸다.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고양이 목과 다리를 건드린다. 그럴수록 고양이는 더 깊이 엎드리는 것 같아 마치 의자에 스며들 것 같다. 할아버지와 고양이가 앉아 있는 풍경 뒤에서 옥포의 바다가 배경이 된다. 

▲ 옥포대첩기념공원 전경.

옥포대첩기념공원은 옥포해전의 승리와 이순신 장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기념관과 이순신 장군 사당, 기념탑 등이 있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와 왔던 길로 다시 나오다보면 길 오른쪽에 덕포해수욕장으로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따른다. 

바닷가 숲길이지만 하늘을 가린 숲이 제법 깊다. 숲길을 걷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온다. 멀리 덕포해변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덕포해변에 도착했다. 망루 같은 높은 곳에서 줄을 타고 바다 위를 가로질러 내려가는 놀이기구인 ‘씨라인’이 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시원해 보인다. 

백사장 앞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물고 해변 그늘에 앉았다. 즐거운 비명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파도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섞여 있는 그 바다에 있었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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