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의 어깨동무
마을과의 어깨동무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9.0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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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주택
▲ 남측 입면.

[나무신문] #제천주택 #이화여대 #배산임수 #이윤희 교수 #전원주택

에디터 Pick           
편집자가 뽑은 
제천주택의 리딩 포인트

 배산임수에 지은 주택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설계
 재료의 성질이 드러나는 인테리어

▲ <1층 평면도>1 주차장 2 현관 3 거실 4 안방 5 손님방 6 식당 7 부엌 8 다용도실 9 욕실 10 정원 데크 12 장독대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건축정보                         
대지위치 : 충북 제천시 송학면 옥천1길 
대지면적 : 937.00㎡(283.44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19.61㎡(36.18평)
연 면 적 : 130.63㎡(39.52평, 1층-114.85㎡(39.52평), 2층-15.78㎡(4.77평))
건 폐 율 : 12.77%
용 적 률 : 13.94%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7.35m
공    법 : 기초-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중목구조, 경골목구조
구 조 재 : 벽-2×6 구조목  
         지붕-130×300 구조용집성목(glulam)
지 붕 재 :  VM징크
단 열 재 : 그라스울 24K 140㎜
외 벽 재 : 콘크리트블럭, 전벽돌
창 호 재 : LG하우시스 AL시스템창호
설    계 : 이윤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010-9254-5802 www.adslabplus.com 
          조종우(이우건축사사무소)
시    공 : 하우징플러스

 

▲ 동측 입구에서 보이는 거실.

자재정보                         
내벽마감재(벽지 또는 페인팅)
 : 미장 / 테라코트 플렉시텍스 슈퍼화인
내부 천장 마감재
 : 적삼목 유절 제혀쪽매루버
바닥재
 : 볼론(두오모코리아), 원목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타일
 : 300×300 자기질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가구
 : 세진인퍼스시스템가구
조명
 : 동명전기, 필립스
계단재
 : T20 오크집성목
현관문
 : LG하우시스 AL시스템도어
방문
 : 문틀-T30 홍송 도어프레임, 문-자작나무합판 위 스테인
붙박이장
 : 세진인퍼스시스템가구
데크재
 : 방킬라이 데크재

배산임수의 배치에 주택을 올리다 
풍수지리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배치를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일컫는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는 예나 지금이나 전원주택을 짓고자 하는 뭇 예비 건축주들의 ‘워너비’ 집터다. 고즈넉한 풍경과 조화를 이룬 주택에서는 비싼 비용이나 시간을 내지 않아도 365일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각박한 삶 속, 하늘 한 번 올려다보지 못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할 여건을 충분히 만족하는 것이다. 

송학산(松鶴山) 남쪽 자락에 위치한 제천주택은 정년 이후 새로운 전원생활을 원했던 부부의 의뢰로 설계를 시작했다. 한 신문에 소개됐던 이윤희 교수의 목조주택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 건축주 부부는 마을과 어울리면서도 검박한 외향을 가졌지만 가볍지 않고 무게감 있는 건축물을 요구했다. 

▲ 동측 주 출입구.

“현재 교수를 본업으로 하고 있어 1년에 많지 않은 프로젝트를 집중해서 진행하는 편입니다. 주로 저희 부모님을 위해 지어드렸던 주택을 보고 프로젝트를 맡기시는 경우가 많죠.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의뢰를 맡은 건축주 중, 부부 둘 만의 생활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단출하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교수의 평소 철학은 프로젝트명에서도 드러난다. ‘01 L 8831’, ‘02 C 8832’ 등 암호화된 이름들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스스로가 알 수 있는 장치를 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명과 번지수를 합친 이름으로 사람들이 선입견을 품지 않고 모든 프로젝트를 공평하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하나하나 번호가 쌓이듯 건축주와 저에게 각자 소중한 무언가로 회상된다고 여깁니다.”

▲ 시곡리 마을 전경.

목구조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한 주택 
송학산을 북쪽으로 등지고 서쪽으로 작은 구거(溝渠)가 흐르는 이곳은 주변이 농지, 임야, 창고, 양봉장 등의 농업시설물과 텃밭의 농작물 등 자연스럽게 형성된 낮은 돌담으로 이뤄져 있어 제천주택 역시 마을과 자연에 순응하고 융화될 수 있도록 고려했다. 

목조주택을 원했던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 골조 재료를 목재로 선정하고 외벽 구조로 2×6의 경량 구조재를, 지붕 보로는 130×300 글루램 우드 빔을 선택했다. 8개의 보는 170×450 대들보에 연결했으며, 천장의 구축선을 그대로 노출하고 보의 상부를 제혀쪽매패널(tongue and groove panel) 천장재로 마감했다. 

▲ 다락 서재 글루램 보와 목재손잡이 이음새 부분.
▲ 거실에서 바라본 남측 외부.

“실내외 공간에서 노출되는 모든 선, 면의 건축요소를 세밀한 디테일과 시공을 통해 정교하게 연결하고, 전이되는 선과 면들의 구축적 전이 방식을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건물 외장재는 기본적인 건설 재료인 콘크리트 블록 조와 전벽돌로 마감했는데, 내부 공간의 기능에 따라 외장재를 구별했죠. 또한 전면부는 긴 스팬의 벽체를 기둥 없이 받칠 수 있게 130×460 글루램 보와 기둥을 ㄱ자형으로 배치하고 구조의 형태가 확실히 드러나도록 후면부 진남색 벽체를 후퇴시켜 벽면 공간의 깊이감을 높임과 동시에 데크 공간의 처마로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 다락 원목계단 참에서 바라본 거실.

담박하게 구성한 인테리어 
주택 설계 시 근경보다는 ‘원경’에 초점을 맞춘다는 이 교수의 말처럼 제천주택은 자연을 한껏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 다락 서재로 올라가는 원목 계단.

“전원주택을 신축하는 대다수 건축주가 도심에서 벗어나 전원으로 이탈해서 나가는 만큼 내부에서 자연을 느끼기보다는 외부에서 확실히 자연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이에 내·외부의 경계를 어디는 조금 가볍게, 어디는 막히게 하는 등 조금씩 차별을 줬죠. 아파트와 다른 높은 층고를 가지거나, 환기 방식 등을 달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내부는 건축주 부부의 안방, 서울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주말에 머물 수 있는 작은 손님방을 제외하고는 높은 박공 천장의 거실이 동-서 방향으로 길게 축을 이루며 연결될 수 있도록 실들을 배치했다.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해 불필요한 보관 공간을 지양하고, 꼭 필요한 규모만을 산정했다. 

무엇보다 본연에 충실한 성질을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깊은 영감을 나타내는 장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인테리어’를 위한 인테리어는 배제했다. 건축재료 본연의 재질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게 전벽돌, 목재 패널 마감 등을 인테리어 벽면에도 사용했으며, 목재 색상과 크게 대비되지 않도록 청색, 은백색 등의 색상을 적용했다. 또한 거실에는 높은 층고와 부피를 고려해 직부등 없이 대형 상업공간에서 주로 설치하는 펜던트 2개를 달았다. 그 덕분에 은은하게 공간을 비추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

한편 이 교수는 앞으로도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예비 건축주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들 바쁘게 살던 아파트에서 벗어나 또 다른 행복한 삶을 꿈꾸며 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그 일이 가끔은 힘들게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진솔한 마음을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죠. 교육자로서 일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에게 건축에 대한 이해를 전달하고 다채로운 시각으로 탄생하는 건축물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남궁선 작가 

▲ 부엌에서 바라본 식당 모습.
▲ 북측 다이닝 공간.

건축가 소개 | 이윤희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이윤희는 캔사스주립대학교에서 건축학사와 실내건축학사를 취득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에서 실무를 익힌 후, 2003년 귀국해 이화여자대학교 에이디에스랩(ADSlab)을 기반으로 건축물에 대한 리서치와 개인 실무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건축 재료 및 디테일과 효율적인 구축 방식에 관한 꾸준한 탐구와 함께 심미적으로 국한된 시공 방식이 아닌 절제된 형태 속에 구축적으로 완성도 있는 건축물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내촌 883+815, 서종 소소원, 방배동 근린생활시설, 백사마을 임대주택단지, 가평 사룡리 주택, 용문 화전리 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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