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게 듣고, 예술로 답하다
자연에게 듣고, 예술로 답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7.12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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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효 조각가

[나무신문] 지난 5월4일부터 7월3일까지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갤러리808·빛의 계단 등 옥외공간에서 ‘2016 동시대미감展 <Walking with Nature : 이재효>’가 열렸다. 이재효 조각가는 25년 예술 삶을 집대성한 이번 전시회에서 버려진 사물들을 결합한 특유의 오브제드로잉 등 다양한 드로잉 400여 점,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의 나무와 못 작업 130여 점, 미공개 대형 신작에 이르기까지 자연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성장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특히 나뭇잎과 돌을 매달아 구성한 40m의 길고 한적한 숲길로 시작되는 전경들은 자연스럽게 세상의 본질에 다가가게 한다. 

한없이 순수하게만 느껴지는 그의 말투와 솜씨에서는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인생사와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자연소재를 활용한 친숙한 작품을 선보이는 이재효 조각가를 만났다.    <편집자 주>

▲ 이재효 조각가.

Q 이재효 조각가 하면 ‘나무’와 ‘못’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것들을 주재료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자연물은 그것들 스스로가 얘기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저는 단지 자연재료를 모아 붙이고 쌓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못은 인공물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수천 년간 사용한 자연물에 가까운 친숙한 재료이기도 합니다. 제 나무 작업의 연속으로 볼 수 있죠. 

Q 나무와 못 외 사용하는 소재가 있을까요.
A
소재가 다양해지고 작품이 계속 변화하게 되면 작가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작가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향을 잡은 상태에서 다른 것 1~2가지를 추가하는 정도라고 여겨요. 잘못해서 중심이 흔들리게 되면 남들이 그 작가의 대표작을 물었을 때 각기 다른 답변이 나오겠죠. 저에게는 나무와 못 작업 2가지가 평생 끌고 가야 하는 요소입니다. 

Q 작가님에게 있어 예술로서의 나무와 실용성으로의 나무는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
A
작가 본인이 어떤 의미를 두고 나무를 대하느냐에 따라 예술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제가 평소 작업에 쓰는 나무는 양질의 목재가 아닌 경우가 많죠. 얇거나 쉽게 갈라지는 부분들로 인해 목재로 사용하기에는 힘든 나무들도 제가 작업할 때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Q 자연스러움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군요(웃음). 
A
평소 우리나라와 해외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자연스러움의 해석도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나무에 균열이 가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낙엽같이 약해 보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들면서 녹이 스는 작품들의 인기도 국가마다 달라요. 

Q 작품의 영감은 주로 언제 받으시나요.
A
확실히 낮은 밤보다 생각을 떠올리는 속도가 늦는 것 같습니다. 흔히 엉뚱한 사람을 보고 ‘4차원 같다’고들 말하는데, 4차원은 즉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을 말하죠. 저에게도 이러한 공간 이동은 주로 밤에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떠올리려 노력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작업을 진행할 때도 있어요(웃음).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A
오히려 큰 작업보다는 드로잉이나 소품 등 조그마한 것에 더 눈길이 갑니다. 다른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보면, 대형 작품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로서 고민했던 수많은 것이 더 보기 좋게 느껴지죠. 

Q 전시회 진행 시 각 공간의 특성도 고려하시나요.
A
전시를 함에 있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장소입니다. 특히 이번 성남아트센터의 경우에는 천정에 있는 철골 구조물이 아주 튼튼해 보였어요. 그래서 무거운 작품을 매달 수 있는 작업을 많이 구상할 수 있었죠. 무거울 때는 몇 톤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 전시장 여건이 중요한 편입니다. 

Q 앞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을 위해 작품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팁을 부탁드립니다.
A
제 작품은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선입견 없이 그냥 마주치듯 보고,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대개 작품은 디테일이나 크기에 따라 적합한 관람 거리가 있습니다. 못 작업의 경우 가까이서 먼저 보고 점점 멀어지면서 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네요. 나무 작품들은 멀리서 보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각자 편한 대로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Q 앞날에 대해 예상한다면.
A
연예인들은 인기가 높다가 떨어지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지만, 작가는 인생에 1번, 그것도 늦게 오는 편입니다. 저 또한 전성기를 60대 후반쯤으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내일 만날 사람, 10년 후 만날 사람을 항상 남겨둬야 하죠. 예술이라는 것은 항상 새롭게 제 작품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해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가장 처음으로 봤을 때 신선하고, 눈길이 가는 법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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