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이들의 배 한 척
꿈꾸는 이들의 배 한 척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6.01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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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블랑까
▲ 하늘로 용솟음 치는 입구부.

#에스빠시오 #미야자키 하야오 #홍천강 #우주전함 #꿈을 꾸다  

[나무신문]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강원도 홍천군에 들어선 까사 블랑까(CASA BLANCA)를 보면 이러한 물음에 대답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접근을 통해 한 마리의 용이 꿈틀대는 듯한 형상으로 탄생한 까사 블랑까. 꿈꾸듯 행복감을 심어주는 그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424호부터 2번에 걸쳐 에스빠시오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 

건축정보                          
대지위치 :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용    도 : 단독주택, 연수원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건축규모 : 지상 2층, 지하 1층
대지면적 : 1274.00㎡(385.39평)
건축면적 : 249.85㎡(75.58평)
연 면 적 : 323.38㎡(97.82평)
건축시공 : 대상건설
디자인팀 : 신학주, 권명주, 박수린, 정지은 
인테리어 시공 및 건축 설계 : 에스빠시오 02-412-4857 www.espacionyou.com

자재정보                            
바 닥 재 : 대리석, 폴리싱 타일, 옻 종이 장판, 다다미
벽 장 재 : 벤자민 무어 도장, 전주 한지 벽지, 대리석, 스페인 타일
천 장 재 : 벤자민 무어 도장
가구마감 : 우레탄 도장

 

건축, 소망을 실현하는 과정 
사람이 직업을 갖길 희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돈이 필요해서,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 간절히 바랐던 꿈을 좇기 위해서. 쳇바퀴 같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사소한 일들이다. 어느 저녁 퇴근길,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랫말이 위안을 주는 까닭은 오늘 하루 고생한 나에 대한 보상이자, 격려의 말 속에 담긴 진심 때문이다. 

이러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에는 건축가도 속한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종이에 건축주의 꿈과 건축가의 남다른 소망을 합쳐 하나의 결과물로 완성하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마술사와도 같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때론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도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는 이유는 자신들을 찾아주는 예비 건축주들이 있어서다.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이 설계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빠듯한 예산 안에서 내 집 짓기를 시작한 이들에는 때론 설계비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주택 설계’를 의뢰하러 오는 이들은 존재한다. 자신이 상상하던 요소들을 취합해 건축물로 구현함으로써 꿈을 이룰 뿐 아니라 안전, 내구성, 미래의 계획까지 아우르는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똑같은 선물을 받더라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것을 받을 때 더욱 기쁘듯, 주택도 마찬가지다. 5~6개월간의 기간이 기다리기 힘든 시간일지는 모르지만 심혈을 기울인 만큼 평생 바라온 소망이 이뤄지는 일이기에 그만큼 값진 일임이 틀림없다. 

▲ 용머리부분 내부컷-창은 반대편 산세 형태를 쫓아갔다.

에스빠시오(ESPACIO)의 류 소장 역시 나름의 철학으로 소신 있게 일하는 건축가 중 한 명이다. 유독 그에게는 재미있는 사연 혹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얘기를 품은 건축주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그렇다면 류 소장은 평소 어떤 마음으로 설계를 진행하고 있을까.

“건축의 본질과 시작, 그리고 끝은 콘셉트라고 생각합니다. 그 명제를 놓아 버리는 순간, 건물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공간과 첫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디자인을 지속해서 추구하고 있죠. 원래 디자인이라는 것이 새로움에 대한 창의적 시도로 시작해 끝을 맺게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 강측 테라스존-거실에 앉아 바라보면 강과 수평 선상으로 인식된다.
▲ 거실부-건물을 닮은 아일랜드 식탁과 벽난로의 블랙 포인트.

용 혹은 우주 전함을 닮은 주택 
류 소장은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이고 공사 기간 단축이 가능한 목구조를 선호하는 편이나,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에 들어선 까사 블랑까(CASA BLANCA)는 보다 디자인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철근콘크리트구조로 계획했다.  

1274.00㎡(385.39평) 규모의 큰 대지에 연면적 323.38㎡(97.82평) 규모로 지어진 까사 블랑까의 모습은 하늘로 승천하는 ‘용’ 혹은 하늘로 향하는 ‘우주 전함’을 연상케 한다. 마치 꿈결처럼 비현실적인 이 주택은 건축주의 세컨하우스이자 별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건축주의 별장에 대한 의뢰를 받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개인 가족을 위한 별장에서 나아가 7개의 계열사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연수원 개념의 별장으로 용도가 확대됐죠.”

▲ 안방 야간 간접 조명.
▲ 산측(남측)입면 브릿지.

6개월간의 설계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30번이 넘는 회의 끝에 류 소장은 ‘배’를 주요 콘셉트로 잡았다. 건축주의 어린 시절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건축주의 할아버지는 선주로, 어린 시절 함께 배를 타고 나갔던 기억을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에서 배 모양을 착안할 수 있었죠. 또한 젊은 나이에 자수성가한 건축주의 모습이 용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용이 등장하는 순간 초현실적인 분위기도 절로 잡히게 됐죠.”

미야자키 하야오의 감성을 그대로 
까사 블랑까는 의미 있는 외관처럼 내부 역시 독특하다.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장소들이 불쑥 튀어나오며 이곳을 방문한 이들 누구라도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건축주의 취향이 100 % 반영된 공간이다. 

“건축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흥미를 돋우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죠. 바로 ‘숨은 공간’입니다. 주택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성들이죠. 내부와 외부가 치환되거나, 단순히 벽인 줄만 알았던 곳이 다르게 변화하는 등 유기적인 소통의 장소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 비밀의 방-히노끼룸.
▲ 비밀의 방 중 하나(시크릿 룸)-비디오실.

그렇게 집의 내부는 비밀을 품게 됐다. 입면에서는 벽이었으나 열면 2개의 공간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소방서 봉을 설치해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 

또한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는 전반적으로 모던한 내부와 반대되는 개념의 따스하면서도 전통적인 분위기의 공간들이다.

“전통 건축에 대한 개념을 차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루’의 개념을 통해 들어 올려진 구조물을 통한 시지각적, 자연의 상호 소통 방식을 공간화했죠. 열린 창을 통해서는 건물 반대편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꾀했습니다.”

▲ 외관.

내부에서 보이는 주변 경관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곳은 홍천강과의 거리가 고작 2m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데크 부분은 흰색 컬러를 입혀 하얀색의 깔끔한 외관과 통일감이 이뤄지도록 배려했다. 

*

류 소장은 한 마리의 용 혹은 우주 전함을 통해 건축주의 이상(理想)을 실현했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꿈이 맞닿은 곳. 까사 블랑까라는 배는 꿈을 싣고 앞으로 더욱 나아갈 것이다.  

글 = 홍예지 기자 / 사진 = 김영

▲ 옥상에서 바라본 남측 중정.

건축가 소개 | 에스빠시오 류철 소장
건축가 류철은 홍익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인테리어 석사 및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어 전시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한 바 있으며, 2009년 에스빠시오를 개소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송첨재’, ‘까사 디아만떼’, ‘매당헌’, ‘바르셀로네타마켓’, ‘골프클럽 폰타날’, ‘까사 블랑까’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