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도 등급을 매겨서 거래된다”
“고등어도 등급을 매겨서 거래된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6.05.2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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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 인터뷰 | (사)대한목재협회 강원선 회장

#단박인터뷰 #강원선 #대한목재협회 #북항 #야적장

[나무신문] 한진중공업의 인천 북항 보세장치장 철수로 원목 야적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다음 달로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대한목재협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시장과의 간담회 개최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회에 대한 불만과 함께 산림청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목재협회 강원선 회장을 만나서 이에 대한 입장과 현재 목재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법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Q 북항 원목 야적장 부지 확보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이 문제로 대한목재협회와 유정복 인천시장이 간담회를 가진 게 벌써 한 달이 지났다.
A
안타깝지만 아직 이렇다하게 진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 항만청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책임감 있게 이 문제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인천시장 역시 (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해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지만, 아직 해법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특히 그동안 가장 가능성 있는 자리로 여겨졌던 청라투기장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어려워지면서 일이 더 꼬이고 있다. 인천시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어서 협상할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Q 원목 야적장 확보 문제에 산림청은 왜 빠져 있나.
A
산림청에도 요구하지 않은 게 아니다. IPA와 항만청, 인천시 등에 공문을 보낼 때 산림청에도 똑같이 공문을 보내고 관심을 촉구했다. 하지만 산림청에서는 전혀 답변이 없었다. 아무래도 목재산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Q 목재법 시행에 따른 단속은 인천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 않나. 산림청이 단속은 하면서 산업계의 애로사항 해결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A
그렇지 않아도 인천 목재업계에서 산림청에 대한 그런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인천은 단속만 하는 곳이냐는 것인데, 산림청장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Q 대한목재협회의 요구가 소극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항간에는 협회 회장단 대부분이 자기 땅을 가지고 있어서 이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A
그런 오해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과의 간담회를 이끌어낸 것이 불과 이 문제가 불거지고 두 달 만이었다. 그 두 달 사이에 원목장 사용이 가능한 부지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알아내고, 또 해당 기관에 대한 협조요구를 통해 인천시장을 중심으로 한 IPA, 항만청, 한진중공업, 대한목재협회 간 간담회가 성사된 것이다. 만약 시늉만 했다면 두 달 만에 이런 결과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Q 시장에서는 협회와 관 차원의 원목야적장 확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보세장치장이라는 비정상적으로 싼 땅’ 때문에 목재 수입업계의 창고가 크게 늘어났고, 이것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A
나도 ‘북항에 땅이 있는 사람’으로서 답변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일정부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원목과 같이 목재산업의 기초가 되는 분야는 안정적인 야적장 확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모두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Q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산림청과 협회의 역할이다. 산림청이 필수 원목야적장 부지를 확보하고 협회가 이를 관리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A
우리가 지금 원목 야적장 부지로 요구하는 곳 중 하나가 석탄공사 소유의 석탄비축기지다. 49만6000㎡ 정도 되는 이 부지는 석탄공사가 석탄 비축을 위해 운영하다가 지금은 수요가 없어서 거의 비워놓고 있는 상태다. 석탄공사는 이를 임대할 수는 없고 매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산림청이 이를 사들여서 석탄공사가 그랬던 것처럼 원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이 목재법 단속의 주요 지점이다 보니 이런 요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협회로서도 산림청이 이런 역할을 해준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협조할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현재 목재업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말해달라.
A
앞에서도 말했지만 공급과잉으로 시장질서가 무너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전 세계적인 추세와 맞물리면서 앞으로 2~3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질서가 무너지기 전에는 수입유통업은 20%, 제조업은 35% 정도의 마진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금 수입유통업 마진이 3~5%대로 떨어졌다. 제조업도 이와 비례해서 추락하고 있다. 이런 공급과잉에는 임대료 싼 창고도 일조했지만 은행의 무리한 LC신용장 제공도 큰 역할을 했다. 싸게 임대할 수 있는 땅이 있는 상태에서 물건값을 6개월 후에 치러도 되니 수입량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다. 하지만 시장에 물건이 넘쳐나니 막상 6개월 후 신용장을 막기 위해서는 싼 가격에 목재를 팔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하다못해 고등어도 등급을 매겨서 거래되고 있는데 목재만 유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양으로만 사고파는 실정이다. 가격이 아니라 품질과 브랜드가 목재시장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원목 야적장 문제도 큰 틀에서 보면 적정 마진이 사라진 데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