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을 초대하다
맑은 하늘을 초대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5.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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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유재
▲ 주택 야경.

[나무신문] ‘맑음이 흐르는 주택’이라는 뜻으로 이름 지은 청유재는 60대 초반의 건축주 부부가 경북 청도군에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마련한 보금자리다. 길쭉한 박스 형태로 설계한 이 주택은 프라이버시 확보는 물론 주변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편집자 주> 

▲ 2층 데크에서 바라본 외부공간 보이드 야경.

건축정보                   
대지위치 : 경상북도 청도군
지역/지구 : 계획관리지역
용    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609.00㎡(184.22평)
건축면적 : 180.72㎡(54.67평)
연 면 적 : 211.27㎡(63.91평)
주차대수 : 2대
층    수 :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구조
설    계 :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02-6080-7955 www.dlabsoso.com

자재정보                     
외 벽 재 : 스터코
창 호 재 : 24mm 로이복층유리(PVC 시스템 창호)
단 열 재 : 압출법 보온판
내부마감 : 복도 및 거실, 식당?페인트 / 방-벽지 / 바닥-강마루

▲ 2층 데크.

웃음 지을 수 있는 일상을 설계하다  
점차 넓어지는 단독주택 시장에 힘입어 젊은 건축가들의 활동 역시 다각화되고 있다. 베테랑 건축가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뽐내듯 젊은 건축가들도 새로운 시각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장서윤 소장도 이러한 젊은 건축가 중 한 명이다. 유오건축의 강미란 소장과 건축그룹 탐의 이준호 소장, 나라도라의 키네틱 아티스트 이용민 작가와 함께 ‘집구석’이라는 팟캐스트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건축 설계사사무소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사람과 만나기 위해 일반인을 위한 건축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 소장이 디자인랩 소소라는 이름의 건축사사무소로 독립한 지는 약 2년 반이 됐다. 그동안 주택, 근생, 리모델링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해왔지만, 특히 단독주택에 대한 애정이 높은 편이라고. 

“소소라는 이름은 ‘작은 웃음’, ‘So Special Ordinariness’ 즉 아주 특별한 보통의 것을 통해 작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공간과 일상을 만들고자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튀고 화려한 것이 아닌, 정말 필요하거나 일상 속에서 조금의 차이를 줄 수 있는 것을 설계하고자 함이죠.”

한편 그가 여성이라는 점은 건축주와의 사이를 가깝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사실 처음 건축을 시작하고 현장에 나갔던 20대 때는 현장에 계신 분들과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젊은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현장에서의 요구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부분이 거의 사라졌으며, 오히려 설계 시에는 강점이 되기도 합니다. 편한 친구와 수다를 떨 듯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눌 수 있어 자세한 얘기를 듣는 데 도움이 되죠.”

▲ 설계 콘셉트.

사생활과 편리성을 갖춘 주택
청유재는 장 소장에게 유독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오랜 기간 아파트 평면에 익숙해 있던 건축주들을 전원생활에 쉬이 적응케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유재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건축주 부부는 아파트에만 30년 넘게 거주했기에 전원생활을 만끽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여겼죠. 주택에 대해 요구하는 부분들이 대체로 아파트 생활과 흡사한 것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혹시 계속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것은 어떻겠냐고 권유했을 정도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단독주택이 정답이 될 수는 없죠. 기성복도 충분히 좋은 옷일 수 있듯이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맞춤복을 입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노후를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건축주 부부의 의지가 강력해 이들에 어떤 공간을 선물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 2층 데크에서 본 차경.

해당 부지는 뒤쪽으로는 산이 둘러싸고, 앞으로는 벌판이 있어 시각적 장애물 없이 널리 트인 길쭉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무엇보다 북동향 면에 접한 시원하고 넓은 아름다운 풍광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요소였다고. 하지만 건물을 그냥 앉힐 경우에는 북향이 될 수 있어 긴 박스 형태의 외관으로 꾸몄다. 이에 동서 남향에는 햇빛을, 북동향에서는 풍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완성됐다. 

“보안과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건축주의 생각과 드넓게 펼쳐진 주위 환경과의 만남을 조합해 절제된 입면을 만들었습니다. 프레임들이 밖에서는 외부의 시선을 필터링해 사생활로의 시선을 대부분 차단하고, 내부에서는 마치 한옥에서의 창들이 차경 역할을 하듯 각각의 장소에서 저마다 다른 모양의 풍경 액자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 2층 데크에서 보이는 하늘.

외부 공간의 이점을 만끽하다 
이곳에서는 건축주 부부와 딸이 함께 거주하기에 3명의 의견을 설계에 적절히 반영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 안에서 가족의 여분 짐을 둘 곳이 필요했으며, 자동차도 늘 2대를 주차할 수 있어야 했고, 지붕 있는 차고를 원하는 건축주를 위해 장 소장은 최대한 설계비를 아끼면서도 효율적인 장소로 만들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십수 개의 설계안 끝에 나온 청유재는 필로티를 둬 차고를 대신하고, 실외와 필로티 데크에서부터 옥상까지 관통하는 보이드(Void) 공간을 통해 더욱 넓어 보이도록 유도했다. 이는 낮에는 햇빛으로, 밤에는 조명으로 빛기둥 역할을 한다. 건물 구석구석에 위치한 외부 장소들을 연결함으로써 소통하고 주택명 그대로 맑음이 흐르도록 고려한 것이다. 

▲ 2층 데크.
▲ 필로터 데크.
▲ 외부공간 보이드. 데크에서 상부를 바라본 모습.

예상외로 건축주가 가장 만족해하는 곳은 데크 등의 외부 공간이다. 관리상의 어려움과 겪어보지 못한 경험으로 인해 처음에는 이러한 장소에 대한 로망이 적은 편이었으나, 지내고 보니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임을 깨달아서다. 

▲ 2층 복도에서 동측을 바라본 모습.

“대부분 건축주가 주택을 지을 때 부지의 한쪽에 몰아서 짓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만 본인의 마당이 커진다는 생각에서죠. 하지만 각각의 공간은 나름의 성격과 기능들이 존재합니다. 청유재의 건축주도 전원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성격의 외부 장소가 필요하다는 얘기에 동의했습니다. 이에 마루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1층 필로티 데크는 가족과 손님들이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도록 했고, 2층 전면에 위치한 데크는 가장 사적인 장소로 외부로의 시야는 최대한 열려 있으나, 프라이버시는 지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짧은 산책과 사색을 하거나 멀리 펼쳐진 경치를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죠.”

아울러 내부는 1층은 주방/식당, 거실, 창고 등 최소한의 공용공간으로 만들고 2층은 안방, 침실, 테라스 등 개인 공간으로 배치했다. 

▲ 거실 겸 식당.

*

장 소장은 주택 설계 시 ‘미래’에 대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조언한다.

“주택은 직접 사람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으로, 건축주만의 취향이 반영돼야 한다고 여깁니다.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미래도 대비할 수 있어야 하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같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성장 후 생활뿐 아니라 화분은 좋아하는지, 반려동물은 키울 마음이 있는지 등 후에 일어날 요소들까지 고려해 설계하는 것이 건축주들을 위한 해답인 것 같습니다.”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 2층 복도에서 서측을 바라본 모습.
▲ 2층 욕실.

건축가 소개 |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 장서윤 소장
중앙대 건축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아름건축 등의 사무실을 거친 뒤 영국 AA School(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 DRL(Design Research Lab)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귀국해 실무의 시간을 가진 뒤 디자인랩 소소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해 현재 대표로 있다. 개소 후 청유재 등 다수의 주택과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해왔으며, 인하대와 아주대에 출강하고 있다. 건축 설계사무소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일반인들을 위한 건축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실전 건축팟캐스트 집구석을 제작 및 진행하고 있다.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에 건축을 보며 살게 되는 도시의 사람들에게,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은 건축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 주방.
▲ 침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