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풍경
태화강 풍경
  • 나무신문
  • 승인 2016.05.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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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울산시 태화강
▲ 태화강을 건너는 사람들.

#여행 #울산시 #태화강 

울주군 백운산 탑골샘에서 발원하여 울산만을 만나 바다가 되는 태화강, 약 48㎞의 물길 중 울산만으로 유입되기 전 물길 약 10㎞를 거슬러 올라간다.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 녹아 있는 태화강의 몇몇 풍경.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평온한 
택시를 타고 내황초등학교 앞에서 내렸다. 내황초등학교에서 100m 정도만 걸으면 태화강 둔치다. 내황교 아래 체육시설 있는 곳에 도착해서 출발 준비를 한다. 

강물을 거슬러 대숲으로 유명한 태화강대공원 방향으로 걷는다. 둔치에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나누어졌다. 

▲ 내황교 아래 체육시설 있는 곳에서 태화강대공원 방향으로 걷는다.

강 옆을 걷는 길이라 오르막 구간이 없다. 평탄한 길에서 사람들의 걸음은 느리다. 수 천 만원, 수 백 만원 짜리 자전거도 없다. 창 넓은 모자 밑으로 희끗한 머리카락이 삐져나온 아저씨가 바쁠 것 없이 자전거 페달을 구른다. 짐받이에 시커먼 가방이 묶여 있는 생활용 자전거가 느리게 지나간다. 

▲ 태화강, 유채꽃과 새.

큰 새 한 마리가 강기슭에 핀 유채꽃 옆을 스치며 강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낮게 난다. 햇살은 새 날개 위에, 강물의 잔물결에, 억새에, 사람들 어깨에 골고루 내려앉는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평온함이 그곳에 있었다. 

둔치 위 도로의 소음이 강물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공중에서 흩어진다. 물결을 만드는 바람 소리만 귓불을 스친다. 

▲ 태화강, 사진 중간에 태화루가 보인다. 태화루 아래 물길을 용금소라고 부른다.

4km 지점에서 만난 건 태화루였다. 길은 잠깐 태화강 둔치를 벗어나 도로 옆으로 올라간다. 그곳에 태화루가 있다. 

▲ 태화루.

태화루는 옛날에 울산에 오는 관리나 외국사신이 머물던 객사인 학성관의 남쪽 문루였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울산공립보통학교(현재 울산초등학교)의 교정을 넓히면서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문루가 정자 형식으로 모양이 바뀌었다. 2003년에 화재로 전소 된 것을 2007년에 최종 복원했다. 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호다. 

▲ 태화강 둔치에 있는 300년 팽나무.

태화강 대숲
태화루를 지나면 태화강 둔치로 내려가는 길을 만나다. 태화강 둔치로 내려와서 왼쪽을 바라보면 태화강 절벽 위에 자리잡은 태화루가 보인다. 자연과 역사와 현재 도시의 모습이 한 폭에 담긴다. 

태화루 아래 물길의 이름이 용금소다. 그 부근 물길을 옛날에는 용연이라고 불렀다. 신라시대에 자장법사가 중국 태화지에서 만난 용의 복을 빌고 신라의 번창을 기원한 곳이라고 전한다. 용금소 아래 동굴이 있는데 함월산 자락에 있는 백양사의 우물과 연결됐다는 전설도 있다. 

▲ 태화강대공원 시냇물과 습지가 있는 풍경.

태화강 물길을 가로지르는 십리대밭교와 대숲, 그리고 강을 품고 있는 산자락 풍경이 길 앞에 펼쳐진다. 

태화강대공원으로 들어서는 다리 오른쪽을 보면 시냇물과 습지 등이 있는 풍경이 보인다. 옛 시골 시냇물이 있는 풍경 같다. 

▲ 태화강 억새.

태화강대공원 대숲으로 들어선다. 태화강 대숲은 ‘십리대숲’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태화강대공원에 있는 대숲은 10리가 안 된다. 대숲이 많이 준 것이다. 옛날에는 용금소에서 옛 삼호교까지 약 4.3㎞ 구간에 대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십리대숲’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른바 ‘죽벽’의 길을 걷는다.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 때문에 한낮에도 어둡다. 대나무숲 푸른 길을 빠져 나온다. 

▲ 태화강대공원 대숲길.

돌아온 황어
대숲을 지나면 주변 풍경이 어수선해진다. 길 왼쪽은 태화강이 그대로 흐르지만 오른쪽은 축구장과 주차장이다. 

태화강 풍경에 마음을 얹어 걷는다. 억새를 비추는 오후의 햇볕이 감성적이다. 강 건너 신록 오른 가로수까지 아우르는 풍경도 놓칠 수 없다. 

▲ 태화강대공원 대숲길. 촘촘하게 자란 대나무가 이른바 ‘죽벽’을 만들었다.

강물을 바라보는 고양이 뒤에 300년 된 팽나무가 새 잎을 피우고 있다. 삼호교를 지나 ‘망성교(선바위) 6.5㎞’라고 적힌 이정표 앞에 섰다. 

이정표 앞 다리에 사람들이 서서 다리 아래 작은 실개천을 바라본다. 황어다. 해마다 봄이면 알을 낳기 위해 바다에서 이곳까지 올라온다고 말하는 아저씨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에 황어가 올라와 알을 낳는다.
▲ 태화강으로 흘러드는 지천.

웃음 가득한 아저씨 옆에 서서 나도 다리 아래를 바라본다. 황어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는다. 물의 속도를 참아내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춘 것이다. 

그곳에서 태어난 황어 새끼들은 바다로 나갔다가 성체가 되는 어느 해 봄이면 돌아와서 어미가 한 것처럼 이곳에 알을 낳는다.   

사람들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곳이 태화강 풍경 감상의 마지막 지점이다. 길은 더 이어지지만 이곳에서 발길을 멈춘다. 

황어가 알을 낳는 실개천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겹벚꽃 분홍빛이 초록의 풀밭 위에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