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K 변경돼도 “합판 관세는 안 오른다”
HSK 변경돼도 “합판 관세는 안 오른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6.05.0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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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1일부터 열대산 활엽수 합판 440여 개 4412 31로 통합

산림청, 코드 바뀌어도 기존 관세율 유지 “기획재정부에 확인했다”

[나무신문] 합판 수입업계의 ‘억울함’이 멋쩍게 됐다. 자칫 역풍이 불 조짐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산림청의 정보 공유 시스템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2017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HSK) 개정 작업을 앞두고, 산림청이 이를 일부 협회에만 알려 의견수렴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합판 생산자 단체인 한국합판보드협회에는 알리면서, 수입자 단체인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에는 알리지 않은 게 화근의 불씨가 됐다. 합판보드협회 회원사는 성창기업, 선창산업, 이건산업, 동화기업, 유니드, 한솔홈데코, 동일산업, 대성목재산업 등이다.

이를 두고 수입자 단체 일각에서는 ‘산림청과 생산자 단체의 고의성’까지 거론되면서 강한 불만이 표출됐다. 개정되는 HSK코드가 적용되면 합판 수입 관세가 품목에 따라 5%에서 10%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수입 합판 HSK코드는 4412 31과 32, 39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31품목은 10% 정도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32품목 중에서는 한아세안FTA 체결 국가를 중심으로 5%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32를 삭제하고, 이에 해당되던 품목을 31과 신설되는 33, 34로 각각 옮기겠다는 것. 31항목의 관세가 높은 이유는 열대산 활엽수 주요 88개 수종을 지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32는 이를 제외한 활엽수 수종으로 관세가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88개 수종뿐 아니라 전체 열대산 활엽수를 하나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세계관세기구(WCO)에서 이번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 기재부를 거쳐 산림청을 통해 관련 업계의 의견수렴으로 이어졌다는 게 산림청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31은 모든 열대 활엽수를 받아서 88개에서 440여 개로 늘어나게 되고, 신설되는 33과 34는 대표적인 활엽수 18개 수종과 기타 활엽수를 각각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수입되는 거의 모든 합판이 31로 묶인다는 얘기다.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가 국세청의 자료를 분석한 지난해 우리나라 합판수입실적을 보면 △전체 수입량 138만4507㎥(밀도 650kg/㎥ 적용, 이하 같은 기준) 중 열대산 활엽수에 해당하는 말레이시아산, 인도네시아산, 베트남산이 각각 33만2926㎥, 25만800㎥, 19만9283㎥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 국내 합판 소비시장의 70%를 수입제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유통협회의 분석이다. 70% 중 절반 이상이 해당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렇게 많은 품목의 관세가 5%에서 10%로 높아진다면 수입업계는 물론 소비시장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는 것. 특히 국민경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70%를 점유하고 있는 수입업계와 먼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유통협회의 주장이다. 더욱이 수입자 협회는 빼고 생산자 협회에만 의견을 수렴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결론을 먼저 말하면, 유통업계의 이러한 우려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끝나게 될 전망이다.

산림청 임업통상팀에 따르면, 우선 삭제된 32에서 신설된 33과 34로 넘어간 품목은 당연히 종전 관세를 따라간다. 또 32에서 31로 넘어가는 350여개 열대산 활엽수 제품 역시 종전 관세가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임업통상팀 관계자는 5월3일 나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재부에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며 “32항목에 있던 열대 활엽수 합판이 31로 넘어가더라도 종전에 (한아세안FTA 등 영향으로) 관세 5% 대상이었다면 그대로 5%가 적용된다.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하는 소비자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합판보드협회와 대한목재협회 등에는 이를 알리는 공문을 보내면서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를 누락시킨 것 맞지만, 고의는 아니다”면서, 전임자가 한 일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전제로 “지난 몇 년 간 공문 발송 내역을 찾아보니 이들 두 단체 말고는 회신을 준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회신 없는 단체들이 어느 순간 목록에서 빠진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목록을 다시 만들어서 빠지는 단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서 “이런 사정을 (수입자) 협회 관계자에게 잘 설명했고, 그도 웃으면서 돌아가서 이해를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신문사에서 전화가 와서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합판보드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HSK코드 앞 6자리는 5년에 한 번씩 WCO에서 개정하고 있지만, 뒤에 7~10자리는 특별관세나 조정관세 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수시로 바꾸고 있는 시스템이다”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우리 협회에서는 의견서도 안 냈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고의적으로 숨겼다’고 말하는 것은 HSK 코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얘기다”고 일축했다.

한편 합판 수입업계의 ‘억울함’으로 시작된 이번 일이 엉뚱하게도 생산자들의 분통에 불을 댕기고 있어 주목된다.

생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물론 러시아 등 주요 목재 생산국들은 원목 수출을 금지하거나 양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자국의 목재제품 생산기업을 보호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원목을 수입해야 하는 목재산업은 역차별을 받는 셈이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생산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설사 이번 코드 변경으로 5% 관세가 10%로 올랐다고 해도 수입업자들은 분명 이를 피해가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며 “중국산 합판에 반덤핑관세가 부과됐을 때에도 열대산 활엽수 합판 표면에 침엽수 베니어를 붙여서 무력화시키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HSK 코드에서 합판 수종 구분은 표판 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그는 “산림청이 진정으로 목재산업 발전을 위한다면 이러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목재산업 분야별로 서로 이해관계와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론을 호도하거나 누군가에게 역할을 떠넘겨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는 산악회 총무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