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담은 연못, 맘에 담은 책
눈에 담은 연못, 맘에 담은 책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4.26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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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리 주택
▲ 연화못에서 바라본 외관.

[나무신문] 40대의 건축주 부부는 자녀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하고자 아파트를 떠나 하가리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하가리 연화지 연못을 조망할 수 있는 꿈의 공간, 하가리 주택을 만났다.    <편집자 주> 

419호부터 3번에 걸쳐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 

▲ 1층 거실겸 서가.

건축정보
대지위치 :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지역·지구 : 계획관리지역
용    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588.00m²(177.87평)
건축면적 : 140.56m²(42.52평)
연 면 적 : 214.56m²(64.90평)
주차대수 : 1대
층    수 : 지상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시    공 : 건축주 직영
설    계 :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 010-3311-3278 www.formativearchitects.com

자재정보
외    벽 : 적벽돌 치장 쌓기, 스터코
지    붕 : 칼라강판
창    호 : THK24mm 복층유리(알루미늄 시스템창호)
단 열 재 : 비드법보온판
내부마감 : 실크벽지, 강마루, 타일

▲ 주방.

건축주의 마음에 묻다
제주 지역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의 고영성 소장은 ‘아파트 평면’에서 벗어난 단독주택 설계를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로 인해 건축주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노력하고 있는데, 고 소장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대사가 그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설명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집을 지으려니 별걸 다 알아야 한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 말이 딱 와 닿았죠. 건축주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굉장히 세세한 부분들까지 추측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당.

어떤 분야에서건 “알아서 해 달라”는 요구가 어렵듯 이러한 대답은 고 소장에게도 늘 물음표를 달게 만든다고.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대하듯 건축가 역시 건축주의 속마음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유도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유추해내는 것이죠. 지역적인 특색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제주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제주에서 사람들이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통해 답을 찾는 편입니다.”

그가 이러한 고민 끝에 설계한 결과물은 미적인 부분뿐 아니라 기능까지 접목해 건축주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고 있다. 

▲ 식당.
▲ 거실 겸 서가 2층.

건축주만을 위한 맞춤형 주택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에 만족감을 불러일으킨 ‘하가리 주택’은 한 잡지사에 게재된 기사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됐다. 잡지에 게재된 고 소장의 기사가 건축주의 마음을 움직인 것. 건축주는 어린 자녀들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제주시에 위치한 아파트를 떠나 대안학교가 있는 하가리에 둥지를 틀었다. 

▲ 아이방.

주택이 놓인 대지는 반듯한 모양은 아니었으나 북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였다. 이러한 모양을 적극 활용해 가벽들을 세워 내·외부 공간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를 통해 주택은 게스트를 위한 마당, 바비큐를 하며 쉴 수 있는 마당, 빨래를 널을 수 있는 공간 등 공간마다 다른 성질을 가진 마당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전체적으로는 스터코와 적벽돌을 조화롭게 활용해 깔끔하면서도 실용적인 주택으로 꾸미고 2층의 옥상정원에서는 연화지 연못까지 바라볼 수 있도록 조망도 고려했다. 

▲ 2층 복도.

서가를 중심으로 이뤄진 내부 
하가리 주택은 전체적인 내부에 책장을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이 주택의 큰 개념은 서가가 중심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서가들이 둘러 있는 형태로 내부를 마감해 많은 책을 수납해도 모자람이 없죠. 곳곳에는 제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부창과 파노라마 창들을 설치했습니다.”

도서관처럼 깔끔하게만 보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아이 방은 아기자기한 멋이 느껴진다. 단출하게 꾸민 아이 방은 다락과 천창을 둬 낭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밖에도 아담한 크기의 안방은 애월 앞바다와 넓은 들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크게 창을 내고 주방은 사람이 들락거리는 것을 파악할 수 있도록 현관문을 바라볼 수 있게끔 배치했다.

“무엇보다 주택은 건축가가 강요하는 대로 건축주가 맞춰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주가 생활하기 편리한 구조를 고려해야 하죠. 하가리 주택의 주방도 마찬가지로 가사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공간들에서 어떤 사람이 오고 가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출입문을 항상 살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떠한 일을 진행하듯 합리적인 설계 외에도 집집이 항상 다른 모습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   

▲ 외관.
▲ 외관.
▲ 외관.
▲ 외관.

건축가 소개 |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 고영성 소장

건축가 고영성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솔토건축에서 실무를 익힌 뒤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폭넓은 방향의 건축을 실현하고 있으며, 감성적 공간 속 내실 있는 건축을 추구한다. 근작으로 인천 듀플렉스하우스 도담가, 제주 토리코티지X하시시박, 강정동주택 등이 있으며 지역적 감성과 한국적 공간의 적절한 조화를 주제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