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my JEJU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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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4.18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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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월령리 주택
▲ 주방.

[나무신문] 사랑과 낭만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제주.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탐내는 제주는 전원주택의 로망을 즐기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중장년층은 물론 30~40대 젊은 부부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는 제주에 세컨하우스를 마련한 40대 건축주를 찾았다.<편집자 주> 

419호부터 3번에 걸쳐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 

▲ <1층 평면도>

건축정보                      
대지위치 :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지역·지구 : 자연녹지지역, 자연취락지구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335.00m²(101.34평)
건축면적 : 129.00m²(39.02평)
연면적 : 237.70m²(71.90평)
주차대수 : 1대
층수 :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 010-3311-3278 www.Formativearchitects.com

▲ <2층 평면도>

자재정보                        
외벽 : 전벽돌 치장 쌓기, 스터코
지붕 : 칼라강판
창호 : THK24mm 복층유리(PVC 시스템창호)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내부마감 : 수성페인트, 강마루, 타일

제주만의 특색을 살리다
설계와 자재의 다양성, 콘셉트 등 보다 다각화되는 사례에 힘입어 서울 근교를 벗어나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제주는 한결같은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저가 항공의 등장으로 예전에 비해 쉽게 방문할 수 있을뿐더러 가슴 뻥 뚫리는 경관 등 제주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새 삶을 시작하거나, 추억을 쌓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에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의 고영성 소장이다. 본인을 ‘독립 4년 차 병아리 건축가’라고 칭할 정도로 앳돼 보이는 그는 사실 제주에서만 약 11채를 완공한 베테랑이다. 많은 건축가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제주 프로젝트를 특별한 사례로 꼽는 반면 고 소장은 내륙지역의 일이 다소 적은 편이다. 그는 디자인가구 전문업체 ‘카레클린트’,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브랜드 ‘브라운핸즈’, 사진작가 ‘하시시박’ 등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많은 이에게 이름을 알린 바 있으며 젊은 건축가의 풋풋함과 추진력으로 매스컴에서 주목받고 있다. 

▲ 거실.
▲ 거실에서 본 계단 현관.

그렇다면 고 소장이 생각하는 제주의 여건은 어떠할까.

“다수의 프로젝트를 경험했음에도 아직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공자 찾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설계를 잘한다 한들 디테일과 같은 부분에서 난항을 겪기 마련이죠. 이런 일이 계속 될수록 자연스럽게 공사 기간은 늘어나고 건축주에게는 시공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됩니다. 원래 제주는 내륙지역에 비해 시공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 한 일들로 하루하루 길어지면서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실제로 어쩔 수 없는 상황들로 인해 중단된 현장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외관.

월령리, 선인장을 부탁해 
각 지역의 특색을 파악한 고 소장은 제주에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보다 꼼꼼한 과정을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지인의 의뢰로 설계를 맡은 ‘제주 월령리 주택’은 부지 선정을 시작으로 전 과정을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했다.

▲ 노천탕.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부지도 물색했지만,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망설여졌습니다. 세컨하우스로 계획한 만큼 큰 비용은 건축주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죠. 그러던 중 선인장 자생지로 유명한 월령리의 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입지 조건이 좋아 단독주택 부지로 제격이라고 여겼죠. 그리고 마침내 ‘선인장을 부탁해’라는 부제목을 단 프로젝트가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 벽돌 야경.

주택의 형태는 기본적인 대지의 형상과 닮도록 설계했다. 재료의 경우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주변 색들과 반응할 수 있도록 질감을 살리고자 했다. 이에 전벽돌로 전면부를 마감해 포인트를 줬는데, 벽돌을 쌓을 때는 일반 쌓기와 띄어 쌓기 방식을 혼용해 마치 모직 옷과 같은 느낌을 표현했다. 

1층 필로티 아랫부분 가장자리는 대나무를 심어 내·외부 전체에 초록빛이 감돌 수 있도록 하고 필로티에는 스파를 설치해 가족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또한 중정에는 귤나무를 심어 주방 등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옥상에는 옥상조경을 설계하고 선베드를 놓아 힐링 장소로 꾸몄다.

▲ 외부 마당.

재미와 실용성을 고루 잡다 
월령리 주택의 내부 핵심은 스킵플로어(Skip Floor) 구조다. 이는 고 소장의 철학이 녹아있는 부분이자 주택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 중정 야경.

“건축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공간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습니다. 외부는 물론 내부 공간까지 고려할 수 있는 것이 건축가만이 가지는 능력이라고 여겨요. 집집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단독주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월령리 주택은 공간 자체에 초점을 뒀기에 반 층씩 올라가며 층이 만들어지는 스킵플로어 구조를 고려했고, 크게는 가족구성원이 소통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설계를 완성하고자 했죠.”

이렇게 완성된 내부는 중정을 두고 돌아 올라가는 방식의 동선을 취하고 있다. 내부 곳곳을 하나처럼 볼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은 마치 소라의 형상과도 같다. 어린 자녀를 둔 건축주 부부의 요구사항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 예로 주방은 중정과 앞 데크를 바라보게 해 자녀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했다.  

▲ 계단과 현관.

통유리창을 통해 월령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거실은 소파와 탁자 등 필요한 가구만 놓아 깔끔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허투루 지나칠 수 있는 욕실도 욕조 아래에 검은색 현무암 자갈을 깔아 제주만의 특색을 표현했다.

▲ 옥상정원.
▲ 침실.

조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천장 조명을 매입하기 어려운 경사지붕이라는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각각의 방에 벽등을 설치했다. 벽등의 은은한 빛은 오히려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 테라스 야경.
▲ 2층 복도.
▲ 2층 올라가는 계단.

*

고 소장은 제주에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예비 건축주들에게 보다 신중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제주에 새로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대다수는 육지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입니다. 이에 지역의 특성을 잘 모르기에 좋지 않은 일을 겪을 수도 있고, 적응하지 못한 채 육지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최근 건축주들이 단독주택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고 있죠. 제주가 여유와 낭만의 지역인 것은 맞지만 치열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삶에서 상당수가 변화하는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을 품고 단독주택 짓기를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 

건축가 소개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 고영성 소장

건축가 고영성은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솔토건축에서 실무를 익힌 뒤 포머티브건축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폭넓은 방향의 건축을 실현하고 있으며, 감성적 공간 속 내실 있는 건축을 추구한다. 근작으로 인천 듀플렉스하우스 도담가, 제주 토리코티지X하시시박, 강정동주택 등이 있으며 지역적 감성과 한국적 공간의 적절한 조화를 주제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