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하우스
사운드 오브 하우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4.0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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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집
▲ 2층 복도.

[나무신문] 이름부터 다정함이 느껴지는 ‘소담집’은 기타 동호회에서 인연을 맺은 건축주 부부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다. 악기로 소통할 수 있는 삶을 원했던 그들을 위해 안성맞춤으로 지어진 소담집은 어느 공간 하나 허투루 지나칠 수 없을 만큼 건축주의 마음에 쏙 들도록 완성됐다.    <편집자 주> 

415호부터 3번에 걸쳐 재귀당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

▲ <1층 평면도>※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건축정보
대지위치  용인시 기흥구 중동
지역·지구  제1종일반주거지역/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04.50㎡(61.86평)
건축면적  79.51㎡(24.05평)
연 면 적  149.91㎡(45.34평)
주차대수  1대
층    수  지상 2층
구    조  기초-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경량목구조
시    공  브랜드하우징 031-714-2426 
설    계  재귀당 건축사사무소 070-4278-6045 blog.naver.com/hands33

자재정보
외    벽 스타고플렉스
지    붕 컬러강판
창    호 THK22mm로이복층유리(시스템창호)

▲ <2층 평면도>※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단 열 재 그라스울
내부마감 벽지, 강마루, 타일

각 집의 사연을 담다 
집집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하는 재귀당 건축사사무소의 박현근 소장은 유독 건축주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1~2번의 미팅 만에 비슷한 평면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 건축주의 깊은 내면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건축주의 삶이 이뤄지는 장소이니만큼 함부로 지나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소장이 주택 설계 시 가장 먼저 진행하는 것은 건축주 개인에 관한 ‘스토리텔링’이다. 남편과 아내에게 각자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요약을 요청하는 것인데, 그는 이를 통해 건축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2층 어린이 도서관.

“흔히 건축주들이 건축가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건축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와 건축주, 양쪽이 서로를 택하는 거죠. 이에 건축주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대화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에 관한 얘기를 메일로 전달해달라고 합니다. 남편에게는 당신이 생각하는 아내는 어떠한지, 아내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등 말이죠. 아내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러한 내용을 정독한 후 다음에 건축주들을 만나게 되면 꼭 몇 번 본 사람처럼 익숙함이 느껴지고 그들의 마음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그가 처음부터 요구하는 것은 냉장고가 컸으면 좋겠는지, 집은 몇 평이었으면 좋겠는지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 주택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대학교 기타 동호회에서 만나 지금의 가정을 꾸리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은 박 소장은 건축주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소담집’ 프로젝트의 첫 글자를 적어나갔다. 

▲ 가족실.

건축주의 스토리를 반영한 소담집
‘소리를 담은 집’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은 소담집은 음악으로 온 가족이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설계에 반영했다. 이에 피아노 등의 악기가 설치될 위치들을 잡아놓는 등 세심한 곳까지 배려했다. 

건축구조로는 경량 목구조를 택했다. 친환경적으로 어린 자녀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건축구조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었다. 또한 깊이 있는 공간을 만들기가 비교적 쉽다는 이점도 한몫했다. 

대지면적 204.50㎡(61.86평) 규모에 중정 데크를 품은 채 ㄷ자 모양으로 배치된 소담집은 5인 가족이 거주하기 용이하도록 연면적을 149.91㎡(45.34평)로 실속 있게 구성하고 스타코플렉스로 마감해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붕재로는 컬러강판을 사용해 모던함을 더했다.

전반적으로 주택 내·외부는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부분만 취한 것이 특징이다. 

▲ 1층 욕실.

“곳곳의 세밀한 부분을 진행할 때는 마인드맵을 그리듯 포스트잇에 어떠한 것들이 가장 중요한지 작성해 순서를 잡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면 가장 위쪽에는 우리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나오기 마련이죠. 대다수 건축주가 각각의 재료들을 선택해야 할 때 결정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신만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포스트잇을 살피면 어느 집에서 비싼 자재를 썼고,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죠. 우리 집에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건축주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크게 3가지였다. 먼저 어린 자녀들을 항상 바라볼 수 있었으면 했고, 시크릿한 마당과 소리를 잘 담을 수 있는 집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부부와 자녀를 위한 공간을 설계하다 
약 8개월의 기간을 거쳐 완성된 내부는 건축주의 마음에 쏙 들 정도로 부부의 요구사항이 잘 반영됐다. 

1층은 거실, 주방/식당, 욕실, 거실 도서관, 작은 방 등으로 배치했는데 특히 곳곳에 어린 자녀를 위한 박 소장의 배려가 느껴지는 요소들이 숨어 있다. 

▲ 현관.

“유모차나 자전거 등을 세워 놓을 수 있도록 현관을 넓게 구성했습니다. 또한 신발을 갈아 신기 편하도록 수납 벤치 의자를 설치했죠.”

▲ 주방.

건축주의 아내가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방/식당은 요구사항에 따라 요리를 하면서도 아이들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 아파트에서는 등을 돌리고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했기에 어린 자녀들을 때때로 살필 수 없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

아이들을 위한 시크릿한 마당도 계획했다. 더운 여름날에는 편한 복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건축주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좀 더 프라이빗한 장소가 모여 있는 2층은 안방, 어린이 도서관, 손님 방, 욕실, 가족실 등이 놓였다. 이 중에서도 눈여겨볼 곳은 2층에 설치한 어린이 도서관이다. 덕분에 2층은 자녀들의 아지트로 자리매김했다.

▲ 다락.

“넓은 책장과 계단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옆쪽에는 조그맣게 미끄럼틀도 만들어 재미와 학습을 고루 잡았죠. 특히 각 계단에는 자녀들이 보물을 수납할 수 있는 비밀 장소를 만들었는데, 이곳에 각자 자신들의 소중한 물건을 넣어놓고 즐길 정도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소한 재미들이 단독주택의 재미이자 핵심인 것 같아요.”

▲ 계단.

1층 거실 도서관 역시 목구조임을 알 수 있도록 드러나 있는 구조체와 더불어 연장 선상에 놓인 듯 보이는 넓은 수납장에 책을 고루 넣을 수 있도록 해 실용성을 더하고 하부에는 부족한 수납공간을 대신할 수 있는 서랍을 만들었다. 

*

박 소장은 소담집 등 여러 단독주택을 통해 그동안의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담집도 다락에서 아래층까지 높이가 7m가 넘을 정도로 높은 공간이지만, 우수한 단열 성능 덕분에 난방비에 대한 부담을 덜었습니다. 1월 초에 입주해 한겨울을 났지만, 추위를 전혀 못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제대로 된 설계를 통해 단독주택이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이재성 작가

건축가 소개 | 재귀당 건축사사무소(JAEGUIDANG)

박현근 소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주)정림건축, (주)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dmp)를 거쳐 현재 재귀당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있다. 제주돌문화공원특별전시관, 대치동호텔, 대구실내육상경기장, 광교 역사박물관 및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신라대학교 프로젝트(국제기숙사, 종합강의동, 박영관) 등을 수행했으며, dmp 소장으로 재직 중 전원생활을 위해 양평에 단독주택인 재귀당을 설계했다. 이 후 대형 건축물 설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쫓아 자신의 집과 같은 이름의 설계사무소를 개소 후 활동 중이다. 개소 후 천안 평상집, 양평 상상통통, 용인 소담집, 양평 윤윤재, 대전 현단재 등 다수의 주택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