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모든 것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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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6.04.0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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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제주 제주올레길 21코스 해녀박물관~종달바당
▲ 면수동의 옛이름이 낯물마을이다. 이 돌담길 이름이 낯물밭길이다. 낯물마을 밭에 난 길을 뜻한다.

[나무신문] 제주올레길을 마무리하는 21코스를 걷는다. 거기에 제주의 마을과 돌담밭과 바다와 오름과 왜적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현무암 성곽까지 제주를 제주답게 하는 풍경은 다 있다. 게다가 제주의 바람까지 더하니 그 길에서 제주를 다 봤다 할 수 있겠다.

돌담밭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선일주버스(701번)를 타고 해녀박물관정류장에서 내린다. 제주올레길 21코스의 시작점이 해녀박물관이다. 

길을 걷기 전에 해녀박물관을 둘러본다. 해녀박물관은 제주 해녀의 역사와 생활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내부 전시장과 야외 전시장에 있는 전시물과 안내문을 꼼꼼히 살피다보면 제주 해녀의 이야기에 젖어든다.  

▲ 신동 코지 불턱.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다.

야외에 있는 일제강점기 제주해녀들의 항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과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불턱, 마지막 잠수기어선(잠수부가 물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며 움직일 수 있도록 압축공기를 만들어 고무호스를 통해 산소를 전달해주던 시설을 갖춘 배)인 탐라호도 있다. 

잠수기어선 부근 올레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연대동산이 나온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면수동이다. 

제주의 평범한 마을이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녹슨 컨테이너박스 앞에 유채꽃이 피었다. 개 짖는 소리마저 없는 오전 거리가 적막하다. 현무암 돌담길을 걷는 등 굽은 할머니의 걸음처럼 시간이 흐른다. 

‘낯물밭길’ 이정표가 보인다. 면수동의 옛 이름이 낯물마을이다. ‘낯물밭길’은 면수동에 있는 밭에 난 길이란 뜻이다. 

푸른 생명이 자라는 밭에 현무암 돌담을 쌓았다. 흙으로 다져진 돌담길을 걷다가 돌담 아래 피어난 키 작은 꽃들을 보았다. ‘낯물밭길’의 봄 향기는 돌담길에 있는 크고 작은 꽃들의 향기와 거름 향기로 완성된다.

돌담밭길을 벗어난다. 멀리 현무암 돌담이 보인다. 돌담 위로 나온 파랗고 빨간 지붕 위로 바다는 수평선을 그었다. 지붕과 바다가 아른거리는 이유는 아지랑이 때문이었다.    

▲ 지미봉에서 바라본 풍경. 종달리 마을과 마을 앞 바다가 보인다.

바닷가마을
하도리 별방진 앞에 섰다. 별방진은 조선시대에 왜적을 막기 위해 설치한 진이다. 하도리 별방진은 1510년(중종5년)에 김녕에 있는 방호소를 옮겨 진을 설치하고 별방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그 기능을 시작했다.  

진을 둘러 싼 성곽의 규모는 둘레 1008m, 높이 4m 정도다. 샘이 2개 있었고 동문 서문 남문 등 문이 세 개 였다.  

현무암으로 쌓은 성곽 위로 올라간다. 성곽 위를 걸으며 주변 경치를 살핀다. 성곽 안 마을에 햇볕이 가득하다. 성곽 밖은 바다다. 하도리 마을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성곽 위는 꼭 올라봐야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석다원이라는 간판을 내 건 식당이 보인다. 식당 앞 바닷가에 돌탑이 많다. 

석다원을 지나면 ‘신동 코지 불턱’을 만난다. 불턱이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다. ‘신동 코지 불턱’은 하도리 신동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음에 볼 수 있는 것은 각시당이다. 각시당은 영등할망(바람의 여신)에게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곳이다. 

토끼섬이 보인다는 올레길 이정표를 지나면 ‘영등의 바당 하도어촌체험마을’이라고 적힌 바위를 만난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바닷가 체험마을에 도착한다. 

체험마을 불턱 옆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앉아 하도리해변을 바라본다. 올레길은 하도리 해변 백사장으로 이어진다. 

고운모래 위를 걷는다. 먼 바다는 파랗다. 해변으로 가까워질수록 바다색은 엷어져서 맑은 푸른색으로 반짝인다. 햇볕을 담은 푸른 물결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간질거린다.    

▲ 하도해수욕장.
▲ 하도리 바닷가.

지미봉
바다를 뒤로하고 지미봉으로 향한다. 들판에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 하나, 멀리서 보이던 지미봉 앞에 선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갑가지 고도를 높여야 하지만 오르막길이 길지 않다. 자기에게 맞는 보폭으로 숨을 고르며 걸으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지미봉 정상에 올랐다. 땀을 닦을 여유를 부릴 수 없었던 건 눈앞에 펼쳐진 풍경 때문이었다. 
파랗고 빨간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종달리 마을이 앙증맞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푸른 들판과 그 밖에 펼쳐진 바다는 풍경을 완성하는 배경이다. 

그 자체로 완성된 여행지인 성산일출봉과 우도도 지미봉에서 바라보는 풍경 안에서는 하나의 소재일 뿐이다. 

뒤를 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보인다. 그 길들이 나를 따라 오는 것 같다. 사방을 둘러보는 사이 땀이 마르고,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 제주올레길 21코스 도착지점에서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종달초등학교로 가는 길목에 피어난 유채꽃. 꽃밭 뒤에 지미봉이 보인다.

지미봉을 내려서서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제는 지미봉이 나를 따라 오는 것 같다.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곳이 제주올레길 21코스의 종착점, 종달바당이다. 

길은 여기서 끝나고 다시 또 시작된다. 시내버스를 타러 종달초등학교로 가는 길에서 유채꽃밭과 지미봉이 어울린 풍경을 만났다. 돌아가는 지금까지 이 길은 한 순간도 베풀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