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 뽑아서 알파고 이기려드는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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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6.03.3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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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국립산림과학원은 방부목 H1과 H2 등급을 되살려야 한다. 

방부목은 사용환경에 따라 H1, H2, H3, H4, H5 등 다섯 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처음에 강제규정이었던 이 사용환경 범주는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권고사항으로 바뀌었다. 

당시 범정부 차원의 규제완화 바람도 있었지만, 지금에 비하면 변변한 방부목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강제규정이었고 하나마나 한 규제완화였던 게 사실이다. 업계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후의 방부목 시장은 급격한 발전과 팽창이라는 회오리바람을 만나게 된다. 그야말로 국내 목재산업을 대표하는 분야 중 하나로 당당히 올라선다. 그러나 이처럼 급작스러운 발전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불량방부목’ 시대가 열린 것이다. 불량하지 않은 방부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량방부목 문제는 심각했다. 또 그 문제는 대부분 지금까지도 미해결 상태다. 

그래서 등장한 해법이 바로 H1과 H2 등급 방부목의 생산 및 유통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불량방부목은 방부목 업계를 넘어서 전 목재산업계의 오명으로 번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량방부목의 정확한 표현은 방부목 불량 사용인 것도 그 이유다. ‘불량방부목’은 사실 등급에 맞게 판매하고 사용했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H1이 됐든 H2가 됐든, 심지어 가압공정 없이 잠깐 방부액에 담갔다가 뺀 침지식 방부목마저 ‘다 같은 방부목’으로 판매됐다. 적어도 H3 이상 등급이 사용돼야 할 환경에 H1에도 미치지 못 하는 제품이 쓰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방부목 생산 및 유통업자들이 속여서 팔았고 목조주택 시공 등 사용업자들이 자기 집 짓는 것 아니라고 알고도 속아줬다.

H1과 H2만 없애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러나 산림과학원의 이러한 해법은 목조건축협회와 캐나다우드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게 되고, 결국 H1만 없애고 H2는 그대로 존속시키는 타협점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과학원에서는 마지막 일격을 남겨놓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방부목 규격고시다. 과학원은 방부목 규격을 새롭게 고시하면서 H2 등급 기준을 H3와 똑같이 높여놓았다. 

이것은 정당하지도 않고 타당하지도 않다. 과학도 아니다. H2 등급을 꼭 없애야 한다면 다시 절차를 밟아서 그렇게 하면 될 일이다. 필요하면 사용환경 범주를 강제규정으로 되돌려도 된다. 하지만 H2와 H3의 규격을 똑같게 만든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꼼수 이상 아니다. 공무원들이 심술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H1과 H2 방부목을 다시 살려야 한다. 이제는 품질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어서 ‘다 같은 방부목’으로 팔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 방부목 사용환경 범주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