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고향을 짓다
돌아올 고향을 짓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3.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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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귀당(再歸堂)
▲ 외관.

[나무신문] 모든 것은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로 이름 지은 재귀당(再歸堂)은 박현근 소장이 오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완성한 공간이다.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를 6개월 만에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에 안착한 그는 ‘세상에 어떤 것도 두려움이 없을 정도’로 행복한 삶을 만끽하고 있다.     <편집자 주> 

415호부터 3번에 걸쳐 재귀당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

 

▲ 복도.

건축정보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지역·지구 보전녹지지역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91.00㎡(118.48평)
건축면적  78.00㎡(23.63평)
연 면 적  78.00㎡(23.63평)
주차대수  1대
층    수  지상 1층
구    조  기초-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경량목구조
시    공  브랜드하우징 031-714-2426
시행·토목 유명개발 대표 이상민 031-771-0992
설    계  재귀당 건축사사무소 070-4278-6045 blog.naver.com/hands33

자재정보
외    벽 점토벽돌치장쌓기(삼한CI)
지    붕 리얼징크
창    호 THK22mm복층유리, 아르곤가스충진
단 열 재 그라스울
내부마감 벽지, 강마루, 타일, 비닐쉬트

▲ <1층 평면도> 1 현관 2 다용도실 3 창고 4 복도-1 5 부엌 6 식당 7 거실 8 서재 9 복도-2 10 안방 11 옷방 12 아이 방 13 복도, 전실 14 세탁실 15 화장실 Ⓐ 벽돌(HIGH) Ⓑ 콘크리트(LOW)
▲ <다락 평면도> 1 다락-1 2 다락-2

건축가, 자신의 꿈을 이루다 

▲ 거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건축가가 있다. 또한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도 많다. 설계를 통해 건축주들의 소망을 이뤄주고, 꿈을 선물하는 그들. 그러나 건축가 역시 경제적인 상황에 쫓겨 정작 자신들의 꿈은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전셋값으로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이 증가함에 따라 건축가들도 적은 예산 안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 중 한 명이 박현근 소장이다. 박 소장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청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여러분은 인간의 삶이 다양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요리의 가짓수가 더 다양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각 요리가 자신에게 맞는 그릇에 담겨 제맛을 내듯 사람 역시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공간이 아닌, 저마다의 삶을 반영한 공간에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소장의 강연이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도 여느 사람들처럼 전세난에 시달리다 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결국에는 적은 예산으로 경기 양평의 조그마한 부지에 3인 가족을 위한 단독주택을 지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지내고 싶은 장소. 온전히 우리 가족만을 위한, 가족의 삶과 취향이 반영된 주택은 큰 결심과 녹록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시작했다. 

▲ 식당.

온전히 가족만을 위한 주택을 선보이다 
박 소장은 ‘재귀당’을 경량 목구조로 계획했다. 형태와 재료, 디테일의 구현을 위해 RC 건물을 원했으나 공사비와 공기 그리고 친환경성 등의 이유로 경량 목구조를 택했다. 목구조는 다른 건축구조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할 뿐만 아니라 쾌적한 실내 환경 등 여러 이점이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건축구조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경제적인 목구조가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목구조는 공사 현장이 보다 깔끔하게 유지 가능하기에 어린 딸과 함께 주택이 지어지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죠. 추후 딸아이가 주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마당이 있는 곳에서 살았다는 기억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와 같이 설계했던 기억, 공사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기억, 딸아이의 스케치북에 그려진 그림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집에 살았다는 추억 등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3인 가족을 위한 소형주택’이라는 콘셉트로 6개월의 설계 기간을 통해 탄생한 재귀당은 마당에서 살기를 원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주택으로 계획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 등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다락을 포함한 단층으로 배치하고, 동서 일자 배치로 꾸몄다. 

▲ 외관.
▲ 외관.

박 소장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것은 ‘가족이 행복하다면 남들의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한 예로 재귀당의 내부는 중앙에 복도를 두고 좌우 대칭적인, 흡사 종교시설과도 같은 공간을 구성했는데 이를 보고 왜 이러한 설계 방식을 택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고.

“대부분의 손님이 재귀당을 구경하고는 왜 모습이 성당처럼 생겼느냐, 복도가 왜 집 중앙에 있느냐 등 의아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생각을 전하고 나면 ‘집을 이렇게도 지을 수 있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이곤 하죠. 저는 재귀당이 우리 가족에게 마치 종교시설과도 같은 의미이길 바랐습니다. 모든 것은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의미로 이름 지은 것처럼, 원래 우리 가족의 자리가 이곳이었다는 그 편안함을 주고 싶었던 것이죠.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면 타인의 기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귀당으로 인해 달라진 것들
주택 내부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콘셉트는 꼼꼼한 성격의 아내가 도맡았다. 목구조의 따스함과 잘 어울리는 포근한 아이템들로 배치한 내부는, 너무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아 눈여겨볼 만하다. 주방/식당은 아내의 요구사항 대로 식탁과 조리 공간 사이에 벽을 둬 분리했으며 건너편의 책장이 놓여 있는 공간에는 부부가 사용할 수 있는 책상을 설치했다.  

▲ 다락에서 내려다 본 모습.
▲ 다락.
▲ 다락.

손님 접객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다락은 평소에는 아이와 엄마의 휴게공간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다락에서 내려다보이는 거실 풍경이 매력적인데, 아이의 꿈이 자라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입체적인 공간이 아이에게 보다 풍부한 상상력을 갖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딸아이도 아파트에 살 때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많이 떠올리는 것 같아요.”

아이 방은 ‘나는 공주니까 성에서 살고 싶다’고 요구했던 딸의 소원대로 분홍색 침대와 커튼으로 통일감을 주고 형형색색으로 꾸몄다. 

▲ 아이 방.
▲ 아이 방.

*

박 소장은 재귀당을 통해 건축가의 삶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큰 설계사무소에서 여러 대형 건축물 프로젝트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늘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재귀당을 짓고 나서 ‘우리 집을 짓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내가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더 행복하겠구나’하는 자신감이 들었죠. 이에 약 1년 전 지금의 재귀당 건축사사무소까지 개소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를 팔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행복한 현실에 이르게 됐죠. 이제는 제2의 재귀당을 짓는다는 기분으로 예비 건축주들의 보금자리를 꾸미려 합니다.”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이재성 작가

 

건축가 소개 | 재귀당 건축사사무소(JAEGUIDANG)

박현근 소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주)정림건축, (주)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dmp)를 거쳐 현재 재귀당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있다. 제주돌문화공원특별전시관, 대치동호텔, 대구실내육상경기장, 광교 역사박물관 및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신라대학교 프로젝트(국제기숙사, 종합강의동, 박영관) 등을 수행했으며, dmp 소장으로 재직 중 전원생활을 위해 양평에 단독주택인 재귀당을 설계했다. 이 후 대형 건축물 설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쫓아 자신의 집과 같은 이름의 설계사무소를 개소 후 활동 중이다. 개소 후 천안 평상집, 양평 상상통통, 용인 소담집, 양평 윤윤재, 대전 현단재 등 다수의 주택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