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리는 눈
애타게 기다리는 눈
  • 나무신문
  • 승인 2016.03.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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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건축가 김동희의 구상과 비구상

[나무신문] 자신의 이목구비가 뚜렷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생각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고 온 천하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속수무책이 되겠지요. 

세상과 교감하는 감각들이 무뎌지고 살아남은 감각들은 과장되거나 비뚤어집니다. 눈은 세상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죠. 하지만 눈이 사라진다면 모든 세상일을 짐작만으로 구체화하게 될 것입니다.

반면 퀭하게 된 눈이 과장스럽게 변신해 눈 본연의 기능과 상관없이 속눈썹이 길어져 기다림의 결정체로 바뀔 수도 있을까요? 한 번쯤 손오공의 변신술처럼 신체 일부가 여러 가지로 바뀌거나 갖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만들어 볼 수도 있겠지요.

눈이 지나치게 과장된다면 얼굴에 연결된 기관들은 퇴화하거나 노예가 돼 그 기능도 변질될 것입니다. 눈을 감고 자신의 혀를 가늘고 길게 뻗어보면 뱀을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생명체가 몸에서 나오는 것 같은 신기하고 이상한 느낌도 들 수 있겠죠. 혀가 본래의 위치에 있지 않고 눈의 눈물 자리가 바뀐 것이고 그 자리에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꼭 눈의 노예처럼 말입니다. 

괜히 눈이 본대로 혀가 이야기하기보다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싶어 눈의 눈물을 빌린 후 눈물이 혀로 변신하고, 허망한 혀의 놀림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실수를 더 자유롭게 눈과 합작해 헛된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눈은 세상을 볼 준비로 한참 노력하지만 눈에 가시가 될 만한 것들이 시선을 가리거나 유혹해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것저것 눈앞에서 생각을 희미하게 할 때도 다행히 몸은 자동으로 몸이 말하고 싶은 대로 사물까지 다가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눈앞에 많은 것들이 쏟아지지만 우리는 어찌 저 많은 것들을 다 주워 담을 수 있을까요?

유년기 시절 하늘에 눈이 펑펑 오기를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것들은 잠시 잊고 지내는 행복함은 있었습니다. 

동심 어린 생각은 때론 감사하게 늙은 자극을 깨울 것입니다. 

 

프로필 | 김동희 건축가 

김동희 건축가는 정림건축 소장을 지냈으며 2010년 독립해 건축사사무소 KDDH를 운영해오고 있다. 외국에 나간 건축주와 카톡으로 대화하며 지은 집 <이보재>로 세인들에게 알려졌고, 개인 블로그와 SNS를 적극 활용하며 건축주와 소통하기로 유명하다. <익산T하우스>, <완주행와재주택>, <바바렐라하우스> 등 목조주택 다수를 디자인했으며, <노일강 펜션>, <홍천다나 치과> 등의 다양한 작품이 있다. ‘부기우기 행성 탐험’, ‘붉은 미친’, ‘욕망채집장치’ 등의 드로잉 및 설치 작품 전시를 통해 창조적인 공간 창출을 또 다른 은유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4 UIA 더반 세계건축대회 서울관 설계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됐으며, 건축주와 건축주의 접점을 찾기 위한 기획으로 집톡(건강한 집짓기 토크쇼)을 진행하는 중이다.
http://cafe.naver.com/kimddong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