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조의 의미를 찾다
목구조의 의미를 찾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3.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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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평상집
▲ 외관.

[나무신문] ‘이야기가 있는 건물’을 설계한다는 슬로건 아래 다수의 주택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는 재귀당 건축사사무소. 경량 목구조로 완성한 해 질 녘 평상집은 이름 그대로 노부부의 평온한 라이프스타일과 목구조의 장점을 고루 반영해 동네에서 단연 눈길을 끌고 있다.  <편집자 주> 

415호부터 3번에 걸쳐 재귀당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 

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건축주를 대하다 
지난해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짧지만 강렬한 강연을 선보인 박현근 소장. 오랜 경험과 노하우 외에 그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여느 건축주들처럼 적은 예산 안에서 자신과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본인의 주택 이름인 ‘재귀당(모든 것은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을 본 떠 약 1년 전 재귀당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차별화된 설계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과 건축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단독주택들은 여러 예비 건축주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 외관.

해 질 녘 평상집이라고 이름 지은 천안주택은 삶이 항상 평온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짓게 됐다. 해 질 녘에 서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기억도 한몫했다. 

프로젝트는 노부부의 아들과 며느리의 의뢰로 시작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부모님이 평소 좋아하던 화초 가꾸기를 통해 편안한 생활을 누리길 바랐던 것.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베란다 한쪽 귀퉁이에 무수히 많은 화분을 가져다 놓고 정성스레 가꾸셨던 부모님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목구조 장점 살린 설계 
이 주택의 경우 특이하게도 긴 복도를 중심으로 평면을 구성했는데, 노부부의 생활에 꼭 맞는 설계를 위해 박 소장은 오랜 시간 노부부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직접 프로젝트를 의뢰한 경우가 아니었기에 이 집에 거주하게 될 건축주는 말을 아꼈습니다. 어떤 요구를 할 경우 아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죠. 이에 지금의 평면을 구성하기까지 많은 대화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녀와 손주 손녀들의 사진, 화분을 늘 감상하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 하에 복도가 생기게 됐죠.”

박 소장은 건축주의 요구에 더해 목구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했다. 늘 동일한 평면에 다른 소재의 지붕만 씌운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목구조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  

▲ 복도.

“목구조의 특징을 어디까지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선반과 건물을 일체화시킨 것이 핵심이죠. 즉 창대와 선반을 일체화시켜 연장되는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덕분에 화분과 사진 등이 놓인 공간이 집 안 전체 분위기를 아늑하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평면은 다각형으로 구성했으나 지붕은 단아하게 설계했습니다. 별도의 치장 없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다양한 지붕선은 아름다움의 포인트로 자리하고 있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주택은 전원과 멋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주택을 굳이 2층이 아닌 단층으로 꾸민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주방/식당.
▲ 주방.

여성의 로망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여성 건축주의 관심이 쏠리는 주방/식당은 가사의 효율성을 돕는 ㄱ자 형태로 아담하게 배치하고, 천장에 팬던트 등을 설치해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화이트 톤으로 마감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손빨래를 자주 하는 건축주를 위해 욕실 앞에 별도의 수(水) 공간도 계획했다. 지금까지 베란다에서 불편한 자세로 행주와 양말 등을 손빨래를 했을 건축주를 배려해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 화분에 물을 주기도 편하게 만들었다. 

▲ 안방.

*

박 소장은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 설계는 ‘집은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줄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선물이라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예비 건축주가 아파트라는 평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집이 이래도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의뢰를 통해 완공된 주택은 아파트처럼 잠깐 거주하고 매매할 것이 아닌, 오랜 기간 거주하거나 평생 살 공간이기 때문에 요구 단계에서 혼자 망설이고 고민할 필요가 없죠. 일반적인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예로 많은 이가 남향에 위치한 마당을 선호하는데, 실제 거주해보면 더 자주 쓰이는 곳은 동쪽 마당이죠. 이론과 현실은 다르기에 보다 넓은 사고에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이재성 작가

▲ 현관.
▲ 욕실 앞 손빨래 공간.
▲ 거실.

건축가 소개 | 재귀당 건축사사무소(JAEGUIDANG)

박현근 소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정림건축,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dmp)를 거쳐 현재 재귀당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있다. 제주돌문화공원특별전시관, 대치동호텔, 대구실내육상경기장, 광교 역사박물관 및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신라대학교 프로젝트(국제기숙사, 종합강의동, 박영관) 등을 수행했으며, dmp 소장으로 재직 중 전원생활을 위해 양평에 단독주택인 재귀당을 설계했다. 이 후 대형 건축물 설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쫓아 자신의 집과 같은 이름의 설계사무소를 개소 후 활동 중이다. 개소 후 천안 평상집, 양평 상상통통, 용인 소담집, 양평 윤윤재, 대전 현단재 등 다수의 주택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