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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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6.03.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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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제주시 제주올레길 1코스 시흥리~광치기해변(1)
▲ 두산봉(말미오름)에서 바라본 풍경.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나무신문 | 장태동 기자] 제주 동부에 시흥리와 종달리라는 마을이 있다. 서로 경계를 맞대고 있는 두 마을의 이름을 살펴보면 처음과 끝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제주올레길 1코스의 시작 지점이 시흥리이고 마지막 코스인 21코스의 도착지점이 종달리다. 그러니까 제주올레길을 1코스부터 시작해서 21코스까지 걷는 시작과 끝이 시흥리와 종달리인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그랬다. 당시 제주에 부임한 목사가 맨 처음 제주를 돌아볼 때 시흥리에서 시작해서 종달리에서 마쳤다고 한다.   

제주올레길의 상징이자 시작인 제주올레길 1코스를 걸었다. 제주올레길 1코스는 시흥리에서 시작해서 두산봉(말미오름), 알오름, 종달리, 종달리 해안도로, 성산갑문, 성산일출봉 아래, 동암사, 수마포해변을 지나 광치기해변에서 끝나는 15㎞ 코스다. 이중 시흥리에서 종달리까지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두산봉(말미오름)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동회선 일주 701번 버스를 타고 시흥리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정류장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약 70m 정도 가면 올레길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걷기 시작한다.  

1㎞ 정도 걸으면 제주올레안내센터가 나온다. 이곳에 화장실이 있다. 성산갑문까지 화장실이 없으니 마지막 출발준비는 이곳에서 하면 된다. 

▲ 제주올레길 1코스 시작지점에서 1km 정도 걷다보면 올레길 안내센터가 나온다.

제주올레안내센터를 지나면 두산봉(말미오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그동안 이곳을 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정자에 리본을 달았다. 오름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깃발 같다. 

시흥리 마을이 처음 생긴 곳이 이곳 두산봉 주변이다. 약 500여 년 전 두산봉 기슭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을이 생겼고 점차 바닷가로 내려와 살았다. 마을의 옛 이름은 ‘심돌’이다. 마을에 힘이 센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시흥리라는 이름은 약 100여 년 전에 생겼다. 당시 채수강 군수가 ‘맨 처음 마을’이라는 뜻으로 시흥리로 고쳐 부르게 했다.   

▲ 두산봉(말미오름)으로 올라가는 길.

두산봉(말미오름)으로 올라간다. 길지 않은 오르막 구간을 다 올라설 무렵 뒤를 돌아본다. 멀리 한라산이 있는 듯 없는 듯 배경이 되고 그 앞에 오름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자식을 품은 엄마, 엄마에게 안긴 아이들 같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목책 앞에 선다. 쉬지 않고 불어가는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제주다운 풍경을 바라본다. 

▲ 두산봉(말미오름)으로 올라가다가 뒤돌아 본 풍경.

우도를 가운데 두고 성산일출봉과 지미봉이 양 옆에 자리잡은 바다 풍경도 좋다. 파란 지붕 소박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주변에 푸른 밭이 넓다. 밭을 나누고 있는 현무암 검은 돌담이 푸른 밭과 잘 어울린다. 삶의 터전에서 우연하게 만들어진 필연의 예술작품이다.

▲ 두산봉(말미오름)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왼쪽이 지미봉, 가운데가 우도, 오른쪽이 성산일출봉이다.
▲ 두산봉(말미오름) 정상 바로 전.

알오름
목책을 따라 시작된 내리막길이 끝나고 평범한 시골길을 걷다보면 알오름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풀밭 언덕길을 지나 알오름 꼭대기에 올라섰다. 

▲ 알오름에서 보이는 지미봉. 지미봉 아래 종달리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도 지미봉과 우도 성산일출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미봉 아래 종달리 마을이 보인다. 앞으로 가야할 길목에 저 마을이 있다. 먼 데서 종달리를 한 눈에 넣는다.  

이곳을 내려가면 이 코스에서 더 이상 오름을 만날 수 없다. 사방이 트인 오름 꼭대기에 서서 몸을 돌려가며 풍경을 눈에 넣는다. 나를 중심으로 풍경이 팽창하거나 수축되는 느낌이다. 허허롭거나 먹먹해진다. 

▲ 알오름으로 올라가는 길.
▲ 알오름에서 본 풍경. 사진 왼쪽이 지미봉, 가운데가 우도, 오른쪽이 성산일출봉이다.
▲ 알오름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풍경.

알오름을 뒤로하고 걷는다. 수확을 마친 밭 가운데 경운기가 쉬고 있다. 수확한 농산물을 담은 박스 위로 햇볕이 쌓인다. 

▲ 알오름에서 내려와서 종달리로 가다가 본 풍경. 수확을 마친 밭이 휴식 같다.

종달리
종달리 입구 사거리에서 마을로 접어든다. 낮은 곳에서 꽃을 피운 동백나무를 보았다. 반짝이는 초록 잎은 종달초등학교 150년 된 팽나무 아래에서 뜀박질을 하는 아이에게 오버랩 된다.

▲ 종달리 마을 입구에 동백꽃이 피었다.

책을 읽는 소녀상에 햇살이 부서지고 그 옆 큰 돌에는 ‘큰 뜻’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아이는 운동장에서 뛰어 논다. 150년 된 팽나무도 책을 읽는 소녀상도 ‘큰 뜻’을 새긴 큰 돌도 이 순간 아이 보다 더 진지하지 못하다. 아이는 멈추지 않는다.  

▲ 종달초등학교 150년 된 팽나무 아래 아이가 달려간다.

마을 골목길은 저 아이가 학교 다니는 길이겠지. 골목길도 아이를 닮아 순박하다. 돌담 안에 핀 유채꽃이 햇볕을 반기듯 여행자를 반긴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길모퉁이도 고목 옆 공방 담벼락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 종달리 마을길.

마을 골목을 지나면 길은 바다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바다로 가는 길에 갈대가 무성하다. 갈대는 무슨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