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에게 갑질하는 산림청
갑에게 갑질하는 산림청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6.03.11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국산 원목은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 도대체가 우리나라 임업에 기여하는 게 없다.”

최근 어떤 이가 MDF나 PB 같은 국내 목질보드류 생산업계를 두고 한 말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나무를 죄다 가져다 쓰기만 할 뿐 임업이나 산림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듣기로는 산림청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한 사람도 국회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서 우리나라 보드산업이 국산 원목을 헐값에 가져가는 게 문제라고 발언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실제로 국산 원목의 최대 수요처는 목질보드류 산업계다. 또 이 산업에 투입되는 원목 가격도 대부분 잘 받아야 1톤에 8만원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암울한 일제 감정기와 6.25동란을 겪으면서 헐벗은 산을 온 국민이 달려들어 피땀 흘려가며 심고, 그것도 모자라 수십 년 동안 가지 하나 꺾지 않고 고스란히 길러낸 우리의 소중한 원목을 대형 트럭에 한 가득 실어서 공장까지 가져다 주어봐야 60만원 받는 게 고작이다. 산림청이 통탄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산 원목 상태를 보면 이마저도 보드업계에서 후하게 쳐주고 있다는 것을 산림청은 알아야 한다. 국산 원목이 부가가치 높은 제재용 원목으로 팔리지 않는 이유는 제재용으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땅에 목질보드류 생산시설이라도 있으니 버리지 않고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국산 원목은 제재업계에 가져가 봐야 8만원은 고사하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다. 

산림청 공무원 머릿속의 우리나라 원목은 모두 수백 수천만 원짜리 숭례문 기둥감일지는 모르겠으나, 산 속의 나무는 8만원도 감지덕지인 수준이다. 두 발 움직여 산에 들어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또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한 기여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목질보드류 생산업계는 산림청과 우리 임업에 있어 가장 큰 고객이다. 그런데 떠받들어도 시원찮을 이들 최고의 고객들을 산림청은 홀대하고 업신여기고 있다. 구멍가게 마인드만 갖추었어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최근 남양주에서 소나무 무단반출을 적발한 산림청이 피의자의 말만 듣고 ‘최고의 고객’ 중에서도 대표적인 한 기업의 명예를 장물아비 수준으로 떨어트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사과는 커녕 “도대체 무슨 피해를 얼마나 입었다는 것이냐?”는 식의 적반하장 반응이다.

또 이 기업의 실추된 명예를 되돌리는 일에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지금보다 조사가 덜 진행된 사항에서도 전국 지자체와 관련 협회에 그 내용을 알리는 공문을 재빠르게 보냈던 산림청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신원섭 산림청장이 나서야 한다. 사과할 것 사과하고 되돌릴 것은 되돌려야 한다. 또 문책할 자 있으면 문책해야 마땅하다. 산림청 공문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 또한 궁극적으로는 산림청장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