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 넘은 산림청, 법정에 서나?
선(線) 넘은 산림청, 법정에 서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6.03.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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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행정적으로 전파했을 뿐”…변호사 “피의사실공표죄 성립된다”
초점 잃은 산림청장 신원섭 산림청장(앞줄 왼쪽)이 7일 경기도 성남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현장을 찾아 방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상황을 설명하는 관계자의 지시봉 방향과 신 청장이 바라보는 지점이 다른 것처럼 보인다. 사진 = 산림청 제공.

피해 기업 “책임 있는 후속조치 있어야”…경찰 “증거 들고 경찰서 찾아가라”

[나무신문] 소나무재선충병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청장 신원섭)의 도를 넘은 확산방지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자칫 법적인 문제로 확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산림청이 피의자의 위치에 선다는 얘기다.

산림청은 지난달 2일 남양주시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 내에서 무허가 벌채 및 무단반출 현장을 적발했다. 남양주시와 합동으로 이뤄진 이날 단속에서 붙잡힌 피의자는 인천 소재 A기업을  납품처로 지목했다. 현행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에 따르면 반출 금지구역에서 소나무를 반출할 경우, 반출자는 물론 그 나무를 받아 쓴 기업도 처벌받는다. 

이후 산림청은 5일 이 피의자의 진술을 토대로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저지를 위한 소나무류 벌채지 및 취급업체 관리 강화’라는 제목으로 전국 지자체와 지방산림청, 관련 협회 등에 공문을 띄웠다.

또 별첨 된 ‘소나무류 무허가벌채 및 무단반출 사례’에는 피의자가 지목한 인천의 A업체 이름을 적시해서 “조사결과 이미 운반차량 3대 분량이 반출되어 인천소재 ‘A기업’에 납품된 사실을 확인”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것이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검찰·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나 감독·보조하는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은 산림·해사·세무·군 수사기관, 기타 특별한 사항에 관해 직무를 행할 특별사법경찰관리도 법률로써 정하고 있다. 이들은 범죄 수사에서 검사의 보조기관으로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며, 범죄 수사에서 검사의 직무상 발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이번에 산림청이 남양주시에서 소나무 무단반출을 단속한 것과 최근 목재법 시행으로 목재 생산 및 유통업체에 단속을 나오는 것도 이 사법경찰관리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산림청은 이번 공문에 대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게 아니라 행정적으로 사례전파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산림청 산림병해충과 임상섭 과장은 “이것(공문)은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올려서 국민을 대상으로 알리는 게 아니고 행정기관 간에 돌아가는 문서다”며 “(기업의 이름을 밝힌 것도) 망신을 준다거나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인천시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고 다른 지자체도 이런 사례가 있으니 벌채지 관리를 강화하라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한 행정적인 조치이며 행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기관 및 법조계는 물론 다른 행정기관의 의견은 이와는 다소 달랐다.

경찰청 경찰민원상담 관계자는 “기소 전에 피의 사실을 알려야 할 때에 우리(경찰)도 사람이나 기업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못 한다”며 “단정적으로 피의사실공표죄가 성립되는 지 말할 수는 없지만, 해당 기업이 해당 공문 등 증거를 가지고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인천시 관계자 역시 기업 이름이 적시된 이번 산림청의 공문에 대해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고 말해 일반적인 행정절차는 아님을 시사했다.

법조계의 입장은 이보다 더 단호했다. 피의사실공표가 맞다는 것. 다만 공익을 위한 일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이마져도 힘들 것 같다는 풀이다.

변호사한병곤법률사무소 한병곤 변호사는 “‘전파’라는 말은 일부 명예훼손 사건 등에서 쓰이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 맞다. 공표함으로써 죄도 바로 성립된다”고 잘라 말하고, “다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위법성이 조각되느냐는 측면에서 접근을 해봐야 하는데, 이것처럼 피의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공표한 경우라면 통상 위법성 조각도 힘들다”고 밝혔다. 조각이란 쉬운말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A기업’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그 누구보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및 확산방지를 위한 노력에 힘써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림청 공문이 전국 시군구에 다 뿌려지면서 이러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더 이상 이 문제로 시끄럽게 하고 싶지는 않지만, 산림청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남양주시와 인천시에 따르면 3월9일 현재 문제의 불법반출 소나무는 피의자의 당초 진술과는 다르게 ‘A기업’이 아닌 다른 곳에 납품된 것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양주시는 이러한 내용의 2차 피의자 심문조사를 바탕으로 4월 중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