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언제나 옳다
제주는 언제나 옳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2.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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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집
▲ 외관.

[나무신문] ‘물리적 요소인 돌담을 연결하고, 시각적 요소인 한라산과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제주 돌담집이 완공됐다. 가로로 길게 늘어트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주택은 귤밭 사이로 뽀얀 얼굴을 드러낸 채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편집자 주> 

410호부터 2번에 걸쳐 HB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소개됩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

▲ 외관.

건축정보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
대지면적 : 806.00㎡(243.82평)
건축면적 : 125.73㎡(38.03평)
연 면 적 : 199.98㎡(60.49평)
건 폐 율 : 15.6%
용 적 률 : 24.54%
외 벽 재 : STO 외단열 시스템, 현무암 돌담 쌓기
내 벽 재 :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도장
시    공 : 건축주 직영 공사
시공 관리 및 건축설계 : HB건축사사무소 02-498-7908 www.hbarchitects.co.kr

자재정보
바    닥 : 멀바우 후로링(난방용)
주방가구 : 제작
일반가구 : 제작
위생도기, 기구 : 대림, 바스렛
하드웨어 : DOMUS
전기기구류 : Legrand
조    경 : 단풍나무, 현무암 자연석 

▲ 1층 평면도.
▲ 2층 평면도.

라이프스타일에 기초하다
최근 폭설로 사흘간 제주공항 운행이 중단됨에 따라 9만 명의 발이 묶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저가 항공의 등장으로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오갈 수 있고, 볼거리가 풍부하기에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폭을 보여 왔다. 이에 이번 폭설은 새삼 제주라는 지역에 오가는 관광객의 숫자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만큼 전원주택 단골 지역으로 언급이 잦았던 경기 가평, 양평 외에도 제주 지역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내륙지역에 비해 시공비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어서다. 특히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연령대가 노년층에서 30~40대로 낮아짐에 따라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 역시 제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건축주 부부는 고향이 제주인 아내의 소망으로 서귀포시 남원읍에 둥지를 틀었다. 본래 부산에 있는 아파트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다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시기에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 해당 프로젝트의 설계와 인테리어, 시공 일부를 진행한 곳은 HB건축사사무소의 정효빈 소장과 이상욱 실장이었다.

▲ 외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제주 돌담집의 건축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부부와 어린 자녀 총 4명이 거주할 계획이었으나, 훗날 어머니를 모실 요량으로 설계가 수정 진행됐죠. 무엇보다 물 맑고 풍광 좋은 제주에 온 만큼 자연을 한껏 만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다수의 주택 설계 및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HB건축사사무소는 설계 기간을 짧게는 2개월부터 길게는 4개월 이상을 잡는다고 설명한다. 직접 사는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 최대한 긴 시간 동안 만족감을 주기 위함이다.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그 후에 얘기해도 늦지 않죠.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도전 정신이나 만족감보다는 건축주 스스로가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계라는 것은 한참 고민을 한 후에 이뤄지는 일종의 창작 활동이다 보니 막연한 생각보다,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완성된 무게감 있는 결과물이 중요하지요.”

▲ 외관.
▲ 외관.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고민하다

▲ 안방.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아 완성한 외관은 주변 단층 주택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위화감이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존 귤밭의 30% 이상을 남기고, 너른 마당을 두는 등 인공적인 요소와 자연적인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제주 돌담집은 건축이 자연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중력으로 대지 위에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건축이 가진 본질적인 운명이라고 판단했죠. 기존의 자연인 귤밭이 인공적 자연인 마당으로 대체되는 것을 최소화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플로팅 매스를 고려했습니다. 플로팅 매스의 효과는 조망을 주거 공간 내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 건축주가 더욱 자연과 동화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1층부에 배치된 마당의 돌담들은 플로팅 매스를 중력과 이어주면서 마당의 기능을 분절해 다양한 이벤트를 발생시키고,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더욱 흐리게 만드는 건축적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외부 데크 위에 놓인 각각의 통나무 스툴도 눈길을 끈다. 이는 건축주의 어머니가 통나무를 잘라 스툴로 만들어 세워놓은 것으로, 하나의 오브제 및 손자 손녀의 장난감 구실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곳곳에 놓인 통나무 스툴은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앉아서 쉬다 갈 수 있는 그늘막이 되고, 평소에는 아이들이 자전거로 장애물을 넘나드는 등의 연습과 놀이 장소가 됩니다. 마치 자연을 그대로 끌어들인 듯한 효과도 있죠.”

▲ 거실(유리 난간).

자유로운 주거의 발견
플로팅 매스에 따라 주생활이 이뤄지는 주거 공간은 2층 레벨로 띄우고, 1층의 공간은 어머님 공간과 거실 등으로 단출하게 꾸몄다. 

건축주 부부와 두 자녀가 주로 함께하는 공간은 2층에 구성했다. 길쭉한 매스 형태에 따라 거실, 주방/식당과 같은 공용공간을 중앙에 놓고 아이 방과 공부방, 안방과 드레스룸 등 사적인 공간을 양쪽 끝에 배치해 프라이버시를 고려했다. 이 중에서도 주방/식당 안쪽에 위치한 AV룸 경계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실용성을 더했다. 

“지금의 매스 형태를 보고 아내분은 길게 나 있는 동선으로 인해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동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마음을 굳혔죠.”

전체적으로는 여러 곳에 큰 창을 설치했다. 북쪽의 한라산과 남쪽의 바다 등 어느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싶어서였다. 덕분에 제주 돌담집에서는 어디서나 제주의 풍경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게 됐다. 

▲ 거실 계단.

아파트에 살면서 느꼈던 수납공간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에는 여러 수납장 및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아울러 두 자녀의 공부방 사이에는 수납장 위에 걸터앉아 창밖을 내다볼 수 있는 간이 공간을 만들어 실용성과 재미를 고루 잡았다. 또한 훗날 자녀들이 각자 생활할 수 있도록 방을 두 군데 계획했으나, 현재는 놀이방과 침실로 각각 꾸며 합리적으로 사용 중이다. 

▲ 공부방.

정효빈 소장과 이상욱 실장은 주방/식당에 설치된 유리 난간을 통해서도 주택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위해 예쁘고 안전까지 지킬 수 있는 유리 난간을 설치했는데 아이들에게 유리 난간은 단순히 안전을 지켜주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투명한 도화지를 발견한 듯 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설계 작업이 유쾌한 이유입니다.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활용법을 사용자에 의해서 알게 되는 일. 여러 프로젝트에서도, 주택이란 장소가 주는 장점이죠.” 
글 =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HB건축사사무소 

 

 

건축가 소개 | HB건축사사무소 정효빈 소장·이상욱 실장 

정효빈 소장은 인제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HyunjoonYoo Architects 연구원으로 수학하며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주)SD Partners 건축사사무소에서 다년간 실무했으며, 현재는 ‘HB건축사사무소’로 전환, 건축가로서 활발한 활동 중이다.
이상욱 실장은 인제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주)HNC에서 플랜트 엔지니어로 재직했다. 이어 2013년 정효빈 소장과 함께 HB건축디자인사무소를 개소했으며, 현재는 ‘HB디자인’을 운영, 다수의 인테리어 설계 및 시공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