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물을 보다
숲에서 물을 보다
  • 나무신문
  • 승인 2016.02.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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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부산 갈맷길 8-1코스
▲ 도착지점인 동천교 옆 돌다리 중간에서 본 풍경

부산 갈맷길8-1코스는 부산 북쪽에 있는 회동수원지의 둘레를 따라 걷는 10.2km 길이다. 

상현마을 회동수원지길 입구에서 출발해서 오륜마을, 땅뫼산황토길, 회동댐, 댐 아래 시냇가 둔치길을 걸어서 동천교에 도착하게 된다.  

▲ 회동수원지 물가의 나무.

숲이 비에 젖는다
부산 노포동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부산지하철 1호선 노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범어사역, 남산역, 두실역을 지나 구서역에서 내린다. 구서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금정경찰서가 있고 그 앞 마을버스정류장에서 금정3-1번 마을버스를 타고 상현마을에서 내린다. 

상현마을 마을버스정류장 앞에 부산 갈맷길 8-1코스의 출발지점이 있다. 상현마을은 선동에 있던 마을인데 현재 선동 9통 일대다. 선동은 선돌(입석:立石)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선돌을 한자로 옮기면서 선동이 된 것이다.

▲ 회동수원지가 보이는 솔숲길을 걷는다.

수원지를 옆에 두고 걷는다. 날이 잔뜩 흐리다. 짙은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숲으로 들어간다. 숲길 바로 옆에 물이 있다. 간혹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오고 그 중에 전망이 좋은 곳에는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었다. 

숲으로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둑투둑 거리는 소리가 난다. 땅으로 떨어지는 솔잎 소리라고 생각하고 계속 걷는다. 하지만 소리가 계속 나를 따라오는 느낌이다. 이슬 같은 빗방울이 숲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에 모였다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수원지 물가 산기슭에 길이 났기 때문에 간혹 나오는 짧고 완만한 오르막 구간을 제외하면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겨울비다. 숲이 정수리부터 젖는다. 투둑투둑 거리며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의 간격이 점점 짧아진다. 걸음도 빨라진다. 

숲 전체가 비에 젖는다. 젖은 숲이 맑다. 향기도 진해진다. 비 오는 날 숲은 그래서 좋다.  
 

▲ 땅뫼산황토길 편백숲에 앉아 회동수원지를 바라본다.
▲ 오륜동마을에서 땅뫼산황토길로 가는 길목에 있는 날개 그림.

편백숲 조용한 물가
수원지 둘레를 따라 이어지던 길이 마을로 들어간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간혹 지나는 차를 조심해야 한다. 아스팔트길도 걸을 만 한 것은 특별할 것 없는 시골마을 풍경 때문이다. 

길 옆 연밭에 여름 한 철 고혹한 연꽃을 받치고 있던 꽃줄기가 말라비틀어지고 꺾이고 굽은 채로 화석처럼 남았다. 

오륜마을로 들어선 길은 땅뫼산황토길로 이어진다. 땅뫼산황토길이 시작되는 곳에 날개를 그린 벽화가 있다. 그곳을 지나 황토길로 접어든다. 

▲ 땅뫼산황토길.

붉은 기운이 감도는 황토길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황토길 왼쪽은 회동수원지다. 잔잔한 수면이 평상심 같다. 황토길 오른쪽은 편백숲이다. 

황토길로 걸어도 되고 편백숲에 난 길도 좋다. 편백숲으로 들어간다. 촘촘하게 박힌 나무들사이로 오솔길이 났다. 군데군데 의자를 놓았다. 의자에 앉아 쉰다.   

편백숲에 앉아 숲 밖을 본다. 수면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파문은 금세 잦아들고 그 사이 또 다른 파문이 꽃잎 벌어지듯 번진다. 

숲은 조용하고 물은 평온하다. 마음이 깊어진다.  

▲ 회동수원지.

서걱대는 길
이 길은 여행 보다는 산책에 어울린다. 숲속 오솔길이 도드라진다. 길도 풍경이 된다. 회동댐 바로 전에 있는 전망데크에 도착했다. 회동수원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회동댐이 보인다. 댐 아래로 내려간다. 

회동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에 1차로 공사를 끝낸 뒤 광복 이후인 1946년에 완공됐다. 지금의 모습은 1966년에 완성된 것이다. 

댐이 만들어지면서 등곡, 새내, 까막골, 아랫마을 등이 수몰됐다. 오륜동과 선동 일대 논밭도 물에 잠겼다.    

▲ 회동수원지 물 위를 나는 새.

회동댐 1차 공사 당시에 수몰마을 사람들은 일제에 보상과 생계대책을 요구했으나 일제 당국은 그 어떤 보상도 없었고 생계를 위한 대책도 없었다. 일제의 이런 태도에 마을사람들은 삽과 곡괭이를 들고 항거했지만 결국 일제의 경찰에 의해 제압당했다.   

1942년 회동댐 1차 준공식 당시 준공 테이프를 끊을 때 수몰마을 사람들은 ‘그 가위는 우리 농민들의 창자를 자르는 가위요 수원지 물은 우리 농민들의 피눈물이다’라고 울부짖었다고 전한다. 

▲ 회동수원지 둘레에 띄엄띄엄 식당이 있다 .

비가 그친다. 길은 댐 아래 냇가로 이어진다. 누런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거린다. 푸른빛 감도는 수양버들 가지가 능청거린다. 냇물 건너 산 아래 집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의 소리가 새어난다. 

얼굴을 전부 가린 채 눈만 내놓고 팔을 휘저으며 잰걸음으로 오가는 아줌마들이 풍경에서 낯설다. 

도착지점인 동천교가 멀리 보인다. 길을 접어 동천교에 도착했다. 동천교 바로 옆 돌다리 중간에 서서 서걱거리는 누런 풀과 물가의 오리들과 먼 곳 아파트단지를 한 눈에 넣고 바라본다. 비가 완전히 그쳤다.  

시냇가 둔치에서 동천교 쪽으로 올라간다. 다리에서 약 300m 거리에 부산지하철4호선 금사역이 있다. 금사역으로 가는 도중에 시내버스정류장도 있다. 버스노선도를 살핀다. 어디로든 가야할 시간이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