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섭 청장님, 식사하러 오세요
신원섭 청장님, 식사하러 오세요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6.02.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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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신문]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공전의 히트작은 뭐니뭐니해도 2015년 5월에 실은 ‘너무나도 게으른 나무신문이 사는 법’이다. 이 칼럼은 2010년 5월에 썼던 ‘목재제품 품질표시 강화에 거는 기대’를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올린 것이다. 그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목재업계의 구태를 개탄한 것이다.

두 번이나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개탄할 일이 하나 더 있어서 지난 2007년 3월5일자 제8호 나무신문에 실렸던 사설을 이번에도 그대로 옮겨본다. 사설 제목은 <청장님,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였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의 제40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김용구 회장을 비롯한 김태규 목재조합 이사장 및 회원사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김용구 회장은 축사에 앞서 ‘여러 조합의 총회가 겹치는 와중에 목재조합을 찾았다’며 목재조합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그러나 이날 조합의 총회는 분명 초라했다. 이는 총회의 규모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40년 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었다.

또 얼마 전 있었던 산림청 개청 40주년 기념행사와 대비되면서부터는 혀끝으로 느껴지는 씁쓸한 감정이 오래도록 가시질 않았다. 산림청은 개청 4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은 물론, 그야말로 ‘성대한’ 기념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합 총회가 개최되는 바로 그 시각, 총회장 인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는 산림청장과 한국합판보도협회 회원사 사장단 등 10여 명이 참석한 ‘합판업계와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승진 청장을 비롯한 구길본 산림이용본부장, 이종건 목재이용팀장 등 산림청 인사와 선창산업 성찬산업 이건산업 동화기업 유니드 한솔홈데코 등 기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간담회에 대해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사안에 대한 논의라기보다는 청장과 기업 대표들 간의 식사를 겸한 상견례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날의 오찬은 참으로 평화로웠을 것이다. 산림청의 수장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서승진 청장과 성공한 기업의 수장들의 오찬이니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서승진 청장은 이날 목재산업의 성공모델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로 5분이면 도착할 지척인 거리에서, 그것도 40회라는 기념비적 총회를, 주무관청이라고 믿고 있는 산림청 관계자 한 명 참석 없이, 말 그대로 ‘총회’만 개최하고 있는 목재가공산업의 현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디 잠시라도 생각해 주었길 바랄뿐이다. 또 비록 겉보기엔 낙후되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목재가공산업계가 목재업계의 본류라는 사실을 산림청이 뼈 속 깊이 인식하기를 주문한다.

이날 목재조합의 40회 정기총회에는 가공산업계의 초라한 현실만 있었던 게 아니다. 분명한 것은 산림청의 미래 또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제49회 정기총회가 2월16일 열린단다. “산림청장님 여기까지 오는데 50년이나 걸렸습니까?”라는 말을 듣지 않을 기회는 올해밖에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