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음산과 요천을 걷고 추어탕으로 몸을 풀다
덕음산과 요천을 걷고 추어탕으로 몸을 풀다
  • 나무신문
  • 승인 2016.01.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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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북 남원 솔바람건강길
▲ 구멍바위 또는 거멍바위라고 부른다. 삼신할매가 애기 못 낳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면 애기를 점지해준다는 전설이 있다.

전북 남원 주천면사무소 옆 장안수퍼에서 시작해서 안곡마을, 달봉, 애기봉, 시계탑(체육시설 있는 곳. 시계가 걸려 있어서 주민들이 시계탑이라고 부른다.), 덕음정을 지나 덕음산솔향산림욕장입구에서 끝나는 솔바람건강길 6.8km를 걷는다.

덕음산 솔숲길을 걷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 옆 허름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청국장이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밥그릇에 소복하게 담긴 밥이 복스럽다. 먹고 모자라면 더 달라고하라시는 할머니의 말 한 마디가 정겹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 앞 길 건너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주천면사무소를 지나가는 시내버스(101번, 102번)를 타고 주천면사무소에서 내려서 그 옆에 있는 장안수퍼 앞에 선다. 이곳이 출발지점이다. 

장안수퍼는 시골길 버스정류장 옆 가게다. 수퍼 앞 돌담 골목이 정겹다. 장안수퍼에서 주천면사무소를 지나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사거리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텅 빈 겨울 들판에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볕이 내려앉는다. 

이정표는 여행자를 안곡마을로 인도한다. 낮은 산기슭에 둥지를 튼 안곡마을에 햇볕이 고즈넉하게 고인다. 그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을길에 ‘덕음산 솔향 산림욕장 안내도’가 있다. 안내도를 숙지한다. 마을에서 산길로 접어들면 달봉, 애기봉, 삼거리, 개미고개, 시계탑, 덕음정, 거북바위가 차례로 나오고 등산로입구(덕음산 솔향 산림욕장 입구)가 도착지점이다.  

안곡마을에서 숲길로 들어선다. 겨울바람에 코끝이 찡하다. 달봉은 해발 고도 370m 정도 되는 봉우리다. 산기슭을 지나면 길은 갑자기 가파르게 치닫는다. 다행히 오르막 구간이 길지 않아 숨을 고르며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능선에 서게 된다. 

달봉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소나무 사이로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산줄기가 웅장하면서도 부드럽다. 

지리산의 자태를 뒤로하고 달봉에 오른다. 달봉은 달이 뜨는 모습을 잘 볼 수 있고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달봉을 지나면 길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데 능선길이라서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걷는 내내 소나무숲이다. 소나무의 알싸한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솔숲길에서 커다란 바위를 만났다. 인근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구멍바위 또는 거멍바위라고 부른다. 삼신할매가 애기 못 낳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면 애기를 점지해준다는 전설이 있다. 

구멍바위를 지나면 애기봉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구멍바위와 애기봉은 서로 연관이 있는 이름이다. 애기봉을 지나 개미고개를 거치면 시계탑이 나온다. 시계탑에서 덕음정 방향으로 걷는다.  

▲ 덕음정.

남원을 흐르는 요천
덕음정에 오르면 남원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360도 시야가 확 트였다. 눈 아래 가까이 춘향테마파크가 보인다.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지나온 소나무숲도 볼 수 있다. 남원 시내 풍경이 망망하게 펼쳐진 가운데 광한루와 요천이 눈에 띈다.  

덕음정에서 도착지점까지는 약 1km 정도 거리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재미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장승이 나타난다. 길가에 줄지어선 장승의 표정에 웃음이 난다. 장승을 지나 도착지점인 덕음산솔향산림욕장 입구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거북바위를 보고 도착지점으로 내려선다.  

도착지점 바로 앞에 요천이 흐른다. 요천은 동학농민혁명 유적지이다. 전라좌도 농민군을 이끌던 김개남 장군이 전봉준 장군과 함께 이곳에서 농민군과 함께 훈련하고 모임을 했던 곳이다.   

요천은 섬진강을 만나 바다로 흘러드는데 예전에는 이 물길을 거슬러 소금배가 오갔다고 한다. 

▲ 추어탕.

보약 같은 추어탕

▲ 추어거리 앞에 있는 조형물.

요천 옆길을 걷다보면 광한루원이 나온다. 광한루원 앞을 지나면 ‘추어거리’를 알리는 귀여운 미꾸라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남원 추어탕집 밀집지역이다. 

추어탕집이 한 골목에 모여 있는 게 아니라 광한루원 주변 길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집저집 돌아보며 걷던 중에 1960년대 후반부터 추어탕을 팔기 시작했다는 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남원 추어탕의 역사는 적어도 5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얘기다. 

많은 추어탕집을 돌아보고 그 중 한 집을 골라 들어갔다. 불 위에 올린 뚝배기에서 추어탕이 보글보글 끓는다.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은 상 위에 놓인 뒤에도 한 동안 보글보글 거린다. 

구수한 시래기가 듬뿍 담겼다. 깍두기, 꼴뚜기젖갈, 멸치볶음 등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맛있다. 뚝배기를 다 비울 무렵 주인아줌마가 “추어탕 좀 더 드릴까요?” 묻는다. 추어탕도 리필이 된다. 다시 한 뚝배기 가득 담긴 추어탕을 다 비웠다.   

덕음산과 요천을 걷고 난 뒤에 먹는, 뚝배기에서 설설 끓는 추어탕 한 그릇은 보약이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