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자투리땅!
응답하라, 자투리땅!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12.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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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중정 품은 작은 점포주택
▲ 전경.

[나무신문] 과천 협소주택으로 눈길을 끌었던 OpAD건축연구소의 오문석 소장이 서울 성북구 길음동 건축면적 49.84㎡(15.08평) 규모 협소한 부지에 4층 점포주택을 선보였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계획한 점포주택은 오래된 빌라나 근생 건물들이 모여 있는 부지 속에서 뽀얀 속살을 드러낸 채 건축주 부부와 이제 막 태어난 어린 자녀와 함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편집자 주>

404호부터 2번에 걸쳐 OpAD건축연구소의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

 

건축주만을 위한 점포주택을 계획하다 

주변이 재개발에 포함되지 않은 유일한 자투리땅. 큰 도로와 작은 골목에 면해 있는 이 부지의 주인은 40대 초반의 건축주 부부다. 오래된 빌라와 근생들이 있고, 뒤로는 아파트 재개발 단지가 위치한 이곳에 건축주 부부는 앞으로의 희망을 그리기 시작했다. 둘 만의 오붓한 빌라생활을 뒤로 하고, 어린 자녀를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한 것.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자투리땅일지 몰랐지만, 건축주에게 이보다 더 소중하고 적합한 장소는 없었다. 

부부는 넉넉지 못한 한정된 예산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기에 건축사사무소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오랜 고민 끝에 오파드건축연구소의 오문석 소장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오 소장은 지금의 점포주택이 완성되기까지 생각보다 긴 기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한다. 

“해당 부지는 두 개의 도로가 면해 있고, 주변 건물들로 둘러싸인, 재개발에 포함되지 않은 콕 박혀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자녀와 함께였지만, 훗날 자녀가 성장한 후에도 거주할 목적으로 지어야 했기에 4층 규모의 점포주택을 계획했죠. 기간은 총 6개월이 걸렸습니다. 3개월 만에 안을 확정했지만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구청과의 이견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결국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다시 하는 만큼 건축주 부부에게 선물이 될 요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덕에 보다 독특한 주택이 완성됐습니다.”

▲ 전경.

초안 시에는 1층 전체를 근생, 2~4층을 단독주택으로 계획하고 일부는 임대를 둘 생각이었으나 설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근생 부분의 면적이 줄어듦에 따라 임대 수익은 과감히 포기했다. 

▲ 전경.

도심 속 단독주택의 이점 누리다  
현재 주택은 1층의 경우 45.18㎡(13.67평) 규모 중, 반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현관 및 세탁실 등으로 구성했다. 생활공간은 2~4층 부분으로, 2층은 38.63㎡(11.69평), 3층은 41.65㎡(12.60평) 규모이며, 4층의 경우 12.17㎡(3.68평)의 침실로 아담하게 구성했다. 임대 수익을 포기한 대신 1층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건축주 아내의 사무실로 활용함으로써 다른 곳에 지불하던 임대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은 작은 땅임에도 불구하고 중정을 뒀다는 것이다. 

▲ 내부 중정.

“이 프로젝트의 포인트는 ‘작다’는 단어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은 집에 알맞은 작은 중정을 둔 이유도 그것 때문이죠. 두 사람 정도가 서면 꽉 차는 사이즈입니다. 중정은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을 만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 채광 확보가 쉽지 않은 주택의 한계를 극복한 매개체라고도 볼 수 있죠. 중정을 통해 들어온 빛이 각 층의 창들로 인해 골고루 분산되며 채광의 열악함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공기 순환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죠.”
프라이버시 확보에도 주력했다. 도심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이 창을 통해 건너편이 들여다보이는 등 불편함이 많은데, 해당 주택의 경우 골목과 아파트 등으로 인해 개인 생활이 침해될 수 있어 창의 크기나 높낮이로 이를 조정했다. 또한 경사가 심한 골목길과 면해 있는 부분은 적삼목으로 마감한 난간을 통해 시선 차단을 도왔다. 

▲ 4층 외부.

깔끔하면서도 합리적으로 구성한 내부
설계와 시공은 모두 오 소장의 지휘 하에 이뤄졌다. 이에 건축주에게 알맞은 맞춤형 인테리어가 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많은 부분에서 건축주와 의견이 일치했기에 보다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 4층.
▲ 4층 창가.

“최대한 심플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콘셉트로 했습니다. 스터코와 적삼목으로 마감한 외부의 내추럴하면서도 밝은 느낌을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내부의 경우에는 밝은 톤으로 하되 흰색 톤 대신 따듯하게 연출 가능한 베이지 톤으로 채도를 잡아 너무 산만하지 않도록 했죠. 한 예로 벽지의 기본색이 베이지라면, 포인트는 그레이 톤으로 잡아주는 등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마감했습니다.”

▲ 3층 주방.
▲ 3층 주방.

이곳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각 층의 공간 구성이다. 거실과 주방/식당을 2층이 아닌 3층으로 구성한 것. 이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에 따라 이뤄졌다. 오래 거주할 공간인 만큼 조망이나 주변 프라이버시 등을 고려했을 때 2층보다는 3층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2층은 침실로, 3층은 거실과 주방/식당으로 꾸몄다. 

“처음에는 오르내리는 동선이 길어 건축주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축주의 말마따나 2층 침실은 밤에 잠을 자는 공간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굳이 3층에 배치할 필요가 없었죠. 이 밖에도 건축주와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생활에 편리한 동선을 계획했습니다.”

▲ 2층 침실,
▲ 1층 현관.
▲ 계단,
▲ 2층 복도.

어린 자녀가 거주하는 만큼 자재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타일 시멘트는 독일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내부 곳곳을 친환경 페인트로 마감했다. 덕분에 새집임에도 불구하고 냄새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건축주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고. 

“친환경 제품으로 고루 쓸 경우에는 확실히 비용적인 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주택의 경우에는 건축주 부부에게 이 공간을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마진 없이 최대한 좋은 자재를 공급했죠. 입주한 후에 건축주 부부가 묻더라고요. 어쩜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이처럼 제품을 잘 선택했을 때는 냄새까지 잡아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이제 건축주 부부의 곁엔 두 기둥이 있다. 삶의 기둥인 집과 마음의 기둥인 자녀. 앞으로 함께 인생을 꾸려나갈 그들의 미래가 자못 기대된다. 
글 =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이재성 작가

건축가 소개 | OpAD건축연구소 오문석 소장

한양대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정건축, 원일건축, 양진석건축연구소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일본의 I.C.D.건축설계사무소의 서울지사인 I.C.D.건축연구소에서 소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OpAD건축연구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2014년 ‘경향신문사 상반기 신지식 혁신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명동 메트로호텔 리노베이션(2004년, 2014년), (주)did벽지 진천공장, 수석동 단독주택, 과천 협소주택 윤집, 제주시 빌라드제주 호텔 등이 있다. 현재는 동소문동 오피스텔(The Eight), 광교지구 단독주택, 성남 사송동 단독주택 등을 진행 중에 있다.

▲ <1층 평면도>
▲ <2층 평면도>
▲ 단면도.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