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주택레시피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주택레시피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12.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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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네 집
▲ 주방,

[나무신문]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오래 전 한 광고에서 인기를 얻었던 이 문구처럼 아이의 몸과 마음이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원당리에 위치한 ‘보리네 집’이 그 예. 이곳 건축주는 어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대안학교가 있는 동네로 보금자리를 옮겼을 정도로 자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편집자 주>

404호부터 2번에 걸쳐 OpAD건축연구소의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

▲ 전경.

자녀를 위한 고민을 거듭하다 
점차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의해 어린아이들의 삶도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방과 후, 친구들끼리 모여 놀이를 즐기던 시절은 옛말.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시간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여느 직장인들처럼, 많은 아이가 집과 학원을 무한 반복하며 이른 나이부터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에 막연한 공부 타령보다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자유에 관심을 가지는 부모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귀 기울이고, 컴퓨터나 텔레비전 등 전자기기에 아이를 위탁하는 데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두 자녀를 둔 건축주 부부는 오랜 아파트 생활을 접고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단독주택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부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자처한 것은 오파드 건축연구소 오문석 소장이었다.

▲ <1층 평면도>
▲ <2층 평면도>

“건축주 부부는 지금의 주택을 짓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보리네 집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연을 빼놓을 수 없죠. 부부는 오랜 노력 끝에 첫째 아이인 보리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7~8년 만에 얻은 값진 보물이었죠. 둘째 아이까지 출산한 후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 광주 원당리에 위치한 대안학교를 알게 됐고 새 보금자리를 짓고자 설계를 의뢰했죠.”

철저히 아이를 중심으로 완성한 주택은 자연스럽게 보리네 집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모던하면서도 깔끔한 내·외부 덕분에 동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로 꼽히고 있다. 

▲ 전경.

자연을 품에 안은 주택  
보리네 집은 부지 선정부터 시공까지 건축주 부부와 오 소장이 함께 의견을 공유하며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 소장은 설계에 무리 없으면서도 건축주 가족의 로망이 잘 구현될 수 있는 적합한 장소를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대지는 기다란 자루 모양의 남북으로 긴 형상을 띠고 있었습니다. 배치 계획에서 주력한 부분은 남측 마당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북측의 좁은 부분에 주동을 위치시키는 것이었죠. 다만 작은 중정을 만들어 후면부에 자리한 안방에도 자연 채광이 잘 스며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이한 모양으로 인해 건축주는 염려를 표했지만, 오히려 배치만 잘한다면 좋은 설계물이 탄생할 가능성이 엿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성장할 수 있는 그들만의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주력했죠. 특히 중정은 서측을 바라보는 여유 공간이자 방문객을 위해 바비큐파티가 항상 열릴 준비가 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내부 중정.

실제 보리네 집이 들어선 부지는 주택으로 공간을 다 채우는 대신, ㄷ자 형태로 설계한 후 마당을 넓게 계획했다. 이에 건축주는 마당을 보며 훗날 보리의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건축 구조로는 철근콘크리트를 택했다. 철근콘크리트는 견고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이 가능하고, 어떤 마감재를 쓰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주택은 중정에 면하는 외벽은 적삼목을 사용해 마감하는 등 일부 부분에는 목재로 포인트를 주고 나머지 부분은 스터코플렉스로 마감해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울러 남쪽으로 나 있는 거실 부분은 큰 창을 통해 채광을 확보하고, 중정 윗부분의 2층에는 긴 파노라마 창을 통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 2층 아이들 공간.
▲ 2층 아이들 공간.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다 

▲ 거실.

보리네 집은 처음 계획한 의도대로 내부를 어린 자녀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활동적인 삶이 가능한 장소로 꾸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공간은 거실과 주방/식당이다. 

“거실은 일반적으로 TV를 보기 위한 소파를 두는 것이 아닌, 주방 및 2층으로 이어지는 미끄럼틀과 스탠드 책장의 연속 선상에 있는 여유 공간으로 규정지었습니다. 학부모들의 방문이 잦은 마을 분위기에 맞춰 큼직한 식탁을 주방/식당에 두고, 많은 친구가 왔을 때 함께 책을 읽거나 2층으로 가는 이동 경로로도 활용 가능한 미끄럼틀과 스탠드를 구성했죠. 책을 읽는 정적인 기능과 놀이시설의 기능을 한곳에 묶어둬 자녀들이 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주방은 중정과 미끄럼틀 및 스탠드 책장 등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주부와 가족 간의 소통을 꾀했죠.”

거실 책장 옆에 설치한 미끄럼틀은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는데, 이는 건축주가 직접 낸 아이디어다. 덕분에 다른 장소를 가지 않고도 집 안에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미끄럼틀이 끝나는 부분을 기점으로는 거실 앞부분까지 벤치를 설치했는데, 하부는 수납장으로 구성해 부족할 수 있는 수납을 대신하고 있다. 

▲ 거실.
▲ 부부 욕실.

욕실도 신경 썼다. 욕조를 바닥에 매립하고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한 고풍스러운 내부는 규모가 커 마치 호텔을 연상시킨다.

“욕실의 경우에는 4인 가족이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요청 하에 이뤄졌는데, 건축주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넓은 마당과 마찬가지로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현재 2층은 놀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훗날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를 대비해 방 2개와 욕실 등으로 구조 변경이 용이하도록 기계 및 전기 설비를 내장해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놀이 공간 앞에는 유리 난간을 설치해 안전을 고려했다.     

글 =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이재성 작가

▲ 전경.
▲ 식당.
▲ 복도.
▲ 복도.

건축가 소개 | OpAD건축연구소 오문석 소장

한양대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정건축, 원일건축, 양진석건축연구소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일본의 I.C.D.건축설계사무소의 서울지사인 I.C.D.건축연구소에서 소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OpAD건축연구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2014년 ‘경향신문사 상반기 신지식 혁신인’에 선정된 바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명동 메트로호텔 리노베이션(2004년, 2014년), (주)did벽지 진천공장, 수석동 단독주택, 과천 협소주택 윤집, 제주시 빌라드제주 호텔 등이 있다. 현재는 동소문동 오피스텔(The Eight), 광교지구 단독주택, 성남 사송동 단독주택 등을 진행 중에 있다.

▲ 복도 상부 파노라마창.
▲ 계단.
▲ 건축주 가족.
▲ 건축주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