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키겠다는 원칙없는 산림청
원칙 지키겠다는 원칙없는 산림청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12.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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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와 법이 원칙인 사회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산림청은 며칠 앞으로 다가온 내년부터 목재법이 정한 대로 강력한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목재법 시행 2년이 넘도록 계도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지키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지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사업하는 사람 거의 전부를  갑자기 전과자로 만드는 게 무슨 법이냐?”

목재법을 두고 한 방부목 생산업체 사장이 한 말이다. 목재법은 법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에서 어긋나 있다는 시각이다. 

법은 지켜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법으로써의 효용성과 가치가 옳고 쓸모 있어야 한다. 목재법과 같은 특정 산업에 관한 법이라면 이해당사자들의 수용한계와 그 소비사회에서의 절대적 필요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새롭게 만들어져서 이제 2년 반 동안 시행해본 목재법이 이러한 법의 원칙을 충족하고 있을까. 아니라는 게 업계 전반의 목소리다.

목재법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제품을 생산, 유통, 사용할 수 있는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없는 것은 아니다’고 하지 않고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한 이유는 그만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목재제품의 품질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지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단 하나의 업체마져 사라지는 한이 있어도 발본색원해 없애버리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방부 좀 덜 되었다고 데크가 당장 썩어 문드러지는 것 아니다. 등급 좀 낮은 구조재로 목조주택 지었다고 하자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우주선 만드는 것 아니고 생명을 결정짓는 치료제 만드는 일도 아니다.

원래 그렇게 그만그만 안전하고 웬만하면 사람 몸에 이로운 게 목재다. 사정에 따라 기호에 따라 방부를 덜 하기도 하고, 옹이 있고 강도 떨어지는 것도 쓸 수 있는 게 목재의 매력이다. 기호와 선택의 문제일 뿐 ‘불량’이라는 말은 애초부터 가당치 않다. 

합판이나 목질보드류처럼 접착제 등 일부 환경과 관계된 제품이 아니라면, ‘불량목재’라는 말은 등급이나 치수를 속여서 판매하고 사용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제품으로서의 목재 자체에 붙여서는 안 되는 개념이다.

지금 목재법은 ‘불량행위’를 잡는 대신 ‘속여서 판매되거나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낮은 등급 제품들을 시장에서 없애는 방향으로 틀이 잡힌 법이다. 목재법이 이처럼 기형적인 모양새를 갖춘 결정적 원인은 그동안 ‘불량행위’가 만연했던 목재업계가 자초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목재법 안에서 정당한 경쟁이 이뤄지는 산업을 갈망하고 있다. 지금 목재법은 이들을 담아내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제 막 시작된 법을 내세워 원칙대로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 자체가 산림청이 목재산업의 문외한임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법이 갖춰야 할 원칙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