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마을이 만나는 곳
바다와 마을이 만나는 곳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12.07 10: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다니의 집
▲ 건물 외관.

[나무신문] 용인에서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던 건축주는 환갑의 나이에 염원하던 조그마한 별장을 올렸다. 철근콘크리트구조에 고밀도목재패널과 물푸레원목으로 외벽을 마감한 주택은 시크하면서도 따스함이 공존해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편집자 주>

 

한적한 해변가에 주택을 올리다 
‘회사 그만두고 농사나 지으며 살지’, ‘은퇴하면 한적한 곳에서 전원주택 한 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떠올려 봤을 것이다. 바쁜 발걸음과 날카로운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심에 염증을 느끼는 이가 많다는 증거다. 너른 바다를 지척에 둔 제주도 등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적한 장소에서 유유자적 나만의 인생을 즐기며 바라보는 바다가 남부럽지 않을 만큼 평온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일까.

일명 ‘베다니의 집’이라고 이름 지은 이곳은 건축주의 오랜 바람으로 탄생한 공간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진행한 (주)포름종합건축사사무소의 황선주 소장은 건축주가 지금의 주택을 짓기까지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투시도.

“건축주는 동해의 한적한 바닷가에 조그만 별장을 짓기로 결심하고, 동해 바닷가 근처 부지를 찾아다녔습니다. 처음엔 주문진 기사문리에 적당한 부지가 나왔다고 해 기본설계에 착수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해 결국 보류하고 말았죠. 그러던 중, 우연히 강릉 해변 근처의 본 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로에서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해수욕장인 반면 번잡하지 않아 안성맞춤이라고 여겼죠.”

▲ 야경.

실제 주택이 들어선 위치는 넓은 가로주차장을 겸비한 해변도로와 소나무 숲을 앞에 둔 곳으로 은빛 모래사장과 청명한 바다와 아침저녁으로 강릉 안목항을 드나드는 페리호가 수평선을 가르는, 건축주의 소망을 담아내기에 제격인 입지였다. 약 3개월의 설계 기간을 거친 주택은 건축주가 황 소장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큰 수정 없이 빠르게 공사를 이어감으로써 만족스러운 장소로 완성됐다. 

▲ 외관.

부지 활용을 극대화한 설계 
진행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지적도를 검토하고 현장 조사를 해보니 많은 난관이 있었던 것. 
“해당 부지가 시유지에서 개인 소유가 된 지 약 2달밖에 되지 않아 마을 주민회와의 소유권 문제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었을뿐더러 모양의 폭이 좁고 길쭉한 다각형 형태를 띠고 있는 등 여러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노력 끝에 인접 시유지가 현황도로로 인정받는 과정과 마을 주민대표와의 수차례 만남 끝에 사전통과의례를 거쳐 건축 준비에 착수할 수 있었죠.”

▲ <2층 평면도>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우여곡절 끝에 구체적인 계획을 이어나가게 된 주택은 열악한 부지 모양을 극복하기 위한 건축주와의 긴밀한 협의 과정으로 설계를 이어나갔다. 입지 조건을 고려해 해풍에도 무리가 없도록 철근콘크리트주택을 건축 구조로 정하고 별장이라는 주 용도에 맞춰 바다 조망을 극대화하도록 1층은 카페, 2, 3층은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점포주택을 계획했다.

▲ <3층 평면도>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외부 형태는 부지 형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획된 각각의 매스들이 조화를 이루고 기능을 극대화하며 형태의 미를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침실이 있는 좌우 매스는 각각 질감이 다른 목재를 사용하고, 배면은 화산석과 같은 내추럴한 재료를 조합해 외부를 마감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소재는 좋은집좋은나무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는 터키산 물푸레원목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변색이 잘되지 않고 우수한 내구성으로 인해 장점이 많아 황 소장의 만족도를 높인 자재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방문객들이 ‘외장재로 쓰인 저 나무가 뭐냐’고 물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 1층 카페.
▲ 1층 카페 내부.

해풍과 부식에 견딜 수 있는 자재 선정, 120㎜ 두께의 압축 단열보드와 3중 로이유리로 단열도 최대화해 환경적인 측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 3층 북도에서 내려다본 거실 상부.

공간 활용과 전망을 고려한 내부 구성
베다니의 집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황 소장은 “건축주가 크리스찬인 관계로 건축 관계자가 모두 모여 현장에서 준공 예배를 진행했는데, 성경책에 나온 베다니의 집이 거론됐다”며 “예수가 축원했다고 알려진 시몬의 베다니의 집이, 탁 트인 동해 바다위로 배가 다니는 풍경을 살필 수 있는 해당 주택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여겨 이름 지어지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극찬을 받은 주택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 3층 게스트룸.

약 99.17㎡(30.00평) 규모의 1층은 카페 용도의 상가로 계획했고, 2층과 3층으로 구성된 단독주택 겸 별장은 배머리 형태의 뾰족한 삼각형 측면 부지를 활용해 거실과 주방/식당, 침실은 상층부의 바다 조망을 극대화하는 평면 배치로 구성했다. 이렇게 탄생한 공간인 2층은 주방/식당, 거실, 부부침실이 바닷가 쪽에 면하고 3층은 게스트룸을 겸한 침실이 바다를 바라보게 완성됐다. 특히 2층 거실은 3층까지 오픈돼 있어 확장감이 느껴진다. 거실의 개방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커튼월 유리를 적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 터키산 물푸레원목으로 마감한 계단.

외부 계단은 2층 현관의 하부 필로티를 통과하도록 동선을 최소화하고 2층 거실은 3층까지 오픈해 다소 협소할 수 있는 거실의 개방감을 높였다. 2층 계단의 하부와 3층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 상부의 자투리 공간에는 다용도 창고와 조그마한 다락을 만들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 2층 거실.

부지 면적이 협소해 별도 마당이 없는 관계로 옥상에는 가족들이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옥상정원을 조성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곳은 철제 난간을 설치해 시원한 바다 전망이 가능하도록 하고, 대지 측면과 배면은 이웃 건물 및 마을과의 프라이버시를 염려해 한 개 층 높이의 가벽을 설치한 후, 중간을 액자 형태로 오픈해 탁 트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덕분에 옥상은 남서쪽으로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대관령의 능선이 조망돼 사시사철 한 폭의 그림 액자를 보는 듯한 풍경을 자랑한다. 

▲ 2층 주방 / 식당.

글 =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주)포름종합건축사사무소 

인터뷰 | (주)포름종합건축사사무소 황선주 소장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축”

 

(주)포름종합건축사사무소의 황선주 소장은 건축이 건축가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좋은 건축물은 신뢰, 소통, 책임감이라는 3가지 포인트가 충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 개인의 능력으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죠. 서로 간의 무한 신뢰 속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소통, 건축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책임감 등이 필요합니다.”

이어 그는 베다니의 집은 이런 요소들이 완벽하게 구현됐다는 점에서 좋은 건축물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인다.

“건축주가 흡족할 만한 아름답고 견고한 건축물을 계획하고 완공하는 요인 중 하나로 건축가의 디자인, 시공 능력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여깁니다. 이어 앞서 말한 건축주와의 상호 노력이 있어야만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죠. 해당 주택의 건축주처럼 서로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존중한다면 더 좋은 건축을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가 소개 | 홍익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택대학원을 졸업한 황선주 소장은 현재 (주)포름종합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있다. (주)하나종합건축사사무소와 동신그룹 주택사업부 등에 근무하며 경력을 쌓은 바 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베다니의 집’ 외에도 ‘구기동L씨주택’ 등 다수의 주택 설계 및 시공 실적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