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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11.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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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궤도하우스
▲ 외관.

[나무신문] 집을 놀이터로 꾸미면 어떨까? 미끄럼틀이 있는 집이 있다면? 만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던 드림하우스(Dream House)가 양평 전원주택 단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축가 이재혁 소장의 재기발랄함이 드러나는 ‘무한궤도하우스’가 최근 전원주택 붐에 힘입어 재조명되고 있다.    <편집자 주>

399호부터 3번에 걸쳐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

재미있는 집, 어디 없나요?
흔히 집을 보금자리, 둥지 등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가족만의 아지트이기 때문이다. 모양과 규모에 상관없이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늑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어린 자녀를 둔 건축주 부부는 양평에 위치한 한 전원주택 단지에 터를 잡은 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원하는 집의 형태는 마음속에 품고 있었지만 비용의 한계가 있었던 것. 그런 이들의 마음을 꿰뚫어본 것은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의 이재혁 소장이었다.

“아빠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넓은 계단을, 엄마는 주방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데크와 놀이방을, 딸은 다락을, 아들은 미끄럼틀을 원했죠. 지극히도 평범해보였던 이 요구사항들을 어떻게 실현시킬지 두 달간 고민에 빠졌습니다. 건축주와 오랜 대화 끝에 그들이 재미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죠.”

건축 모형만 총 6단계에 걸쳐 세심하게 완성된 무한궤도하우스는 눈에 띄는 내·외부로 전원주택 단지 내 일약 스타가 됐다. 

▲ 계단.

집은 놀이터=놀기 위한 집 
‘놀기 위한 집’.

이 소장이 무한궤도하우스를 정의하는 말이다. 그는 이 집이 건축주 가족의 상상력을 실현시킨 장소임과 동시에 요즘 시대를 대변한다고 설명한다.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저서 내용 중에 ‘집은 살기위한 기계’라는 말이 있습니다. 20세기 초 산업화와 대량 생산의 발전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화해가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얘기죠. 그렇다면 2015년 현재, 집이란 곳을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놀기 위한 기계 즉 제대로 놀기 위한 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이케아의 광고를 보면 집은 놀이터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됩니다.”

▲ 6차 과정을 통해 완성된 건축 모형.

캐나다식 경골목구조의 2층 규모 무한궤도 하우스는 대지 특성상 약간의 엇각을 가지게 되면서 주 진입은 도로가 있는 동쪽으로, 남쪽은 대지의 방향과 약간 어긋나 앞집의 뒷모습을 보는 형태가 됐다. 서쪽에는 1층 높이의 보강토 옹벽이 있으며 북쪽엔 1.5m의 낮은 뒷집 마당이 위치해 있다. 특히 북서쪽으로는 마을 입구가 내려다보이는 장관이 펼쳐진다. 각각의 방향과 특징을 고려해 매스 볼륨을 배치하고 주차장과 데크, 마당도 각자의 쓰임에 따라 배치했다. 이를 통해 1층 거실은 북쪽으로, 2층 방은 전부 남향을 바라보는 구조가 완성됐다. 

캔틸레버(Cantilever) 구조를 갖게 된 무한궤도하우스는 지붕과 외벽재를 리얼징크로 마감해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열 성능에 주요하게 기능하는 창호는 삼익 시스템창호 투명 복층유리를 사용해 사계절을 대비했다. 

▲ 1차로 설계했던 건축 모형.

1층부터 2층까지 또아리를 튼 내부 

▲ 2층에서 내려다 본 거실.

무한궤도하우스라는 독특한 명칭처럼 이곳은 내부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내부는 뱀이 또아리를 틀 듯 입구부터 2층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1층과 2층을 거대한 계단이 연결해주는데, 이 장소가 미끄럼틀과 서로 교차하면서 마치 집을 순회하듯 집안을 연결하죠. 건축주 가족이 원했던 계단, 다락, 미끄럼틀, 놀이방이 모여 무한궤도처럼 연속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미끄럼틀은 자녀뿐만 아니라 건축주 부부에게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알짜배기 역할을 하고 있다. 용도도 다양하다. 아이들은 놀이의 개념으로 미끄럼틀을 즐기는 반면 어른들은 2층 욕실 앞쪽에 난 작은 창을 통해 미끄럼틀로 세탁물을 던져 1층 주방/식당까지 내려오도록 하는 것.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미끄럼틀이라는 매개체로 즐거움이 됐다.

▲ 책꽂이.

미끄럼틀 주변에 놓인 긴 계단과 책장은 서울도서관을 연상시킨다. 이 중에서도 책장은 기존 건축주 가족이 가지고 있던 책장을 그대로 사용해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구조목으로 책꽂이를 넣을 칸막이를 만든 후, 원래 가지고 있던 책꽂이를 넣고 나머지는 일반 합판으로 마감했습니다. 기존 책꽂이가 노란색, 초록색 등으로 알록달록한 면이 있어 걱정했는데 완성하고 보니 포인트로 작용해 멋스럽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죠.”

▲ 계단.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하다 

전체적으로 1층 내부는 주방/식당, 거실 등으로 꾸몄는데 거실에서 주방/식당으로 향하는 부분은 살짝 단을 높여 경계를 줘 단조로움을 피했다. 또한 북쪽에 놓인 거실은 서쪽에 난 창을 통해 채광을 확보했다. 일자로 꾸민 주방/식당은 싱크대 부분을 노란색으로 마감해 화사함을 더했다.

2층은 2개의 방과 다락이 놓였다. 물푸레나무집성목으로 마감한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다락에 피아노와 침대를 놓아 딸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덕분에 무한궤도하우스는 다락을 시작으로 미끄럼틀까지 늘 동네 친구들로 북적이는 곳이 됐다.

이 소장은 “최근 건축주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내가 갖고 싶은 집에서 살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단독주택은 건축주들의 확고한 요구와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 =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 주방/식당.
▲ 미끄럼틀.
▲ 딸 방과 연결된 다락.
▲ 거실 2층.
▲ <1층 평면도>

1 현관  2 거실  3 주방  4 놀이방  5 침실1  6 침실2  7 침실3  8 계단  9 미끄럼틀 10 세탁실  12 창고  13 데크  14 주차장  15 텃밭

▲ <2층 평면도 / 다락층 평면도>

건축가 소개  |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소장

건축가 이재혁은 2003년부터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전라북도 고창에 유기농체험농원의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양평 개군면에 경골 목구조주택을 비롯해 리모델링에서 공동주택에 이르는 다양한 주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에는 (사)새건축사협의회로부터 ‘신인건축가상’을 2008년에는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