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넘어 옥계시장 가는 길
고개 넘어 옥계시장 가는 길
  • 나무신문
  • 승인 2015.11.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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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강원도 동해 망상해변~강릉 옥계시장
▲ 기곡마을. 감이 주렁주렁 달린 어느 집.

강원도 동해시 망상해변을 등지고 산골짜기로 들어가면 기곡마을과 심곡마을이 차례로 나오고 심곡마을에서 옷재를 넘으면 강원도 강릉 땅이다. 걷기 좋은 산길 고갯길과 들판을 지나서 옥계시장에 도착하는 11.2km 코스를 걷는다. 

▲ 기곡마을로 가는 길에서 본 풍경.

기곡마을
고운 모래 긴 해변을 따라 걷는다. 망상해변 북쪽 끝 ‘망상오토캠핑리조트’ 앞에서 좌회전해서 굴다리를 지나면 도로가 나온다. 도로를 건너서 ‘포시즌펜션형민박’집 앞을 지나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간다. 

길은 기곡경로당 앞을 지나는데 그곳에 ‘해파랑길’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에 따르면 이곳에서 도착지점인 옥계시장까지 9.7km다. 옥계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해파랑길’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처음 나오는 마을이 기곡마을이다. 산줄기에 싸인 작은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길 양쪽 옆에 집들이 있고 집 앞뒤로 텃밭이 보인다. 길은 구불거리며 집과 집을 잇는다. 멀리 바다도 보인다. 산골짜기 마을 풍경의 배경이 바다다. 

▲ 해파랑길 표시.

민박을 하는 집도 몇 채 있다. 여행지도 아닌 평범한 시골마을에 민박집이 있는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겠다. 아마도 성수기에 망상해변을 찾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민박집을 운영하나보다. 

손님 하나 없는 민박집이 썰렁하다. 집은 사람의 온기로 산다. 사람이 집을 뜨면 집은 쉽게 낡아간다. 빈 집 앞을 지나는데 동네 개들이 짖는다. 개들도 낯선 사람의 발걸음이 멀어지면 짖지 않는다. 

작은 고개를 하나 넘는다. 길이 끝날 것 같으면서 계속 이어지고 마을이 없을 것 같은데 또 다른 마을이 나온다. 

▲ 산 속에 있는 마을

심곡마을에서 옷재까지
심곡마을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기곡마을 보다 꽤 넓다. 길도 여러 갈래다. 그 길에 다 사람이 산다. 

마을 끝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간다. 길 가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붉은 등을 달고 가을을 밝힌다. 

▲ 심곡마을에서 산고개길로 가는 길.

빈 밭 사이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간다. 마을의 마지막 집을 지난다. 마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을 지나면 자연만 남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숲과 마을의 경계는 산짐승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구역이기도 하다. 

넓은 산길을 걷는다. 부드러운 흙을 밟는 느낌이 좋다. 간혹 날카롭게 부서진 돌길도 있지만 길지 않다. 오르막이 완만하다. 망운산(301m) 자락의 옷재를 넘는 길이다.   

옷재 고갯마루가 동해시와 강릉시의 경계지점이다. 동해에서 출발해서 고개를 넘는 길이니 강릉 땅으로 접어든 것이다. 

낙엽 쌓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올라올 때 보다 길이 좁고 거칠다. 가시에 옷자락이 걸리기도 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다. 쓰러진 나무를 길 한 쪽으로 밀어 놓고 걷는다. 

산이 낮아 길도 짧다. 산 아래 사람 사는 첫 집을 만났다. 

▲ 옥계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굴다리 벽화.

옥계시장
남양3리, 행정구역 이름은 건조하다. 옷재 아래 골짜기 이름이 논골이다. 논골 아래 남양3리가 있는 것이다. 그냥 ‘논골마을’이라고 불렀으면 마을이름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겠다. 

빈 논을 지키는 건 논두렁 감나무에 매달린 감이다. 감나무는 집 울타리 안에도 있고 마을 뒷산 기슭에도 보이고 찻길 옆 논두렁에도 자라났다. 눈 돌려 바라보는 곳에 감나무 없는 곳이 없다. 

애써 따지 않는다. 까치도 먹고 사람도 먹는다. 저절로 떨어지는 감은 그 나름대로 어떻게든 소용이 된다. 

▲ 천남마을 들판 풍경.

시골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가을 오후의 햇살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과 깊은 갈색의 서낭당 큰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들녘 풍경이 인상적이다. 

▲ 천남마을

천남마을 논두렁길을 걷는다. 메뚜기 잡아 볶아 먹던 고향의 논두렁길이 생각난다. 길은 마을을 지나 옥계로 넘어간다. 

▲ 억새밭.

옥계로 가는 길목에 벽화가 있는 굴다리를 지난다. 다리 아래 시냇가가 억새밭이다. 냇물 둔치 윗길을 따라가다가 옥계시장으로 들어간다.

▲ 옥계.

매 5일에 장이 선다.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파는 사람 사는 사람도 모이지 않는다. 다행이 장날이어서 길가에 아줌마 아저씨들이 많이 나와있다. 

규모는 작지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장터에 모였다. 과일도 팔고 채소도 팔고 알록달록한 옷도 판다. 예나 지금이나 붕어빵 풀빵을 파는 곳에 사람들이 많다. 

망상해변을 출발해서 걸어온 11.2km 구간을 옥계시장 국밥집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사람 사는 마을과 자연이 어우러진 가을이 아름답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