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그리고 목재서적
숲 그리고 목재서적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11.27 1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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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 22-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나무신문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우리 기업인들에겐 다소 생소할지 몰라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에 임목육종연구소(林木育種硏究所)가 있다. 우리나라의 임목육종연구는 황폐한 산림의 조속한 복구와 경제림을 조성하기 위해 1953년 서울대 농과대학 현신규 박사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그 뒤 임목의 품종개량에 관한 시험연구를 목적으로 1956년 4월에 중앙임업시험장 수원육종지장이 설립되었다. 1963년 농촌진흥청임목육종연구소로 확대·개편되어 산림녹화를 위한 신품종을 개발·보급해 오다가, 산림청이 발족함에 따라 1967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로 바뀌었다고 한다. 

현신규 박사(1986년 작고)께서는 농업진흥청장, 육종학회장, 농업과학협회장, 학술원 원로회원(임학분야) 및 한국포플러위원회 부회장직 등을 지내면서 한국 육종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어르신이다. 현 박사의 대표적인 연구결과는 미국 원산지인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의 교잡을 통해 리기테다소나무를 국내에 보급한 것이다. 그리고 포플러 교잡연구를 통해 은백양+수원사시인 은수원사시(현사시)를 개발했고, 도입육종 연구를 통해 이태리포플러 1-214, 1-476을 널리 보급했다.

바로 이 한국포플러위원회 모임이 오래전 임목육종연구소에서 열릴 때 참석한 적이 있었다. 임업계의 원로 분들이 대부분 모이셨는데 곧이어 대 토론이 시작되었다. 그 직전 서울대 정희석 교수(현 명예교수)께서 필자의 손을 잡으며 “우리는 젊으니 뒷좌석으로 가자” 하신다. 

토론이 열기를 토하며 때로 음성도 높아지곤 한다. 당시 연로하셨던 심종섭 원로(2012년 작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장시간 하신 인사말도 기억에 새롭다. 나중에 알아보니 심 원로께서는 서울대 농과대학 학장, 전북대 총장, 학술원 회원 등으로 활동하셨다고 한다. 

회의 도중 한 원로가 “수입할 때, 보다 더 좋은 종묘(種苗)를 가져오지 그랬느냐”하고 힐책성 의견을 내놓자, 즉시 “아니, 박정희 대통령께서 단기간 그 많은 물량을 가져오라는데 그럴 여유가 어디 있겠냐. 미국 동부로 가서 그저 싹 쓸어 와도 부족한 판에…”라는 답변이 즉시 돌아온다. 

바로 또 다른 한 원로가 회상을 해보신다.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지. 한 번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회의를 하는 도중, 비서실장이 <각하! 다음 일정이 계십니다>하자, [임자는 내가 산림 이야기할 땐 끼어들지 말게!]했으니 우리 임업인의 긍지가 당시 얼마나 컸겠나 말이야”. 

“배영훈 전(前)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의 회고에 의하면, 산림녹화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의지는 1964년 12월에 서독 방문을 마치고 산림 관계자들에게 한, 오기 서린 말 속에 배어 있었다. ‘산이 푸르게 변할 때까지는 유럽에 안 간다.’ 경제개발자금을 얻기 위해 잔뜩 기대를 걸었던 서독 방문에서 기대 이하의 차관을 약속받은 이유가 컸겠지만, 그는 이후 다시는 유럽을 방문하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 경제고문으로 서독 방문 때 통역을 맡았던 “백영훈 교수는 [박대통령은 서독의 정돈된 농촌과 푸른 산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 저렇게 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고 회고했다”라고 박창근 저자는 <환경보호 대통령 박정희>에서 밝히고 있다. 

이제 새삼스러이 식목·조림에 관한 지난 이야기들을 거론코자 함은, 산림녹화를 위하여 해마다 나무를 심도록 정한 4월 5일의 식목일 행사에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참석했지만, 최근 수년 간 대통령들은 불참해 왔다는 것이다. 

금년도의 경우에도 총리가 대신 참석해서 근사한(?) 행사를 치뤘지만 곧 낙마를 해버렸으니 그때 토로한 내용들과 약속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년도부터는 식목일에 반드시 대통령이 참석해서, 미래의 임업에 관한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과 산업발전 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이끌어가야만 할 것이다.

지난 10월 말경 사무실로 책 한 권이 배달되었다. ‘나무와 숲의 감성과 지혜를 담아 드립니다.’라는 친필과 함께 온 책의 제목은 <천년도서관 숲>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오던 김외정 박사의 책이니 물론 학술에 관련된 자료들과 목재이용에 관한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선견이 틀렸음을 발견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흥미로움으로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었다. 그는 첫 장부터 인류가 태어나서 생활 터전이었던 ‘숲’의 중요성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그 예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숲에 나무를 심는 어부>를 다음과 같이 묘사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강을 통해 숲과 바다가 연결되면서 주변의 생태와 환경이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어민들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은 수채화 톤으로 그리고 있었다. 일견 숲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어민들이 마을 뒷산도 아닌 강을 거슬러 먼 상류의 산에까지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부와 지역 주민들은 건강한 숲이 삶의 터전인 바닥의 어족(魚族)을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들은 산이 보내준 풍부한 먹이를 찾아 큰 물고기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大魚丸(대어환)’ 어깨띠를 두르고 산에 나무를 심었다. 실제로 일본 미야기 현에서 굴과 가리비 양식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과거에 플랑크톤의 이상 번식으로 적조 피해를 크게 보았다. 이를 계기로 “숲은 바다의 연인”이라며 숲을 가꾸고, 그 지역에서 생산한 굴을 ‘숲의 굴’이라 이름을 붙였다. 건강한 숲으로부터 흘러내리는 강물의 하구에는 어류·조개·게 등, 어족 자원이 풍부한 어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숲이 풍요로운 바다로 이어지는 생태적 비밀은 산림이 공급하는 영양분에 있다. 숲은 유기 부엽토를 분해해 다량의 무기 미네랄을 강으로 흘려보낸다. 이 강이 이윽고 바다로 흘러들면 먹이가 풍부한 연안 서식지가 만들어진다. 바다로 운반된 각종 영양분은 바다 생물의 먹이인 플랑크톤을 풍부하게 만들며, 이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는 작은 물고기 떼를 쫓아 먼 바다의 큰 물고기까지 연안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강은 숲과 바다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시야를 확장해서 보면 어민과 지역 주민 그리고 숲과 바다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생태계다. 숲이 사라지면 바다다운 바다도, 연안어업도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그리곤 숲에 대해 계속해서 우리생활과 밀접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숲 속 걷기의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거시적으로는 ‘늙은 국가’가 될 우리나라의 의료 재정부담을 줄이고, 미시적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며 “정부는 편안하고 쾌적한 숲길을 지속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충고해준다. 곧 이어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 즉 소나무류, 참나무류, 대나무, 버드나무, 포플러, 밤나무 등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곤 영하 269℃에도 죽지 않는 자작나무, 덩굴식물의 휘감기, 소나무와 송이와의 생존전략, 단풍 칼러쇼의 비밀, 느티나무 숲 등 숲의 과학이슈들에 대해서도 유익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숲의 선물이란 장(章)을 통해 고로쇠의 어원인 ‘골리수’의 전설도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1100년 전 통일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전남 광양의 백운산에서 몇 달 동안 수행하다가 다리가 굳어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 곁에 찢어진 나뭇가지에서 흘러나온 물을 마시면서 다행히 몸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나무는 뼈에 이롭다’는 뜻으로 골리수(骨利樹)라 이름 지었고, 오늘날 고로쇠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또한 토양생물을 숲속의 보물로 본 것은 신기하다 못해 경외롭기까지 하다. 앞부분만 간단히 옮겨본다. “흙 1g은 그야말로 하나의 세계다. 미생물을 인간에 비유하자면 흙 1g은 인간국가와 비슷한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1g의 흙속에는 5,000여 종의 미생물 3천만 마리가 살고 있으며, 총 인구로만 따지면 캐나다와 비슷하다. 만약 그 흙이 비옥한 숲에서 떠 온 것이라면? 개체수는 10억 마리까지 늘어난다. 미국 총 인구의 3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어 5장에서는 김 박사가 임산공학부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연구해 온 학술 연구의 과정 및 결과물을 ‘죽어서도 사는 나무’라는 타이틀로 나열돼 있다. 이달 초 카고시마현에서 필자가 마이크를 잡고 일본산 스기와 히노끼에 관해 설명할 때 이 타이틀을 활용하기도 했던 김 박사의 발명어이기도 하다. 이 장에서는 우리 업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구절이 많다. 목조주택에 관해 그의 깊은 내공이 보이는 부분인 바 습도, 건조, 나이테, 건축기법에 비추어 목재 세포벽 등 목재의 조직구조인 기초로부터 설계/시공/자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같은 목조주택이라도 한옥과 같이 굵고 두꺼운 기둥과 보 목재가 실내에 풍부하게 노출된 중목구조 주택은, 실내에 노출이 전혀 없는 경골구조 주택보다 습도조절 기능이 4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고 기술하며, ‘목재의 결점을 보완한 구조집성재와 CLT구조’라는 공학 기술 및 재료를 분석하고 목재산업의 미래를 예시하고 있다 하겠다.

우리 목재학계 및 연구소에서도 주옥같은 전문적 연구 책자가 나오고 있지만, 더불어 이와 같은 목재업계의 실무자 또는 경영자가 필요로 하는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자가 이어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더 나아가 관련업계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접근하기 쉬운 목재에 관한 전문 참고서이면서, 동시에 미래산업의 먹거리도 암시되는 지침서가 발간되어 국내 및 글로벌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Dream comes true’에 이름은 나만의 꿈은 아닐 것이다.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파렛트콘테이너협회 명예회장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주한피지대사관 명예영사  아세아파렛트시스템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