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의 가치를 조명하다
계단의 가치를 조명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11.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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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계단집

[나무신문] 유독 건축가가 설계한 주택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그만의 독특함이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 독특함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건축주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은 건축주들이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생각하지 못할 방식으로 풀이한다. 전원주택 단지에 들어선 나무계단집은 해가 잘 드는 남향에 계단이 위치한 특이한 구조로 건축주 가족의 쉼터이자 놀이터가 돼 보금자리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편집자 주> 

399호부터 3번에 걸쳐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 

▲ 외관.

건강을 위한 선택, ‘목구조’
백이면 백,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개성은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단독주택을 지을지, 전원주택 단지를 택할 지부터 사람들의 선택은 판이하게 갈린다. 이 중에서도 전원주택 단지의 경우에는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동네 분위기를 형성한다.

나무계단집이 위치한 양평 전원주택 단지는 30~40대 젊은 부부들이 주 거주자다. 약 80채의 주택이 모인 이곳은 건강을 고려하는 이들로 인해 목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본인들의 건강은 물론, 어린 자녀들의 건강까지 고루 신경 쓰겠다는 목적이다.

▲ 외관.

나무계단집의 건축주 부부 역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세대다. 아파트 생활에 염증을 느껴 보금자리를 옮긴 이들은 자신들이 꿈꾼 목구조 주택을 실현해줄 건축가를 물색했다. 그리고 해당 전원주택 단지에서만 8채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의 이재혁 소장에게 설계를 요청했다.

신인건축가상, 서울시건축상 등의 수상 경력으로 실력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 소장은 유독 특이한 설계로 눈길을 끄는데, 그가 진행했던 주택들은 모두 ‘건축주와 똑 닮은 주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연출이 돋보인다. 

건축주 부부가 그에게 요구한 조건은 2가지였다. ‘수납이 충분할 것’, ‘훗날 함께 살게 될 부모님 공간을 고려할 것’. 

▲ <2층 평면도>
▲ <3층 평면도>

1 주차장 2 현관 3 거실 4 주방 5 취미실 6 침실1 7 침실2 8 침실3 9 침실4 10 계단 11 세탁실 12 파우더 13 데크 14 텃밭 15 수공간 16 창고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공간에 재미를 불어넣다 
‘건축주의 성격, 특징 등 세밀한 파악을 위해 최소 4개월에서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그의 철학처럼 나무계단집 역시 6개월이 걸렸다. 

“기성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맞춤복을 찾듯이 주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성복을 살 것이냐 맞춤복을 살 것이냐의 고민 끝에 맞춤복을 설계할 건축가를 찾는 것이죠.”

▲ 주방.
▲ 주방에서 거실을 본 모습.

그러한 맞춤 주택 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방과 거실, 수납공간, 마당’이라고 이재혁 소장은 말한다.

▲ 거실과 세탁실(오른쪽 문).

“주방은 여성에게 로망인 동시에 거실의 역할도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 자주 모이는 공간으로써 소통의 장소가 된 것이죠. 그 때문에 온 가족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 만큼 면적이 확보 돼야 합니다. 또한 앞·뒤·옆 마당 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통해 전원주택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안락함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 2층 욕실. / 2층 샤워실과 빨래 투입구(오른쪽 문).

집 안에 소소한 재미를 첨가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2층 화장실이 그 예로, 샤워기 옆으로 보이는 작은 문으로 빨래를 넣으면 아래쪽 세탁실로 내려가는 편리함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또한 이곳의 주 요소인 나무계단은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발상을 보인다. 지하 주차장에서 시작돼 2층까지 이어지는 계단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해 남향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계단을 버려지는 곳으로 여기고 86㎝ 정도의 폭으로 계획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계단 폭을 94㎝로 넓게 계획했습니다. 계단참 앞에 놓인 큰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의 역할로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 지하 작업실에서 올려다본 모습.
▲ 지하 작업실.

맞춤복처럼 딱 맞는 내·외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외관을 갖게 된 나무계단집은 밖으로 한껏 돌출된 계단 부분을 적삼목으로 마감하고 지붕재로는 컬러강판을 사용해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계단참.

계단참 앞과 데크 옆으로는 간단하게 물장구를 치고 놀 수 있는 수(水) 공간을 만들어 자녀들에게 기쁨을 선물했다. 

▲ 외관.

내부 바닥으로는 강마루를 선택했으며 현관과 계단실은 적삼목 사이딩, 벽과 천장은 종이벽지, 계단재는 물푸레나무집성목으로 마감했다. 목재의 옹이로 인해 거칠면서도 멋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내부는 지하에서 위층을 바라봤을 때 마치 하나의 거대한 나무처럼 시야를 압도한다. 

▲ 2층 계단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된 내부는 층마다 각각의 개성을 살렸다.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지하는 계단 부분을 책꽂이로 만들어 부족한 수납을 대신했다. 이곳은 시원하게 지낼 수 있어 작업실로도 사용된다. 

▲ 1층 부모님 방. / 아이 방.

훗날 부모님이 주로 사용하게 될 1층은 주방, 거실, 침실 등으로 구성했다. 이 중 북쪽에 자리한 거실은 옆쪽에 별도의 문을 달아 세탁기 등 살림 도구를 넣어놓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일자로 배치한 주방 한편에는 냉장고 등을 수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침실은 여러 방 중 가장 큰 공간으로 채광을 확보할 수 있는 남향에 배치했다. 

2층은 안방과 부부의 작업실 겸 자녀 방으로 계획했다. 

“안방에서부터 끝에 있는 화장실까지 복도가 길게 이어진 것이 장점입니다. 10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인데, 원래보다 주택이 훨씬 커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죠. 복도 벽면에는 전부 붙박이장을 설치해 부족할 수 있는 수납을 해결했습니다.”

사진 = (주)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 거실과 세탁실(오른쪽 문).
▲ 계단에서 주방을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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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소장

건축가 소개  건축가 이재혁은 2003년부터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전라북도 고창에 유기농체험농원의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양평 개군면에 경골 목구조주택을 비롯해 리모델링에서 공동주택에 이르는 다양한 주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에는 (사)새건축사협의회로부터 ‘신인건축가상’을 2008년에는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