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를 싸게 파는 집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목재를 싸게 파는 집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11.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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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목재는 박리다매 품목이 아니다. 상품 가격을 저가로 책정해 대량 판매해서 이익을 보는 게 박리다매다. 그런데 제아무리 가격을 싸게 내놔도 하나 팔릴 게 두 개 팔리지 않는 게 목재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에서 박리다매 신공을 펼치는 업체가 있다면 십중팔구 다른 꿍꿍이가 있든지 곧 망하게 될 업체인 게 분명하다. 하루 이틀 하고 말 사업이 아니라면 이러한 집은 애당초 거래를 시작하지 않는 게 답이다. ‘안정적인 고정 거래처’ 없는 성공기업은 없다.

예전에 나는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일하면서 아주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가 혼수를 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판매점 주인이 TV와 냉장고를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내놓는 것이었다. 들여오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판매점 주인은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연히 물건 팔아서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TV와 냉장고를 팔고 어떻게 이문을 남길까?

나름대로 여기저기에서 TV와 냉장고 가격을 알아보고 왔을 그 예비신부는 이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판매점주의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TV와 냉장고에서 손해 본 몇 십 만원은 금세 다리미와 밥솥, 전화기 등등드등등에서 작게는 몇 만원씩 채워지고 매워지고 넘쳐흐르는 광경을 나는 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목재는 박리다매 품목이 아니다. 싸다고 하나 더 팔리는 물건이 아니다. 기껏해야 옆집에서 팔 물건 가로채서 파는 꼴밖에 안 된다. 그만큼 목재업계로 들어와야 할 돈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100원짜리 물건 하나 팔리면 내가 팔든 옆집에서 팔든 그 돈은 목재업계로 들어와 돌며 새끼를 친다. 하지만 내가 10원 마진 포기하고 90원에 파는 순간 목재업계에서 돌아야 할 돈의 규모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최근 목재업계를 보면 ‘신제품’이라는 게 사라졌다. 나는 그 이유가 목재업계 전체를 갉아먹고 있는 ‘박리다매 업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업체들의 가격이 시장가격이 되면서 마진이 줄어들고, 자연히 목재업계 전체가 신제품 개발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 업체들은 옆집 병들게 하고 목재업계를 갉아먹었을 뿐 아니라, 새롭고 질 좋은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할 소비자들의 권리 또한 빼앗은 것이다. 

아울러 최근 목재법이다 뭐다 해서 시끄러운 ‘불량 목재’ 문제의 원흉도 바로 이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정한 마진이 보장되는 시장에 불량품은 없다. 이들을 몰아내기 위한 목재업계의 대동단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