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함께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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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5.11.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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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해파랑길 39코스
▲ 안목해변의 작은 풀 한 포기.

[나무신문] 강릉 남항진해변에서 사천진해변까지 16.2km에 이르는 해파랑길39 코스를 걷는다. 남항진해변 솔바람다리를 출발해서 안목해변, 송정해변, 강문해변, 경포해변, 경포호, 허균허난설헌유적지, 사근진해변, 순긋해변, 순포해변을 차례로 지나 사천진해변에 도착한다. 

▲ 솔바람다리.

솔바람다리에서 경포해변까지
강릉버스터미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남항진 정류장까지 가는 227번 버스를 기다리기에 시간이 없어서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면 남항진 해변까지 갈 필요 없이 강릉항에서 내리면 된다. 강릉항에서 내린 뒤에 솔바람다리까지 약 300m 정도 걷던지 솔바람다리 앞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 

▲ 솔바람다리 위에서 본 풍경.

솔바람다리에 바람이 쉴 새 없이 분다. 다리 위에서서 다리 아래 푸른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에 밀려가는 파도가 도로 아래에서 부서진다. 

솔바람다리를 건너서 바로 앞 죽도봉으로 오른다. 가파른 계단을 잠깐 오르면 된다. 죽도봉에서 강릉항으로 내려간다. 

강릉항 앞을 지나면 안목해변이 나온다. 안목해변은 커피거리로 유명하다. 커피숍과 식당이 도로를 따라 즐비하다.

▲ 안목해변.

번잡한 도로를 벗어나 해변으로 내려간다. 백사장을 따라 걷는다. 하얀 모래 위를 걷는데 눈길을 걷는 기분이다. 

작은 풀이 백사장에 뿌리를 내리고 푸르른 잎을 피웠다. 하얀 모래 위에 녹색이 신선하다. 파도가 부서지는 곳에 푸르른 풀잎을 닮은 젊은이들이 있다. 

안목해변을 지나면 송정해변이 이어진다. 백사장으로 걸어도 되고 도로 옆 인도로 걸어도 되지만 솔밭길을 걷는 게 좋다. 빼곡하게 들어선 소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솔향기가 은은하다. 소나무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좋다.  

▲ 강문해변 조형물.

송정해변을 지나면 강문해변이 나온다. 강문해변은 해변에 설치된 조형물이 인기다. 액자틀 모양의 조형물에 담긴 풍경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사람들이 액자 뒤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 길고 긴 경포해변 해안선

강문해변에서 경포해변으로 넘어가는 곳에 솟대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 경포해변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길고 긴 경포해변에 파도가 밀려드는 모습이 평원을 달리는 기병대와 닮았다. 

▲ 경포호.

경포호와 허균허난설헌유적지
경포해변에서 경포호로 걷는다. 경포호에서 허균허난설헌유적지로 가는 이정표를 따른다. 조류관찰건물을 지나면 물 옆 길이 호젓하다. 멀리 보이는 솔숲으로 길이 이어진다. 

솔숲에는 한 아름 안을 수 있는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그 솔숲에 허균허난설헌유적지가 있다. 

▲ 허균허난설헌기념관으로 가는 솔숲길.

 

▲ 바다 옆 솔숲길.

허균허난설헌유적지 바로 옆이 초당순두부마을이다. 해파랑길 39코스에는 속하지 않지만 바로 옆이니 들러도 괜찮겠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그의 누나인 허난설헌이 태어난 곳이다. 그 터에 기와집을 지었다. 집 옆에 그들의 생애를 볼 수 있는 기념관이 있고 다도체험장 건물도 있다. 

▲ 허균허난설헌기념관.

마을이 순박하다. 골목 울타리 안 감나무에 까치밥이 달렸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도 재미있다. 

▲ 초당순두부마을 순두부백반 한 상.

순두부집으로 들어갔다. 맑은 국물의 순두부 맛이 마을을 닮아 순박하다. 소박한 밥상이 인상 깊다. 

왔던 길로 걸어서 경포호로 나간다. 멀리 백두대간에 노을이 피어난다. 경포호가 그윽하게 보인다. 호수 둘레길을 걸어서 다시 경포해변에 도착했다. 

▲ 사천진해변.

사근진해변에서 사천진해변까지
경포호와 허균허난설헌유적지는 해파랑길 39코스의 중간 정도 된다. 경포해변에서 사근진해변으로 걷는다. 사근진해변 위에 순긋해변이 있고 그 다음이 순포해변이다. 

바닷가 마을이 아담하다. 집마다 민박 간판을 내걸었는데 방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문구를 쓴 집도 보인다. 

순포해변을 지나면 도착지점인 사천진해변이 나온다. 사천진해변 바로 전에 사천진리 마을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강릉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이곳에서 타면 된다. 버스가 드물다. 차 시간을 기다리기 어려우면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 

하루 종일 바다를 보고 걸었지만 그래도 바다가 아쉽다면 사천진리 마을 바로 위에 있는 사천진해변으로 간다. 

▲ 어둠이 내린 바닷가 작은 마을.

해변을 따라 도로가 이어진다. 도로에 선 전신주도 멋진 풍경이 된다. 어둠이 내린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즐기며 커피 한 잔 마신다.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 2층 방을 얻고 바다와 함께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새벽 테라스에 앉아서 일출을 볼 수 있겠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