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한 상업공간, 나무모자를 쓰다
시크한 상업공간, 나무모자를 쓰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10.26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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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 점포주택
▲ 남측에서 바라본 모습.

[나무신문] 100세 시대를 앞두고 노후 준비가 화두다. 정년퇴직 후, 남은 인생을 설계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 중, 알찬 노후 대비 방법으로 점포주택이 꼽히고 있다. 건축주는 노후 준비 및 훗날 자녀에게 물려줄 요량으로 성산동에 점포주택을 계획했다.     <편집자 주> 

395부터 3번에 걸쳐 ㈜건축사사무소유오에스의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마지막 이야기. 

 

건축주, 노후를 준비하다 
건축주는 오래전부터 마포구 성산동에 262.50㎡(79.41평) 규모의 나대지(裸垈地)를 소유하고 있었다. 해당 부지는 한 회사의 주차장으로 빌려준 상태였고, 훗날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만 세워놓은 상황이었다.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다름 아닌 건축사사무소유오에스의 정기정 소장이었다.

“건축주와 원래 친분이 있던 사이였기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습니다. 서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부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죠. 그렇게 성산동 점포주택의 플랜이 세워졌습니다.”

▲ 서측에서 바라본 모습.

기존부터 큰 규모의 점포주택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1, 2층 규모로 아담하게 만들어 1층은 주차장으로, 2층은 다른 이와 함께 사무실로 반씩 나눠서 사용하고자 여겼었다. 그러던 중, 총 4층 규모의 건물을 설계하게 됐다. 

“지금의 점포주택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비용적인 부분도 간과할 수 없었죠. 결국엔 한 가지 접점을 찾게 됐습니다. 건축주의 앞날과 자녀의 행복.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안이었죠.”

 

▲ 4층 목구조, 건축사사무소 회의실 모습.

철근콘크리트+목구조, 하이브리드 형태를 짓다 
현재 완성된 점포주택은 1~3층은 철근콘크리트구조로, 4층은 목구조로 구성돼 있다. 1~3층은 임대세대가 생활하고 4층은 추후 자녀의 신혼집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철근콘크리트구조와 목구조의 하이브리드 형태를 염려해둔 것은 아니었다.

“3층까지 철근콘크리트 타설이 끝난 후, 갑작스럽게 4층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시 철근콘크리트로 지으려니 기존에 생각했던 금액보다 30% 이상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죠. 그때 생각한 것이 목구조였습니다. 목구조는 주거용으로 손색없을 뿐만 아니라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고,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공사비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구조물을 노출시켜 목구조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으나, 내화구조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에서 안방을 제외한 공간 대부분은 구조물이 숨겨지게 됐다.

“내화구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글루램을 사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비싸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내화구조 과정에서 구조물이 돌출되지 못하게 됐는데, 이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2층 만화방 북동측 전경.

이 밖에 임대세대는 마감재를 전부 노출시켜 재료 그 자체가 하나의 인테리어로 작용하게 했다. 인더스트리얼(Industrial)풍 분위기의 공간들은 세련된 느낌을 풍기면서 비용도 절감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됐다. 

전체적인 설계 콘셉트는 점포주택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점포주택은 일반 주택과 달리 수익률을 고려해야하기에 임대세대의 면적은 물론 효율적인 공간 설계를 중점으로 진행했다.

▲ 3층에서 본 계단실.

“층계참에 공용 화장실을 배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죠. 또한 1층에서 4층까지 규모가 제각기 다릅니다. 주차장이 포함되는 1층 면적이 가장 넓고, 2층이 그 다음 등 위로 갈수록 면적이 좁아지죠.”

이렇게 세심하게 설계됐을 뿐만 아니라 모던하면서도 시크한 느낌의 외관, 그리고 주변 편의 시설과의 접근성 덕분에 성산동 점포주택은 완공되자마자 모두 임대가 완료되는 기염을 토했다. 

▲ 3층 디자인회사 북동측 전경.

설계한 공간에 직접 살아보다 
현재 4층 건물은 정 소장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본인이 설계한 건물에 거주하면서 여러  장단점을 느끼고자 했던 까닭이다. 올해 8월 말 완공과 동시에 입주한 그는 약 3개월 동안의 생활을 통해 앞으로 점포주택 설계에 대한 방향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단독주택이건 점포주택이건 편리성으로만 따졌을 때, 아파트를 따라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곳에서도 거주해 보니, 설계 때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콘센트 위치 등 소소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죠. 또한 임대세대와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만큼 서로의 영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설계 때 전부 반영돼야 하는 요소들이죠.”

4층 공간은 거실, 주방/식당, 안방, 욕실 등으로 단출하게 꾸몄는데, 훗날 건축주 자녀가 입주한 후에는 주인세대만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편의성을 더할 예정이다. 

▲ 4층에서 내려다본 계단실.

주택 설계≠로망
정 소장은 주택 설계를 ‘현실’이라고 표현한다. 점포주택의 경우에는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이 혼용되는 형태로, 어떠한 상업공간이 입점하느냐에 따라 주변 환경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소음이 심해질 경우에는, 주거 역할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 2층 만화방 북서측 안쪽.

그는 보다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주택 설계를 진행할 것을 추천한다. 

“아파트에서는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이 주택 설계 시에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배관의 위치라던가 엘리베이터와 계단의 위치 등이 그 예죠.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이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포주택과 다세대주택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이를 희망하는 건축주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중한 선택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사진 = 건축사사무소유오에스

▲ 2층 만화방.

(주)건축사사무소유오에스 정기정 소장 

건축가 소개  건축가 정기정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7번의 시험 끝에 건축사를 취득했고 현재 ㈜건축사사무소유오에스의 대표로 있다.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제3회 젊은건축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받았다. 또한 2012년엔 농어촌건축대전 본상을, 2013년에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제1회 신인건축사상(대한건축사협회상)’을 받았다. 2011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진행한 ‘집을 생각하다’란 기획전에 작가로 참여했으며, 서울시립대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서울시공공건축가로 경기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