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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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5.10.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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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강원도 평창 선자령
▲ 선자령에서 내려가는 길목에서 본 풍경.

[나무신문] 강원도 평창군 옛 대관령길에 있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부터 동해전망대, 풍차가 있는 풀밭,  선자령 정상, 대관령양떼목장 철책 옆 길을 지나 신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다시 돌아오는 12km 선자령길은 지상에서 걷는 천상의 길이다. 

▲ 동해전망대에서 본 풍경. 강릉이 한 눈에 보인다.

동해전망대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횡계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선자령길 출발지점으로 가기 전에 버스정류장 주변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이른 점심을 먹는다. 구수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 해장국과 토속적인 반찬이 입에 맞아 그릇을 모두 비운다.

택시를 타고 약 6~7km 떨어진 선자령길 출발지점인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 도착했다. 주차장 한 쪽에 있는 화장실에서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걷기 시작했다. 

▲ 선자령길 출발지점인 신재생에너지전시관

물 한 병, 김밥 한 줄, 카메라와 렌즈를 담은 배낭은 언제나 든든하다. 옛 대관령휴게소가 보이는 고가도로를 건너서 선자령길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조금 가다보면 ‘선자령(순환등산로 5.8km)’과 ‘등산로입구 0.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어느 쪽으로 가도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선자령(순환등산로 5.8km)’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가면 계곡을 따라 선자령 정상에 올랐다가 풍차가 있는 풀밭과 동해전망대 등을 지나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되고 ‘등산로입구 0.1km’이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르면 그 역순으로 돌아오게 된다.   

‘등산로입구 0.1km’라고 적힌 이정표를 따라 간다. 대관령국사성황당입구라고 적힌 큰 비석을 지나면 바로 ‘선자령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선자령길이 시작된다. 

오솔길 옆에 들꽃이 피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침엽수가 줄지어 서 있는 오솔길은 천상의 길로 접어드는 입구로 충분했다. 

▲ 쑥부쟁이 핀 길.

바람에 풋풋한 가을향기가 듬뿍 담겼다. 발걸음이 가볍다. 작은 들꽃이 반기는 길을 걷다보면 군사시설물이었던 제3벙커터를 알리는 작은 표지석이 나온다. 그 주변에 쑥부쟁이가 지천으로 피었다. 

그곳을 지나면 시멘트도로를 만나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 올라온 사람들도 있다. 선자령을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것이다. 그만큼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 흰진범

시멘트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숲으로 접어든다. 흰진범이 오묘한 모양으로 피어난 숲길은 신비롭다. 그런 길을 걸어서 동해전망대에 도착했다. 한 번 쉬고 가는 곳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 있는 부부가 보인다. 나도 그곳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전망을 즐긴다. 

동해전망대에 서면 멀리 산줄기들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능경봉이 가깝다. 강릉이 한 눈에 보인다. 

가슴 시원한 풍경을 맘껏 즐긴다.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에 쑥부쟁이 꽃무리가 흔들거린다. 

 

백두대간 선자령
동해전망대를 출발한다. 키 큰 억새 주변으로 들꽃이 피어나 울긋불긋 꽃대궐을 만들었다. 꽃이 피어난 가을 산길의 아름다움이 이곳에서 절정을 맞는 듯 했다.

시야가 트이는 곳에 이르니 풀밭이 펼쳐진다. 풀밭에 뿌리 내리고 공중에서 온 몸으로 바람을 맞이하고 있는 거대한 풍차가 ‘훙훙’ 공기를 찢으며 돌아간다. 

▲ 들꽃 핀 오솔길

풍차가 있는 풀밭 한 쪽 옆에 오솔길이 있었으나 사람들은 길로 걷지 않고 풀밭에 발목을 담그며 걷는다. 

풍차 기둥에 등을 기대고 앉아 목을 젖히고 얼굴을 들어 불어오는 바람을 마음껏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풍차가 있는 풀밭을 지난다. 선자령으로 가기 전에 있는 마지막 이정표 옆에 각시취가 피어났다. 

▲ 선자령

그렇게 도착한 선자령, 1157.1m를 알리는 작은 표지석 뒤 거대한 비석에 ‘백두대간선자령’이라고 적혀있다.    


계곡이 있는 길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선자령 정상에 핀 들꽃과 멀리 보이는 풍경을 바라본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모두 내려가고 선자령 정상에 나 혼자다. 이렇게 앉아 있는 동안 시간은 나와 상관없이 흐른다. 

선자령은 12km 코스이니 선자령 정상이 그 중간 쯤 되겠다.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짧지만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 임도가 나온다. 대관령 방향으로 걷는다. 

넓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하늘목장과 대관령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그곳에서 (구)대관령휴게소주차장 이정표 방향으로 가면 된다. 

▲ 선자령에서 내려가다보면 하늘목장 갈림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구)대관령휴게소 주차장 이정표 방향으로 가면 된다

길은 계곡과 함께 이어진다. 쫄쫄 흐르는 계곡이 어느새 콸콸 거리는 소리를 낸다. 바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도 보인다. 

나무 그늘과 무성하게 자란 풀잎 사이로 작은 가야물봉선이 보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을 꽃 한 송이를 바라본다. 

▲ 가야물봉선

물가에 자라난 속새의 마디가 낚시 찌의 야광빛처럼 빛난다. 계곡 물가로 내려가 얼굴을 씻는다. 

길과 계곡이 갈라지는 곳에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길지 않은 오르막을 올라서면 양떼목장 철책이 나온다. 철책 옆 길을 따라 가다보면 가파르게 내려가는 계단길을 만나게 된다. 그길로 내려서서 숲길을 지나면 출발할 때 보았던 첫 갈림길을 만난다. 

옛 대관령휴게소에 가게도 있고 식당도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속이 시원해진다. 고가도로를 건너면 출발지점인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인데 그쪽으로 가지 않고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횡계로 나가는 콜택시를 불렀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