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태양은 왜 오늘 안 뜨고 내일 뜰까
내일의 태양은 왜 오늘 안 뜨고 내일 뜰까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10.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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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지난 주말 지리산에 다녀왔다. 몇 해 전부터 나는 한 해에 한두 번 지리산에 오르고 있다.

내가 지리산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영등포역에서 밤 11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린 다음 거기서 다시 성삼재주차장까지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밤 12시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 버스에 오르는 방법이다.

이 두 방법 모두 새벽 4시 경부터 산행을 시작해 오후 네다섯 시까지 내려와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당일치기 코스다. 산행은 12시간 정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나의 최장 산행기록은 14시간 30분이다.

이번에도 나는 백무동행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났다. 12시 정각 버스가 아니라 급히 증차된 11시50분 차를 타서 그랬는지, 운전수가 과속을 했는지 버스는 3시30분에 백무동에 도착했다. 

새벽 백무동은 산행을 지체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곳이다. 이런 저런 생각 없이 나는 곧장 산행을 시작했다. 내가 백무동에서 오르기 좋아하는 길은 세석산장 코스다. 낮에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새벽의 이 길은 ‘대한민국 등산로’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없는 코스다. 

백무동에서 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천왕봉이 목적지이기 때문에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이용한다. 그래서 세석산장으로 가는 길은 오히려 ‘이러다가 곰을 만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가는 길에 만나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랜턴을 끄고 누워서 은하수가 지나가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곰 따위 걱정을 금방 잊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 밤하늘의 별은 총총히 밝았고 사람과 곰은 없었다.

산행을 시작한지 두 시간여가 지나자 동이 트기 시작했다. 사위의 나무와 바위들과 그때까지 소리로만 들리던 계곡을 흐르는 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의문이 내 가슴 속에서 생겨났다.

그것은 마치 사나운 곰의 앞발이 내 가슴을 찢어발기기라도 한 듯 강렬하고도 갑작스러운 생각이었다.

“내일의 태양은 어째서 오늘 안 뜨고 내일 뜨는 것일까?”

가슴 속에서 단풍처럼 번진 이 의문은 ‘오늘의 해’가 완전히 올라오고, 세석산장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세석산장에서의 아침식사도 거른 채 내쳐서 벽소령으로 향했다. 벽소령이라면 답을 줄 것 같았다.

벽소령은 숲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매우 밝아 푸르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서 음정으로 내려와 마천으로 이동하면 서울 오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막차는 6시4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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