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형제섬길
인천 삼형제섬길
  • 나무신문
  • 승인 2015.10.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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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신도 시도 모도

[나무신문] 신도선착장~구봉산등산로~신도·시도 연도교~해당화꽃길~수기해변~수기전망대~노루메기~시도·모도 연도교~모도소공원 구간 9.5km를 걷는다. 

서해의 작은 섬 세 곳을 연결하는 이 코스는 뻘과 바닷가 마을, 염전과 염생식물, 해당화꽃길, 숲이 좋은 낮은 산, 돌담길 옛 마을 등을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길이다. 

 

▲ 신도에 있는 한 식당에서 먹은 우럭탕.

신도
신도는 섬 주민들이 착하고 신의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봄이면 진달래와 벚꽃이 피어 여행자를 반기겠지만 지금은 가을을 만끽할 때, 낙엽 밟는 소리도 정겹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신도로 들어가는 배를 탄다. 언제나 그렇듯 배 주변으로 갈매기들이 모여드는 까닭은 새우깡 때문이다. 

사람들은 새우깡을 횃불처럼 들거나 하늘로 쏘아올린 조명탄처럼 공중으로 던지거나 입에 물고 갈매기가 채갈 때를 기다린다. 갈매기와 함께한 10분 정도의 시간, 삼목선착장에서도 빤히 보이는 신도에 배는 도착했다.

우럭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신도선착장에서 찻길을 따라 가다보면 삼형제섬길(해안누리길)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구봉산으로 올라가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 될 무렵 뒤를 돌아보니 구불거리는 찻길과 바다가 한 폭에 들어온다. 오르막은 길지 않았다. 

▲ 숲이 좋은 구봉산 임도.

숲길을 걷는가 싶더니 어느새 넓은 임도가 나온다. 숲이 좋은 임도는 흙과 낙엽이 있어 걷기 편하다. 삼형제길 코스는 구봉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임도를 따라 걷다가 바닷가로 이어진다. 

▲ 걷기 편한 구봉산 임도.

시도
신도의 길은 구봉산의 숲길이 대표적이라면 시도의 길은 뻘과 백사장, 염전, 염생식물, 바닷가마을, 해당화꽃길 등 서해 바닷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마니산에서 활을 쏠 때 그 목표지점이 시도라고 해서 ‘살섬’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시도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한다. 

신도~시도 연도교를 건너면서 뻘과 바다가 있는 풍경을 본다. 구름과 안개가 미동도 없는 바다는 하늘과 뻘의 끝이 달라붙은 것 같다. 진득함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 해당화꽃길 옆에 작은 염전이 있다.

1.4km 해당화꽃길은 꽃 필 때 걸어도 좋겠지만 꽃이 피지 않아도 괜찮다. 그길 옆에 작은 염전이 있고 염전 한 쪽에 소금창고가 보인다. 철 지난 염전에는 붉은 염생식물이 자라나 멀리 숲의 푸른빛과 대조적으로 빛난다. 

갈림길 마다 있는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가 나타나고 그 옆 계단으로 내려가면 수기해변으로 가는 해안길이 나온다. 

이 길은 갯바위가 많은데 만조 때에는 물이 차서 위험하다. 길을 걷기 전에 물때를 알아봐야 한다. 

갯바위길이 끝나면서 수기해변의 백사장이 펼쳐진다. 백사장 앞 바다에는 원시어업 방식 중 하나인 독살이 있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해변에 돌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는 것이다. 

▲ 수기전망대로 가는 숲길.

길은 수기해변에서 산으로 이어지고 그 길 끝에 수기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전망을 즐긴 뒤 왔던 길을 되짚어 나와서 한국전력공사 방향 이정표를 따라간다. 

산길을 내려서면서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따라 걸으면 한국전력공사 건물이 있는 마을이 나오는데 마을 돌담길과 오래된 집에서 옛 마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노루메기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삼형제섬 중 마지막 섬인 모도로 향하는 길을 만난다. 

 

▲ 배가 휴식처럼 떠 있다.

모도
시도~모도 연도교 위에서 휴식 같은 풍경을 본다. 드넓게 펼쳐진 검은 뻘과 갯골에 흐르는 물, 아직 다 차지 않은 바다 위에 파란색 작은 고깃배 한 척이 떠있다. 다리 왼쪽 갯바위에는 바다를 향해 달리는 사람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모도는 그물에 고기는 걸리지 않고 띠만 걸려 올라온다고 해서 ‘띠염’이라고 부르던 것이 한자로 바뀌면서 붙은 이름이다. 

도착지점인 모도 소공원에 ‘모도암행어사불망비’가 있다. 이 비석은 1880년 무렵 경기도 암행어사 이건창의 공덕을 기리고자 마을 주민들이 세운 것이다. 당시 모도 주민들은 과중한 세금과 부역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 실상을 본 이건창이 세금과 부역을 면제해줄 것을 나라에 건의 했고 그의 청이 받아들여져 모도 주민들은 삶의 의욕을 되찾고 생업을 꾸려갈 수 있었다고 전한다. 

모도암행어사불망비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