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酒談)
주담(酒談)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10.12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COLUMN 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 21
▲ 이경호 회장 영림목재(주)

[나무신문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몇 해 전에 모일간지에 ‘주당론(酒黨論)’의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가 강력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술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소위 주당들 여러분의 실명(實名)을 올린 것이 사단(事端)이었다. 당시 모 문화원의 원장으로서 필자보다 10년 위이신 선배님이, 왜 당신의 실제 이름을 올렸냐고 야단치고 나오셨다. 그렇지만 나는 당당히 설명을 해드렸다. 고려청자나 이조백자가 왜 전승(傳承)이 안 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만드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 없었지 않았느냐. 예컨대 선배님께서 ‘영등포 주당 팀’과 쓰러질 때까지 술 마시기 시합을 해서 당당히 이기셨다지만, 선배님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후에 누가 그 증명을 할 수 있을 것이며 그저 한낱 풍문에 그치게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당시의 참석 인물과 실제 상황을 묘사해 유명 일간지에 근거로 남기면 자타가 인정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참 그렇기 하네만…” 하시면서도 편한 표정은 아니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술에 관해선 사업이나 사회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분야이다. 특히 호주(好酒) 혹은 대주가(大酒家)로 불리어지는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할 말도 많은 법일 터인데 이번엔 술타령 이야기보다는 우선 술 종류부터 정리해 나갈까 해본다.

대한민국의 삶과 애환이 담긴 국민 술인 소주와 막걸리 그리고 청주, 흔히 고량주 또는 배갈로 부르는 대표적 중국술인 바이주, 일본식 청주인 정종, 보리로 만드는 맥주, 원료를 발효시킨 다음 증류하여 만드는 위스키, 러시아 특산의 보드카, 네덜란드의 진, 멕시코 대표적인 민속주의 하나인 데킬라 등등 각국마다의 고유 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주의 역사를 보자. 1964년 정부는 식량난 등의 이유로 양곡을 원료로 하는 주류제조를 금지하는 양곡관리법을 공포해 이듬해 1월부터 소주 생산업체는 증류식 소주의 제조를 중단하고 희석식 소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70년대에 들어서 주류 유통질서가 문란해지자 정부는 73년, 1도 1사의 원칙으로 제조업체 통합에 나섰으며 통상 30도가 넘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도 25도로 낮아지게 되었다. 지금에야 더욱 더 도수를 낮춘 소주가 속속 등장하면서 애주가들은 본래의 톡 쏘는 맛을 갖고자 일부러 이른바 ‘빨간 뚜껑 25도’ 짜리를 찾기도 하는 실정이다. 소주의 춘추전국시대로 불리우는 지금 이 시점에서 지역별로 전국 대표소주를 찾아보자. 수도권의 참이슬, 충남의 O2린, 충북의 시원, 대구의 맛있는 참, 전북의 쏘달, 전남의 잎새주, 경남의 좋은데이, 부산의 시원블루 등이다. 최근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중국 술은 제조 방법과 재료에 따라 분류법이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투명한 독주인 ‘바이주’와 향긋하고 색이 나는 ‘황주’로 나뉜다. 바이주(白酒)는 수수를 원료로 하는 증류주이며 달짝지근한 향과 독한 목 넘김이 있다. 반면에 황주는 쌀을 원료로 하는 발효주이며 향긋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고 도수가 15~20도로 비교적 약한 편이다. 바이주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마오타이주, 수정방, 우량예(五粮液) 등이다. 중국 청주인 황주는 10년 이상 오래 묵히는 경우가 많아 ‘라오주(老酒)’라고도 하며 약주로 여기기도 한다. 뜨거운 물에 중탕해서 38℃ 정도로 마셔야 가장 맛있다고 하며 브랜드로는 천녠사오싱주 및 구웨룽산(古越龍山) 등이 있다.

맥주의 경우는 세계 각국의 거의 모든 맥주가 수입되어 판매함으로서 국내에서도 편하게 맛을 볼 수가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 외국브랜드 외에도 벨기에의 호가든,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태국의 싱하, 싱가포르의 타이거, 필리핀의 산미겔, 캐나다의 무스헤드와 블루문, 멕시코의 코로나 등에 마니아도 상당수 있다하니 이도 글로벌시대의 덕분이겠지 하고 그저 놀라울 뿐이다.

위스키도 증류주의 일종이다. 엿기름으로 곡류의 녹말을 당화(糖化)·발효시켜서 익게 하고 증류시켜 얻은 독한 술을 참나무통에 넣어 다시 숙성시켜서 독특한 술향기와 맛을 낸다. 1877년 위스키회사가 모여 영국증류자협회(DCL)가 발족되고 정부와 협력하면서 제조업자를 차례로 흡수하였으며, 스카치의 5대 위스키메이커가 이에 참여하면서 시장을 좌우했다고 한다. 위스키는 영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아일랜드에서는 아이리시위스키, 캐나다에서는 캐나디언위스키로서 독특한 발전을 하였다. 미국에서는 켄터키주 버번군에서 옥수수를 주원료로 한 버번위스키가 탄생해 아메리칸위스키의 대표적 존재가 되었다.

각국의 술 이야기는 밤새도록 풀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 이 이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술에 관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풍류 얘기로 넘어가자. 이 또한 오랜 역사 속에 수많은 선조들의 멋과 재치가 넘쳐나 있어 몇 가지만 소개해 보기로 한다.

고려시대 <삼한시귀감>에 [임종비]의 ‘술’이란 제목에 다음과 같이 샘물을 비유했다. 

“손이 있어 지나다 찾아왔는데 
주머니가 비고 한 푼도 없어서
원래는 스님에게 여부산의 술을 구한 것이었으나
스님은 부질없이 혜산천의 샘물을 보내주었네... 후략(後略). 
有客來相過/ 囊空欠一錢/ 本求廬阜酒/ 漫得惠山泉

또한 <청구풍아>에서 [안순지]는 동일한 ‘술’이란 제목으로 도를 깨우치고 있다. 

“도가 있어도 행하지 않으면 취하는 것만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으면 잠자는 것만 못하네
선생은 취하여 살구꽃 그늘에서 자는데
세상에 이 뜻을 아는 이 없구나”
有道不行不如醉/ 有口不言不如睡/ 先生醉睡杏花蔭/ 世上無人知此意

호기로운 음주 예찬과 종횡무진의 낭만의 시를 읊은 또 다른 이는 송강 정철과 월헌 정수강이 빼어났다고 한다. 조선 선조 때 ‘송강가사’에 실린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도 유명하지 않은가. 여기에선 생략하겠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취중작(醉中作)의 낭만시는 이백(李白)이다. 자는 태백(太白)이요,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이며 시선(詩仙)으로 불리운다. 그의 작품들을 지면이 허락 하는대로 옮겨본다.

<달아래 혼자 마시며>
하늘이 술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주성(酒星)이 하늘에 있을 리 없고
땅이 술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땅엔 응당 주천(酒泉)은 없었을 테지
하늘땅도 술을 좋아했거니
술 좋아함이 천지에 부끄럽잖네... 후략(後略)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공산(空山)에 누우면>
천고의 시름을 씻자
연해 마신 백 병의 술
청담(淸談)하기 좋은 이 밤
달 두고 어이 자리
취하여 공산에 누우면
하늘땅이 이부자리이다.
滌蕩千古愁/ 留連百壺飮/ 良宵宜且談/ 皓月未能寢/ 醉來臥空山/ 天地卽禽枕

마지막으로 널리 알려진 그 유명한 장진주(將進酒)의 앞부분을 발췌한다.

그대는 보지 않는가
하늘에서 내달은 황하의 물이
굽이쳐 흘러흘러 바다에 들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그대는 또 보지 않는가
드높은 집에 사는 부귀한 이들
거울 속 백발 보고 한숨 짓는 걸
아침엔 푸른 머리카락 저녁엔 백설(白雪)
인생이란 기쁠 땐 기뻐할 것이
달빛 아래 금술잔을 헛되이 마라.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廻/ 又不見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어찌했거나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아주 오래이며 과실이나 벌꿀 등의 자연발효에 의한 것이 그 원형으로 추측되고 있다. 포도주는 인류 최초의 술로서 신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인류가 농경법을 익혀 정착생활을 하면서 곡류로 밥을 짓고 빵을 만들며 술을 빚게 된 시기는 BC 5000~BC 4000년 무렵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때로 짐작된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주세법에서는 알코올 성분이 1% 이상 들어있는 음료를 말하는데, 나라에 따라서는 그 기준을 0.5%로 잡고 있기도 하다.

적당한 음주는 생활의 활력소이지만 과음 또는 만성적인 음주는 피할 수 없는 질병인 알코올 간질환 즉 지방간, 간염, 간경화, 간암 등 끔찍하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귀가 따갑게 듣고 있다. 따라서 침묵의 장기인 간의 증상이 생기면 어찌될까 하는 애주가들의 고심도 대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저녁식사 약속에도 술 한잔 할 터인 즉 ‘술 앞에 장사 없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 그러나 이왕 마시게 된다면 저 이백의 시 “고래로 잘난 이도 죽으면 그뿐/ 술 마시는 사람만이 이름 남기니…”처럼 그저 즐거웁고 편안하게 술을 보약처럼 마실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말이다.

사나이의 계절, 가을에 접어들며 덕담 아닌 한담(閑談)을 나눠 봄에 그 의미를 찾아본다.

 

이경호 회장 영림목재(주)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파렛트콘테이너협회 명예회장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주한피지대사관 명예영사
아세아파렛트시스템연맹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