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의 관료 나리들
복지부동의 관료 나리들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10.12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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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아침에 친 휀스 사진 한 장 찍고 곧바로 철거 | 이영주 (주)스마트하우스 대표
▲ 이영주 대표 (주)스마트하우스

[나무신문 | (주)스마트하우스 이영주 대표] 관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참으로 황당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행정업무 처리는 예전과 다르게 LTE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LTE급으로 바뀌었다는 표현은 ‘예전에 비해서’라는 단서가 꼭 붙어야 한다.

파주시는 2008년도 지식행정우수기관평가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파주시의 경우 북한과 접경지역이 많아 대부분이 군 동의를 받아야 하는 지역이고 수도권과도 가까워 수도권규제가 겹치기 때문에 행정의 복잡성과 특수성이 존재한다.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파주시의 행정처리 수준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2000년 후반에는 이를 개선하고자 민원업무처리 부서 담당자를 민원실에 모두 모아서 업무를 하게 함으로서 부서간의 빠른 협의를 통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신속하게 민원을 처리하는 대 혁신을 단행했다.

이런 혁신 덕분에 파주시는 가장 느린 행정 처리에서 가장 빨리 행정 처리를 하는 지식행정우수기관이 되었다.

2014년 교하신도시 내에 단독택지지구에 건축허가를 진행하고 착공신고를 하려는데 제동이 걸렸다. 공사현장에 가림막 공사를 하라는 것이다. EGI휀스를 설치해 사진을 찍어서 제출하라는 것.

현장은 교하신도시 한편에 단독주택지를 여러 필지로 분할하여 놓고 LH공사에서 분양을 하고 있는 곳이다. 백여 필지 이상을 조성하였지만 아직까지 건축을 한 곳은 없어 첫 번째 공사 현장이 되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가끔 빈 땅에 텃밭을 가꾸는 사람만 간간히 보일 뿐이다.

▲ 허허벌판에 세워진 가림막.

이런 허허벌판에 가림막 공사라니! 

이런 저런 사정을 이야기 해도 담당자는 복지부동이다. 어쩔 수 없이 설치하고 사진을 찍어 제출 하고서야 착공처리가 되었다.

파주에서는 공사현장마다 희한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공사 착공을 할 때면 아침에 가림막 공사를 하고 오후에는 휀스가 사라지고 공사를 시작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80~200만원 가량. 사진 한 장 찍는 비용치고는 너무 많다.

가림막 공사는 공사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보행자 보호, 미관 등을 위하여 설치하는 것이다.

공사현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지나가던 행인이 건축자재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위험한 현장모습을 노출하는 것도 미관상 좋지 않다.

특히나 도시 한복판에서 하는 공사는 가림막 뿐만이 아닌 방진막, 안전망 등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 공사장의 안전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미관상 해가 되지 않는 다면….

파주시는 산속에서 공사를 해도 예외규정은 없다.

얼마 전 도시에서 외진 심학산 밑자락 전원주택단지에 모듈형 주택을 설치하는 현장이 있었다. 단지는 많은 필지 중 3~4채만 집이 들어오고 나머지는 모두 빈 땅인 곳이다. 특히나 설치장소는 부지의 한편에 있어 사람을 보기도 힘든 곳이었다.

설치하는 시간은 1시간 남짓.

담당건축사와 공무원에게 여러 차례 현장설명을 하고 가림막 공사 없이 착공신고가 가능하도록 애원을 하였으나, ‘소신과 충성심’으로 가득 찬 담당자의 확고부동한 의지에 손을 들어야 했다.

1시간 작업을 위해 1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이고 실제 작업하는 시간보다 가림막 설치하는 시간을 몇 배나 더 투자하였다.

공무원이 융통성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가림막 공사를 규정한 본래의 취지에 부합되는 행정을 펼칠 수는 없는 것일까? 파주시장님이 이 글을 꼭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