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 나무신문
  • 승인 2015.09.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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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남 여수 당머리마을과 용월사
▲ 당머리마을 끝에서 돌산대교를 보았다. 다리 아래가 물살이 거세게 휘돌아 나가는 울돌목이다.

[나무신문] 여수는 날개를 펼친 나비를 닮았다. 나비의 오른쪽 날개 가운데 부분에 여수와 돌산도를 잇는 돌산대교가 있다. 돌산대교 아래 바닷물이 세차게 휘돌아 흐른다. 이른바 울돌목이다. 울돌목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당머리마을 풍경을 스케치 한다.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바다다. 그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사람들은 당제를 지냈다.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용월사 해수관음상은 언제나 바다를 바라본다. 

 

여수의 동쪽 바다
광양 앞바다에서 바닷길로 남쪽으로 내려오면 전라남도 여수와 경상남도 남해 사이의 바다를 만난다. 

그 바다는 여수의 동쪽에 신덕해변, 모사금해변, 만성리해변을 만들어 놓고 돌산도로 내려간다. 

신덕해변은 작고 한가롭다. 아담한 해변에 고운 모래와 넓은 갯바위가 인상적이다. 여름 한철, 특히 주말에는 사람이 모이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날은 한가로운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 모사금해변.

신덕해변 아래에 모사금해변이 있다. ‘모사금’은 ‘모래해변’이라는 뜻이다. 해변 이름이 모래해변이니만큼 모래가 곱다. 해변이 아담해서 정겹다. 모사금해변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만성리해변이 나온다. 

여수의 동쪽 바다에 아담한 해변 세 곳이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다. 해수욕장이 문을 여는 여름 한 철이 아니라면 아담한 바닷가 조용한 마을이 정겹다. 

▲ 마래2터널. 등록문화재 제116호다.

만성리해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마래2터널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건립한 것인데 사람들이 손수 자연암반을 뚫어 터널을 만들었다. 길이 640m, 너비 4.5m 정도 된다. 차량 1대가 지날 수 있는 너비다. 터널 안에 차가 교차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몇 곳 만들었다. 등록문화재 제116호다. 

 

▲ 당머리마을 작은 항구. 뒤에 돌산대교가 보인다.

당머리마을
돌산대교 아래로 물살이 거세게 휘돌아 흐른다. 이른바 울돌목이다. 울돌목 바다 앞에는 당머리마을이 있다. 

▲ 당머리마을 위를 나는 갈매기.

마을 이름의 유래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해안으로 돌출된 지형이 닭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닭머리’로 불리다가 ‘당머리’가 됐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울돌목 거센 물살을 오가며 생계를 꾸려야했던 어부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당굿을 자주 열었는데 당굿을 여는 당집이 있는 곳이라고 해서 ‘당집머리’라고 부르다가 ‘당머리’가 됐다는 이야기다. 뒤의 이야기가 마음에 착착 감긴다.      

사실 당머리마을은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마을이다. 예나 지금이나 바다에 의지해 살아가는 어부들이 울돌목 거친 바다를 바라보며 살고 있다.  

▲ 당머리마을 입구 참장어거리 입간판.

마을 입구에 ‘당머리 참장어 거리’라는 입간판을 세웠다. 돌산대교가 생기면서 주변에 돌산공원, 팔각정 등 사람들이 머물 곳이 늘어났고 여행객들이 많아지자 당머리마을에 식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곳은 참장어 거리로 특화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마을이 작아서 골목도 짧다. 골목을 식당이 차지했다. 식당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지나가는 고깃배가 창문으로 들어올 것 같다. 바닷가 집들은 하얀색 담벼락 위에 하늘색 지붕이 있어 가볍다. 골목 끝에 작은 항구가 있고 작은 고깃배들이 물 빠진 항구에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항구의 끝이 돌산대교 아래다. 돌산대교 아래 울돌목을 흐르는 물살이 ‘울돌울돌’ 소리를 낸다. 
  

▲ 참장어.

바다를 향해 기도하는 해수관음상

▲ 용월사 해수관음상.

당머리마을에서 올라와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로 내려간다. 돌산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7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월전포 방향으로 좌회전 한다. 돌산도의 깊은 속으로 파고든다. 

지붕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지나다 보면 용월사 이정표가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다보니 길이 끝난다. 그곳에 바다를 향한 절, 용월사가 있었다. 

바다에서 솟아 오른 20여 미터의 절벽 위에 절을 지었다. 예부터 있었던 절이 아니지만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해수관음상의 기도가 절에 이야기를 입힌다. 

해수관음상은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사안녕을 기리기 위해 바다를 보고 있다. 해수관음상 아래로 내려가면 용왕전이 있다. 산에 있는 절에 산의 신령을 모신 산신각이 있듯 바닷가 절에는 바다의 용왕을 모신 용왕전이 있는 것이다. 

▲ 용월사 용왕전 내부. 바닷가 바위절벽을 그대로 살려 건물을 지었다.

용왕전 안으로 들어가면 돌출된 바위가 그대로 보인다. 바닷가 절벽에 용왕전을 만들었기 때문에 절벽 바위를 그대로 두고 건물을 지은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바위 앞에 작은 용왕신을 모셨다. 

▲ 용월사 앞 바다와 절벽.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상이나 용왕전에 깃든 사람들의 기원이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기를...

해수관음상 앞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 건너 보이는 곳이 경상남도 남해 남면이다. 고동산 줄기가 남으로 흐르다 응봉산을 밀어 올린다. 응봉산 자락이 바다로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그 앞으로 태평양이 망망하게 펼쳐진다. 

▲ 용월사 앞 바다. 바다 건너 보이는 곳이 경남 남해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