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산림청장 찬조금으로
막걸리는 산림청장 찬조금으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9.3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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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며칠 전 산림청은 전국 MDF와 PB 생산업체 및 수입사를 대상으로 품질단속을 실시했다. 생산업과 유통업에 등록된 전국 50개 업체에 대한 동시다발 전수조사였다. 단속반원만 36명이 투입됐다.

이번 조사는 종전처럼 언론사를 통한 보도자료 배포나 관련 단체에 대한 협조공문 등으로 일종의 ‘사전 귀띔’ 없이 기습적으로 실행됐다. 전수조사나 기습 단속, 투입인원 등에서 모두 이례적인 일이다.

산림청은 나무신문에도 단속이 이미 시작된 이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취재협조를 요청했다. 산림청이 작정하고 기획한 단속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산림청은 이 문제로 지난 봄 호된 감사원 감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질타 대상이었다. 산림청이 마치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주범인양 비춰진 언론보도가 뒤따랐음도 물론이다.

때문에 산림청은 앞으로 이와 같은 동시다발적 전국 전수조사를 전체 목재제품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목재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으니 계도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과연 업계가 충분히 계도되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나는 이날 단속반원들과 몇 시간 동안 동행취재를 하면서 한 수입업체 관계자가 강력하게 항의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관계자는 어째서 생산업체는 단속하지 않고 수입업체만 조사하는 것이냐고 단속반에 언성을 높였다.

단속반원이 조사 대상 업체 목록까지 보여주면서 생산업체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관계자는 수입업체만 엄격하게 단속하고 생산업체는 ‘살살’ 다루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억지 분을 삭이지 않았다.

웃지못할 사건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동행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중 내게 생산업체 한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대뜸 오늘 산림청이 생산업체를 모두 돌면서 품질단속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그는 어째서 산림청이 수입업체는 놔두고 생산업체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동행취재 한 사실과 생산 및 수입업체 전수조사임을 밝혔지만, 그는 또 단속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산림청이 생산업체에 와서는 깐깐하게 굴면서 수입업체에는 봐주기식 조사를 하는 게 문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나라 목재산업은 생산과 수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생산업계나 수입업계 모두 목재산업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또 산림청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목재법은 더욱 정교해지고 단단해질 게 분명하다. 생산업계와 수입업계의 ‘적’은 서로가 아니라 목재법이라는 얘기다.

곧 있으면 한겨울 한파에 땅이 얼어버릴 때가 왔다. 아직 보송보송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수입업체와 생산업체가 한 마당에 모여서 합판 한 번들씩 걸어놓고, 막걸리나 받아 마시면서, 족구시합이나 한 판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