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살다
따로 또 같이, 살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09.14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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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헌(餘與軒)
▲ 외관.

[나무신문] ‘나눔을 담은 집’이라는 뜻의 ‘여여헌(餘與軒)’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자리한 듀플렉스 주택이다. 형네 부부와 동생네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이곳은 나눔을 실천하는 외부 공간과 각각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내부 공간을 통해 따듯하고 포근한 주택을 완성했다.    <편집자 주> 

 

391호부터 3번에 걸쳐 (주)노바건축사사무소의 듀플렉스 주택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

 

전원생활을 실현한 두 가구
40대 초중반의 형네 부부는 꽤 오랜 기간 시동생과 거주했다. 마치 친누나, 친동생처럼 막역한 사이였던 이들은 시동생이 결혼하고서도 관계를 이어갔다. 설계를 맡은 (주)노바건축사사무소의 강승희 소장은 ‘여여헌이 처음부터 듀플렉스 주택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아파트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형네 부부는 단독주택 삶을 꿈꿨습니다. 여여헌을 짓기 전, 목조주택에서 전세로 살며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미리 연습하는 과정도 거쳤죠. 아파트와 달리 넓은 마당에서 어린 자녀들과 물장구치며 놀고, 텃밭도 가꾸는 등 여유 있는 전원생활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형네 부부는 단독주택 한 채를 짓고자 했죠. 하지만 마침 시동생네 부부가 출산하면서 함께 단독주택에서 거주하기를 원했고, 듀플렉스 주택을 계획하게 된 것입니다. 건축비를 단독이 아닌, 두 가구가 충당하기에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바뀌었지만, 목구조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약간의 천식을 앓는 어린 자녀를 위해선 친환경적인 목조주택이 최고의 방법이라 여겼다.  

 

지상 1층 평면도
1,2 현관 
3,4 주방/식당  
5,6 거실
7 서재 겸 AV실
8,9 화장실
10 다용도실
11,12 보일러실
13 창고
14,15 데크
16 파빌리온
17 수영장
18 주차장
19 텃밭

 

 

 

 

 

 

지상 2층 평면도
1 가족실 
2,3 안방
4,5,6 아이 방
7,8,9 드레스룸
10,11,12 화장실
13 창고

 

 

 

철저히 나뉜 단독 공간과 공용 공간 
해당 주택은 여여헌이라는 이름답게 나눔의 흔적이 곳곳에 녹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두 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부터 나눔을 실천했는데, 대신 프라이버시 확보에 주력했다.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설계가 필요했는데, 이는 대지의 경사를 이용해 해결했습니다. 높이 차이가 있는 대지가 두 면의 도로에 접해 있어 하부에는 형네 가족의 주차장과 출입구를, 상부에는 동생 가족의 주차장과 출입구를 둬 진입하게 했죠. 이렇게 진입하는 두 가구는 필로티에서 만나 각자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필로티는 앞마당과 뒷마당을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 <남측 입면도>

대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넓은 마당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데크다. 거실에서 마당 끝까지 이어진 데크의 크기는 6m×11m로 제법 넓은 편이다. 이것이 두 번째 나눔이다. 데크 일부에 작은 수영장을 만들어 여름에는 수영장으로 사용하고, 가을이 되면 수영장의 뚜껑을 덮어 넓은 데크로 활용하도록 실용성을 높였다. 

▲ <서측 입면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데크 하나도 활용도가 높은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여여헌에 설치된 수영장이 그 예죠. 수영장은 동네 아이들의 쉼터로 변신해 이웃 간의 정도 쌓을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가든파티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외부 공간이 되는 것이죠.”

▲ 수영장.
▲ 데크.

실용성 강조한 내부 
내부는 필로티를 기준으로 왼편으로는 159.12㎡(48.13평) 규모의 공간을 형네 부부가, 오른편으로는 89.14㎡(26.96평) 규모의 공간을 동생네 부부가 거주하도록 구성했다. 동생네 1층은 거실, 주방/식당, 화장실로 단출하게 배치한 대신 전용 데크를 따로 설치해 프라이빗 정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안방, 화장실, 창고, 아이 방, 다락으로 꾸민 2층에서 눈여겨볼 곳은 계단이 끝나는 복도공간이다.

▲ 형네 거실.

“현재 동생네 부부가 거주하고 있지만, 훗날 형네 부부의 자녀가 성장해 이곳에서 지낼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생네 복도공간과 형네 드레스룸은 추후 공간 확장을 통해 동생네가 거주하는 2층 공간과 이어질 수 있도록 했죠.” 

▲ 형네 주방/식당.

형네 부부 1층은 거실, 주방/식당, 다용도실, AV실, 화장실로 꾸몄는데, 이 중 AV실은 텔레비전 시청과 영화 감상, 컴퓨터의 사용 등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온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서로의 취미를 즐기는 곳이다. 2층은 2개의 아이 방, 화장실, 가족실, 드레스룸이 위치해 있는데, 아이 방은 공부방 및 놀이터의 개념이며 다락을 침실로 이용 중이다. 

 

▲ 형네 가족실.

10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주택 
단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전세로 살던 목조주택은 단열 성능이 취약해 쾌적한 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형네 가족이 처음 살았던 목조주택은 단열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조주택 단열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새로 짓게 된 주택에서는 우수한 단열 성능을 목표로 했죠. 목조주택은 나무를 주 구조재로 하기에 나무의 물성에 대한 이해와 적합한 디테일이 적용되면 따듯한 집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 동생네 2층 복도.

여여헌은 고단열재를 적용하고 가변형 기밀막을 설치해 습기와 단열 문제를 대비했다. 또한 난방 및 온수사용을 위한 지열보일러와 전기발전을 위한 태양광시스템을 적용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주거로 완성했다. 

“북미에서는 목조주택의 내구연한을 100년 이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번 지을 때 제대로 지어야만 오랜 기간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죠. 지구를 배려한 친환경적인 요건들이 이 공간에서 머물 미래의 후손들을 위하는 길이라고도 여겼습니다.”

▲ 형네 아들 방 다락.

자재는 한정된 예산에 맞추고자 가성비를 고려해 선택했다. 계단재는 애쉬 집성재를, 형네 부부가 거주하는 내부 공간은 친환경 페인트로 마감해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동생네 부부의 내부는 유지 관리가 편리한 합지벽지로 마감해, 추후 다른 식구들이 입주 시 새롭게 단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내부의 수분관리를 위해서는 실크벽지보다는 합지벽지가 유리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여여헌의 가족들은 한데 어울리는 삶에 대한 행복을 알고 있다. 가족과의 나눔을 시작으로 이웃들과 소통하며 사는 이들. 매일같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분명 부모님들로 하여금 소중한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노바건축사사무소

▲ 형네 계단실.
▲ 형네 딸 방 다락 계단실.
▲ 형네 아들 방.
▲ 형네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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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소개

(주)노바건축사사무소 강승희 소장  |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을 졸업한 강승희 소장은 현재 (주)노바건축사사무소 대표이자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강 소장은 목조건축대전 대상, 제주건축문화대상 본상, 경기도건축문화상 본상 등을 받았으며,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 함께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따뜻함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