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寫장 掌칼럼
나 사寫장 掌칼럼
  • 나무신문
  • 승인 2015.09.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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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아주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탔다. 우등고속버스는 고속열차의 일등석보다 넓고 푹신한 좌석임에도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소음이나 흔들림도 덜하다. 이동 중에는 맘대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 시간도 약 세 시간 반 정도로 적절하고 무엇보다 인천으로 바로 간다. 아내와 아이들이 마중을 나오기도 좋다. 앞에서 말했듯이 화장실만 잘 조절하면 된다.

가을이다. 아직 내 나이는 인생에서 여름인데 계절은 가을로 접어든다. 인생의 나이가 가을이 되지 않게 잘 조절해야겠다. 다시 말해 마음이 늙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리오스카의 샌프란시스코베이가 흘러나온다. 여름이 오는 늦은 봄에서 뜨거운 날씨를 상상했던 것처럼 다가오는 가을을 바라보는 아주 늦은 여름에 눈내리는 크리스마스를 생각한다. 밝은 빨강색 반바지와 코발트블루의 반팔티 아주 짧은 모히칸 스타일의 머리와 그 머리 위에 얹혀있는 아르마니 흰뿔테 선그라스. 사십 초반의 사내가 우등고속을 타고 인천으로 향한다. 화장실만 잘 조절하면 어떤 교통수단보다 편한 우등고속 말이다.

 

 

글·사진 _ 나재호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