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고쿠목재에서 배운다
츄고쿠목재에서 배운다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9.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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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 20
▲ 드넓은 원목장 및 원목 투입처.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나무신문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지난 6월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의 여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는데, ‘츄고쿠목재(대표이사 호리카와 토모코), 휴가공장’의 신축공장 오픈식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중국 및 대만의 거래선들을 초청했으며 한국에선 에이전트십을 갖고 있는 영림목재 두 명을 초대했다.

츄고쿠목재는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히로시마에 본사를 두고 북미재 및 국산재 제재, 집성재 제작으로 유명한 회사이며 특히 건조 시설에 있어서는 타 회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국에 있는 공장규모만 해도 본사공장인 히로시마 쿠레시에 부지면적 13만7800㎡ 및 고하라공장 12만5200㎡-기타히로시마 4만㎡ / 사가현 이마리사업소 29만6400㎡ 및 니시큐슈목재 2만9000㎡ / 이바라키현 카시마공장 29만6400㎡ 및 미야노사토목재 2만7000㎡ / 오이타현 오이타공장 2만1800㎡ / 후쿠오카현 우티공장 2만6000㎡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이다. 특히 건조시설은 1기에 50㎡ 용량기준으로 총 750여 기에 달하며 이번 휴가공장에의 신설분만 해도 고온건조기 30기, 중온건조기 12기이다. 

▲ 자동화된 제재공장 내부. 오른쪽에 대차시설이 있으나 인파에 가려짐.

츄고쿠목재의 역사는 1953년(쇼와 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술통 제조로부터 시작해 목재칩 분야에서 일본 최초로 기업화에 성공한다. 67년부터 북양재, 77년부터 미송제재도 함께 제재를 개시했으나 85년에 이르러 북양재 제재는 중단하고 미송제재로 완전 단일화 한다. 

그들의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이뤄진, 단호하고 신속한 판단에 대해서도 우리들은 심각하게 주시해서 이들이 암시하고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본다. 이어 89년에는 건조평각재 ‘드라이 빔’ 제조를 개시하고 95년부터 CAD디포시스템(Depot System)에 의한 프리컷트 공장 가동개시, 97년 집성재 공장, 2012년부터 국산재 제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른 발전설비의 추이를 보면 2003년 고하라공장 증기발전소 출력 1990kw / 2005년 쿠레본사 바이오매스발전소 5300kw / 고우노이케 바이오매스발전소 2만1000kw / 이마리공장 대형보일러 설치 그리고 이번 공장에는 바이오매스 대형보일러와 1만8000kw 발전기로 생산능력 뒷받침을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신설 공장을 위해 정부 및 지역 관청에서 적극 나서서 여러 행정적인 지원을 신속히 해주고 있으며 원목 전용부두를 공사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일본의 목재산업에 대한 지원사항을 벤치마킹해 연관부서에 아무리 설명해도, 국내에서는 목재관련 시설 보조금 얘기만 나오면 뒷걸음치는 상황에선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다. 해당 공무원은 기업체에의 특혜 시비에 엮일 가능성에 몸을 움츠리게 되고 예산상의 문제, 아니면 담당인력의 부족 또는 법규문제를 들먹일게 뻔하지 않은가. 

일본에서는 목재가공 산업에의 국가 보조금이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왜 불가능할까. 십여 년 전 필자가 일본 와세다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타에서 1년간 연구원자격으로 수학한 뒤 귀국해 당시 산림청장과의 면담을 통해서 일본에의 예를 들며 국내에서도 이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그는 한마디로 “우리나라에도 당연히 보조금제도가 있다. 몰랐었냐. 다만 행정상 해줄 수 없을 뿐이다”라며 거절해 상당기간 준비해온 자료는 실망 속에 휴지조각이 된 적이 있었다. 

▲ 즐비한 건조기.

물론 일본 목재시장의 시장규모는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건조로 10기를 갖고 있는 국내회사를 찾아보기도 어려운데, 일본의 ‘츄고쿠목재’의 경우 단일회사 만으로도 건조로 800기를 운용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목조건축협회(회장 장길완)에 의하면 작년도 목조건축 착공수가 연간 1만2000세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철근-콘크리트 위주의 건축불경기 시대에도 불구하고 목재건축 분야는 나름대로 약진해서 나타난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된다. 

그렇지만 일본의 연간 40만~60만 세대에 달하는 착공 수에 비하면 아직도 초라한 실적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굳이 비교해 보자면, 인구 및 경제능력 면에서 볼 때 앞으로 그만큼 목재건축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츄고쿠목재’사의 휴가지역에의 신축공장 참관으로 돌아가 보자. 방문객 500여 명 이상이 총부지 41만7058㎡(12만6381평)를 도보로 전부 돌아본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멀리서 바라본 원목전용부두, 드넓은 원목장, 원목 선별기, 완전 자동화된 제재 라인, 제품적재 라인, 가공 공장, 건조시설 및 중앙컴퓨터실로 원격 작동되는 대형 보일러와 건조장들을 둘러보았다. 

약 2시간에 걸쳐 일관화된 현대식 공장을 둘러본 후 임시 준비된 실내 장소에서 잘 기획된 행사가 시작되었다. 호리카와 토모코(堀川 智子)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정부 및 지방자치 단체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리곤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귀빈들을 앞무대에 모시고 큰 목조술통을 목방망이로 깨서 각자 술 한 모금씩을 마시는 관습이었다. 다행히 전에도 일본 내에서 물류업무 관계로 겪은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토모코 사장의 부친이신 호리카와 야스유키 회장께서는 다소 불그스레 상기된 얼굴로 대견스럽게 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정 일본 목재업계의 대부다운 모습이었다. 오다와라 토모노리(小田原 智典) 부회장과 호리카와 야스히코(堀川 保彦) 부사장도 반가이 인사를 하며 덕담을 나누었다. 

▲ 거대한 보일러시설.

오신 손님 중, 이미 한국에 진출한 나이스사의 스기타 마사유키 본부장과 히구라시 키요시 사장 그리고 특수목의 거목인 마루우사의 오시모토 마사카즈 전무와 츠츠미 켄키치(堤 健吉) 사장과도 오랜만에 안부를 나누게 되었다.

참으로 부러운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건설되고 있는 부두는, 원목을 수입할 때뿐만 아니라 제품을 수출할 시에도 원가 및 시간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이 광대한 부지, 완전자동 설비, 보일러 및 발전기까지도 금전적인 보조금에다가 적극적으로 행정적인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니 그저 깊은 생각에 잠길 뿐이다. 

어느 곳이던 일본 지역에서는 일반 업체가 목재 가공기나 목공관련기계를 신규 구입할 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로부터 20~40%의 보조금을 받으며, 또한 국산재를 사용하여 관급 건축물을 지을 때에도 조합을 구성해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즈음에서 볼 때 사실은 무엇보다도 우리 목재업계의 자성(自省)도 필요하다. 실상 목재산업 업계에도 많은 장르가 있으며 따라서 각 분야의 입장에 따라 여러 환경이 다를 수 있다. 

나무를 키우는 임업인이나 농원 경영인을 떠나서 산업계만 크게 나눠 보더라도 생산업자와 수입업계의 이해관계, 활엽수와 침엽수의 소비 경쟁, 국제적인 인증의 해석차이 또는 걸림돌, 협회 등 단체 간의 갈등, 변화무쌍한 업체 간의 경쟁, 수출정책 우선의 환율정책, 관과 민의 불신 등등 너무나 많은 어려움과 숙제가 쌓여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렇듯 산적되고 더욱 심화되는 난관을, 누구의 탓만 하지 말고 우리업계 스스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우리에겐 목재업계 연관 19개 협·단체가 연합된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가 있다. 

현재 제3기 회장단이 구성되어 있고 여의도에 사무실(02.3775.3075)과 상주 직원(성부용 대리)도 근무하고 있다. 언제라도 협의할 사안이라든가 좋은 제의가 있으면 연락주시기 바란다. 

더불어 12월3일(목)부터 6일(일)까지 COEX에서 ‘2015 Wood Fair’가 총연합회 주관과 산림청 주최로 개최된다. 우리 목재업계가 이 목재주간에 모두 참여하여 만사를 토론하고 상생발전을 위해 축제의 장을 갖도록 하자. 그리하여 목재가 철근-콘크리트-플라스틱-알루미늄-종이보다 미려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 원자재임을 각인시키는 기회가 되도록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이경호 회장 영림목재(주)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한국파렛트콘테이너협회 명예회장 /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 주한피지대사관 명예영사 / 아세아파렛트시스템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