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 식물원
호주 브리즈번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9.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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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 23 -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 호주 브리즈번 식물원.
▲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나무신문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호주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브리즈번(Brisbane)은 온화한 기후와 아름다운 주위환경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차를 타고서 남쪽으로 해안을 따라서 한시간 반을 달리면 휴양지로 알려진 골드코스트 해안의 도시 서퍼스파라다이스(Surfers Paradise)도 있고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서 올라가면 바닷가를 끼고서 여러 곳의 휴양도시들이 나타난다. 특히 골드코스트 지역은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브리즈번 식물원은 시내의 한 가운데를 흐르는 브리즈번 강이 굽이를 만드는 곳에 있다. 시내 중심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곳이므로 필자는 브리즈번에 들릴 때마다 이 식물원을 찾아서 수많은 수목과 대화를 하며 식물원 안을 걸어다니거나 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앉거나 잔디에 누워서 책을 읽곤 하였다. 이 식물원은 필자가 방문한 식물원 가운데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며 동시에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이제 이 식물원에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자.


1828년 7월2일, 시드니 식물원의 큐레이터인 프레저(Charles Fraser)와 동료 영국인 공무원 2명이 브리즈번을 방문하고 정부 농장 예정지역(오늘날의 브리즈번 식물원이 있는 곳)을 둘러 본 뒤 이곳을 뒤덮고 있는 수목들을 잘라내었다. 원래 이 지역은 크라우 애쉬(Crow Ash; Flindersia australis)나무가 무성하고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던 곳이었다. 이곳에 농장이 완성되자 영국에서 브리즈번으로 보내진 죄수들이 감자, 고구마, 호박, 배추,콩 등을 경작하여 브리즈번 지역에 있는 공무원, 주민 그리고 죄수들에 식량을 조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1849년 죄수들이 이곳을 떠난 뒤 이 농장은 정부 소유토지로 남아서 일부 부분만이 시험 농장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던 중 1855년, 식민지 정부는 이곳을 식물원으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스코틀랜드 출신 식물학자인 힐(Walter Hill)을 첫 큐레이터로 임명하였다. 힐은 금광을 찾아서 호주 시드니에 왔으나 힐이 식물학자인 것을 알게 된 식민지 정부는 힐을 브리즈번에 보내 새로운 식물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힐의 임무는 이곳에 주민 휴식공간을 만드는 한편, 호주 원산의 식물과 수입 작물을 심어 식민지(퀸스랜드주) 에 적합한 좋은 종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당시 이곳에 식재된 식물은 망고, 파인애플, 포도, 사과, 사탕수수, 담배, 생강, 커피, 포도 등이었다. 상부로부터 명령과 지시를 받은 것과는 별개로 힐은 후손에게 아름다운 유산을 만들어 남기겠다는 결심을 하고 인생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는 외국을 왕래하는 무역선 선장들에게 부탁하여 외국의 목재수종을 많이 가져와 이곳에 심었다. 이 가운데는 1858년에 중남미에서 가져와서 심은 마호가니(Mahogany;학명 Swietenia mahogani), 타마린드(Tamarind; 학명 Tamarindus indica)와 1862년에 대서양의 카나리 군도에서 가져와 심은 드라곤 추리(Dragon Tree; 학명 Dracaena draco)도 있다. 17ha(약5만6천평) 면적을 가진 이 식물원에 있는 수많은 나무 가운데 드라곤 추리는 아주 특이한 수형을 갖고 있다.


퀸즈랜드 주는 태양이 강하다. 강렬한 태양을 이용하여 퀸즈랜드 주의 광활한 지역에는 19세기에 사탕수수 산업이 활발하였는바 1862년에 대서양의 바베이도스 섬에서 브리즈번 식물원에 온 농장주 부홋(John Buhot)이 힐과 함께 일하며 식물원의 한 구석에서 사탕수수 재배시험에 성공한 뒤 사탕수수는 퀸즈랜드주 전역으로 식재되어 사탕수수 산업이 크게 번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힐이 1881년에 은퇴한 뒤 적당한 후계자가 없어 식물원은 8년간 방치되었다. 그 뒤 식물원은 다시 제대로 관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브리즈번 식물원 한 가운데에는 1867년에 브리즈번 시내에 식수를 공급하는 에노게라(Enogera)댐의 완공을 기념하여 만든 조그만 샘터와 기념물이 있다. 당시 퀸즈랜드의 첫 건축설계사인 티핀(Charles Tiffin)이 설계하고 조각가 페트리(John Petrie)가 만든 이 샘에 1972년, 브리즈번 식물원은 식물원의 기초를 만든 힐을 기념하여 월터힐 샘터(Walter Hill Fountain)라는 이름을 붙였다.


식물원의 정문은 알버트(Albert) 가(街)에 붙어 있는데 이곳에는 힐이 인도에서 가져와서 심은 피그 추리(Fig Tree; 학명 Ficus benghalensis)가 있다. 오늘날 이 나무는 엄청난 크기로 자라서 정문 주위를 가리고 있다. 힐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가 심은 피그추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When these trees attained their full height of 100 feet and with their noble appearance, it will afford that they rightly selected for this position.” 힐의 말대로 그가 이곳에 심은 많은 나무들은 그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이 오늘날이 식물원을 찾아오는 많은 방문객들에게 자연의 푸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8개월 배낭여행 25개국 포함, 9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현재, 동원산업 상임고문.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