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병풍삼아 두른
자연을 병풍삼아 두른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08.31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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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8㎡(59.56평) 진관동 주택
▲ 도로에서 본 주택.

[나무신문] 북한산 둘레길 좁은 개천을 건너 연면적 196.88㎡(59.56평) 규모의 단독주택이 들어섰다. 동쪽으로는 북한산 의상봉이 한눈에 보이고, 남쪽에는 낮은 언덕이 자리한 이곳은 은퇴한 부부의 아늑한 보금자리다. 많은 은퇴자의 로망을 그대로 재현한 집, 진관동 주택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388호부터 3번에 걸쳐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의 단독주택 및 아파트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차례로 소개됩니다. 그 마지막. 

 

▲ 동측면.

은퇴 세대, 전원생활을 꿈꾸다 
최근 30~40대 젊은 부부의 전원주택 이주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원주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50대 이상의 은퇴 세대다. 쳇바퀴처럼 지루하게 돌아가는 일상과 자녀의 뒷바라지에서 벗어나는 나이 50대. 뒤늦게나마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은 은퇴 세대가 한가로이 전원생활을 느낄 수 있는 지역으로 둥지를 옮기는 것이다.

이때 본인의 성향에 따라 전원주택 단지를 선택하거나 단독으로 전원주택을 짓기도 한다. 전원주택 단지의 경우에는 단지 내 주민들끼리 유대감이 형성돼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어 좋고, 단독으로 거주할 경우에는 온전히 본인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 어느 선택을 하건 전원주택 생활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진관동 주택의 건축주는 후자를 택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의 꿈을 갖기 시작한 건축주 부부는 북한산 둘레길 근처에 단독주택 한 채를 계획했다. 가족들의 삶을 담은 공간으로 멀리 있는 자녀들도 자꾸만 방문하고 싶은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 북측면 야경.

튼튼하면서도 견고한 주택을 짓다 
건축구조로는 튼튼하면서도 견고하고, 보다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한 철근콘크리트를 선택했다. 산속에 짓는 주택이었기에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안성맞춤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설계를 맡은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의 류인근 소장은 부지의 위치 특성을 고려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한다. 

“경치는 좋은 반면, 실거주 시 멧돼지 등 동물로부터의 안전성 등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주택 주변에 펜스를 둬 안전에 대비했죠.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1층 창은 최소한의 크기로만 설치했습니다. 과거, 주택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는 건축주의 특별 요청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죠. 단독주택은 방범 등에 취약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하기 때문입니다.”

 

▲ 의상봉과 주택.

주택은 전체적으로 웅장한 느낌이 들도록 계획했다. 박스 형태의 외관은 주 외장재로 석재와 알루미늄 패널,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해 모던한 스타일로 완성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프라이빗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 수 있는 주택을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건축주가 꼼꼼한 성격이어서 설계에만 1년 남짓한 기간이 소요됐죠. 덕분에 모두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만족스러운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 진입로에서 본 주택.

특히 부지 근처에 놓인 단풍나무는 가을이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게 될 정도다. 류 소장은 “건축주 아내의 경우 오랜 도시생활 때문에 처음에는 이주를 반대했다”며 “하지만 빨간 단풍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전원생활을 결심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 북한산이 보이는 2층 테라스.

힐링이 가능한 공간 
류 소장이 공간 설계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남쪽과 동쪽의 공간이 전부 열리는 것’이었다.

▲ 중정.

“단독주택은 주로 채광 확보를 위해 남쪽으로 열리는 공간을 설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진관동 주택의 경우 채광 확보와 경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남쪽과 동쪽을 모두 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건물의 동쪽은 북한산 의상봉을 향해 열려 있되, 남향의 집이어야 했으며, 북쪽으로는 외부 중정 형식의 프라이빗가든이 배치돼야 했죠. 다만 여러 방면으로 노출 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관리가 어려울 수 있어 창의 개수나 공간 구성에 신경 썼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실에는 의상봉이 한눈에 보이는 전면 창을 두고 간단한 티타임 공간과 음향시설을 통해 산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로 꾸몄다. 

현재 진관동 주택은 공간 하나하나가 잘 꾸며져 있어 북한산을 함께 등반하는 지인들의 베이스캠프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중정.

원목의 따스함이 묻어나는 인테리어 
내부 동선은 주로 2층에서 생활하는 노부부에 맞췄다. ‘2층에서 모든 생활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바람을 담아 2층에 보조 주방을 설치해 1층 외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외부 테라스에서 거실과 안방을 연결해 내외부 공간을 확장했다. 

▲ 2층 거실.

“보조 주방이 별도로 배치되는 등 여러 공간을 구성하다 보니 건축주 부부가 단출하게 생활함에도 불구하고 196.88㎡(59.56평) 규모의 큰 주택이 탄생했죠. 유지관리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으나, 편리한 동선 덕분에 손님이 방문할 때 외에는 거의 2층에서 생활이 진행되는 편입니다.”

▲ 2층 테라스.

외부 테라스에서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이점 덕분에 건축주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곳 역시 2층 공간이라고. 

내부는 따스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원목을 선택해 마감했다. 특히 계단과 난간 등에 중점적으로 사용했는데, 여러 차례 목재소를 방문할 정도로 자재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단열은 열 반사 단열재, 단열 몰탈 등을 사용한 꼼꼼한 5중 단열을 통해 쾌적한 환경을 가능케 한 것이 특징이다. 

홍예지 기자
사진 =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  

▲ 보이드를 통해 이어지는 1, 2층 공간
▲ 아래에서 올려다 본 내부 보이드.
▲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공간.
▲ 중정 프레임에 담긴 의상봉.
▲ <다이어그램>
▲ <단면>
▲ <입면>
▲ <단면> 1F PLAN(왼쪽) : 1 Family Room 2 Kitchen 3 Dining Room 4 Bedroom 5 Bathroom 6 Entrance2F PLAN(오른쪽) : 1 Living Room 2 Bedroom 3 Bathroom 4 Terrace 5 Semi-Ki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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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designband YOAP)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 (designband YOAP)는 서울과 파리에서 4명의 파트너가 함께 건축적 상상의 실현과 영역 확장, 그 과정에서의 지속 가능한 즐거움에 대해 고민하는 곳이다. 2013년 이래로 지금까지 방배동 하얀집, 미쉐린 삼성점, 북한산 둘레길주택, 광교 예네하우스, 상수동 The Rock, 광교 Cornerstone 등의 작업을 해왔다.  신현보 소장은 한국(KIRA)과 네덜란드(SBA) 등록건축사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와 네덜란드 TU Delft를 졸업했고, 공간건축과 기오헌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다. 류인근은 호남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김도란은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간건축에서 실무를 쌓은 뒤 스튜디오 쁨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강민희는 프랑스 등록건축사(HMONP)이며, 고려대학교와 Paris Val de Seine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Helene Fricout-Cassignole Architectes DPLG와 Chartier-Dalix Architectes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