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법의 뿌리는 어디인가
목재법의 뿌리는 어디인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8.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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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_BGM:종묘제례악

[나무신문] 나는 8남매, 3남5녀 중 막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팔자에도 없는 제사와 차례를 모시고 있다. 

요즘시대에 막내라고 해서 제사와 차례를 모시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어릴 때부터 막내라는 프리미엄으로 각종 집안 대소사에서 열외라는 특혜를 누리고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팔자에도 없는’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큰형님이 돌아가시고 제사와 차례는 큰 조카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 조카가 이혼을 한 것이다. 둘째 형은 아직 장가도 못가고 ‘변변한 사람구실’도 못 하고 있으니, 자연히 제사와 차례는 내 차례가 된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편은 ‘하우스 제공’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제사 음식을 우리집에서 차리면, 조카가 시골에서 올라와 지방 쓰고 제사를 모시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조카가 여전히 제사와 차례를 모시고 있는 셈이다. 

이 방법을 생각해 낸 나는 처음 조카에게 의사를 물었고, 다음으로 집사람에게 ‘허락’을 구했다. 이후 형과 누나들, 사촌 형제들, 당숙 어른들에게 일일이 이 사실을 고하고 양해를 얻었다.

큰조카가 새장가를 가기 전까지라는 단서가 붙은 이 시스템은 또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상에 올리는 음식을 최대한 간소화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집사람의 허락’을 구하는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지만, 이는 제사 음식에 대한 나의 평소 소신이기도 하다. 

간소화의 기준은 간단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먹지 않는 음식은 상에도 올리지 않는 것. 그래서 ‘하우스’에서 차리는 제사상에는 ‘요강사탕’ 같은 것이 올라가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카롱이나 알록달록한 각종 젤리 같은 게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름도 알 수 없는 몇몇 ‘필수 제사음식’들도 빠진지 오래고, 요즘 입맛에 맞는 요리법으로 개량된 음식들도 몇 있다.

이 무슨 법도에도 없는 짓거리냐고 호통을 당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자기들도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을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야 말로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또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축제가 아닌 고통을 준다면 그건 이미 풍습이 아니라 악습이라고 해야 한다.

모인 형제와 조카들이 제사음식을 깔끔히 먹고 마시고 돌아가는 것으로 봐서는 ‘하우스’는 매우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가는 것 같다.

먹고 마셨으니,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목재법 얘기를 해야겠다. 내가 볼 때 우리 목재법은 그 뿌리를 북미나 유럽, 일본 등 임업 및 목재산업 선진국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목재법을 따라야 하는 우리 목재산업의 수준은 그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끼니 걱정하고 있는 소작농에게 종묘제례 수준의 ‘법도’를 요구하고 있는 게 지금의 목재법이 아닌지 산림청은 생각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