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관세가 합판생산업계에 오히려 독?
반덤핑관세가 합판생산업계에 오히려 독?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8.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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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적들만 강하게 만들어”…“관세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의 경쟁력 키워야”

[나무신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최근 중국산 침엽수 합판에 3.4~5.9%의 반덤핑관세 부과 예비판정으로 내린 가운데, 이와 같은 수입합판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가 우리나라 합판생산 산업에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이와 같은 분석이 합판 수입업계를 중심으로 나온 시나리오지만 생산 업계에서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다.

한편 무역위의 반덤핑관세 부과 예비판정의 불씨는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산 활엽수 합판에 최고 27%가 넘는 반덤핑관세가 부과되자, 수입업체들은 갑판(합판 표면)에 침엽수를 붙여서 들여오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생산업계에서는 ‘용도가 같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이 침엽수 합판에 대해서도 반덤핑관세 부과를 요구했고, 반대로 수입업계에서는 ‘엄연히 다른 제품’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현재 국내 합판제조사는 선창산업, 성창기업, 이건산업, 동일산업, 신광산업 등이 있다.

일단 무역위에서 생산업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반덤핑관세 부과가 우리나라 합판 생산업 보호를 위한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합판 수입국은 인도네시아를 거쳐 말레이시아, 중국을 지나 이제는 베트남으로 옮겨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88서울올림픽 개최로 합판 수요가 폭증하자 당시 정부는 50% 대의 관세를 20% 대로 낮추어 길을 열었다.

인도네시아 합판은 우리나라의 유휴설비와 기술자들이 대거 넘어가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우리와 인도네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후 90년대 초 발생한 합판파동과 함께 우리의 주요 합판 수입국은 말레이시아로 옮겨가게 된다. 말레이시아의 합판 생산 역시 우리 기술이 기초가 된 인도네시아 합판생산 인프라가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중국부터다. 중국에서 우리가 합판을 수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90년대 중후반에 있었던 말레이시아 합판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에 있다는 것. 말레이시아 합판 반덤핑관세 이후 포장용 저급 합판으로 시작된 중국 합판 수입은 현재 우리 합판 수입의 주력으로 성장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침엽수 합판 역시 2013년 반덤핑관세 부과가 중국의 신제품 개발 경쟁력으로 이어진 결과라는 목소리다. 특히 중국 합판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 이후 포장용 저급합판 수입량의 90% 이상이 베트남 산이 차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집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저급 포장용 합판 생산을 시작으로 차츰차츰 기술력을 확보해 지금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강국으로 성장한 것처럼, 지금 베트남이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면서 “이는 반덤핑관세 부과가 우리 생산업계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쟁자들만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덤핑관세가 적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인 셈”이라며 “베트남 다음으로는 캄보디아도 있고 미얀마도 있다. 국내 생산업계는 관세에 기대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