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둘 가옥
허삼둘 가옥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8.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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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석환의 한국전통건축탐방 11 - 한국의 名家 11/14 | 금천리 윤씨 고가 중요민속자료 제207호
▲ 안마당쪽 부엌 출입문
▲ 한재 터·울건축 김석환 대표

[나무신문 | 한재 터·울건축 김석환 대표] 입지와 배치 
함양군 안의면 금천리에 있는 일명 허삼둘 가옥은 기백산을 뒤로하고, 덕유산의 지맥을 따른 진수산에 형성된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데, 영남지역 상류주택으로서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는 집으로 전통가옥 중 가옥 명칭에 부인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 가옥 앞에는 함양, 산청, 진주를 거쳐 사천 앞바다의 남해로 빠져 나가는 남강이 흐르고 있는데, 장안산 줄기인 천황봉과 덕유산 줄기인 황석산(1190) 사이에 형성된 유명한 하림동 계곡이 이 가옥으로부터 3km 상류에 위치해 있어 주변이 탈속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띤다.


이 가옥이 소재한 안의면은 함양과 거창 사이에 있다. 거리상으로는 거창에 가깝지만 행정구역의 소재지는 함양이다. 함양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의 큰 산세 사이에 분지를 이루고 있다.

 

▲ 안채의 안마당쪽 출입 통로 부분

연혁
이 마을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쇠부리’ 라고 부른다. 마을 앞으로는 내가 흐르고 있어 배산임수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허삼둘 고가는 약 70여 년 전 윤대홍이 진양 갑부인 허씨 문중에 장가를 들어 부인 허삼둘과 함께 지은 집이다.


이 가옥은 2004년에 화재가 나서 일부가 불에 타고 말았다. 사랑채와 안채는 불에 탄 흔적이 그대로이고 담장은 무너져 내렸다. 그 즈음에 안의면에서는 정자를 비롯한 몇 채의 한옥에 불이 났는데 아마도 의도적인 방화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뒤 문화재청에서는 이 가옥을 사서 보수하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가 다행히 함양군에서 복원에 착수해 최근 안채가 먼저 완성됐다. 

 

▲ 부엌 내부

가옥의 명칭 및 구조와 특성
남향인 ㄱ자형 안채와 一자형 안행랑채, 동향한 T자형 사랑채와  一자형 바깥행랑채 및 一자형 곳간채, 그리고 문간채로 구성돼 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우측 앞으로 행랑채가 있고 그 옆에 ㄱ자로 구성된 사랑채가 나란히 서 있다. 사랑채 앞은 넓은 공지로 돼 있는데 초창기에는 원림이 조성됐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집은  모서리가 접힌 ㄱ자형 안채와 T자형 사랑채 등 가옥 구조가 매우 특이하게 돼 있으며, 가옥 이름을 부인 이름으로 붙인 이유를 말해주듯 특히 안주인 공간이 당당하게 갖춰져 있다.


안채는 ㄱ자 평면에 남측은 정면 3칸, 동측은 정면 4칸으로 돼 있다. 측면은 각기 퇴칸을 포함해 3칸으로 돼 있는데 평면상에서 볼 때 바깥쪽 ㄱ자 돌출 모서리 부분이 면접이 돼 있고 안측 꺾임 부분은 통로가 설치돼 매우 특이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는 동선과 레벨의 활용을 잘 보여주는데 통로 부분을 마루보다 낮게 하여 마당쪽 모서리에서 부엌으로 들어가게 돼 있고 그 통로 바닥에도 마루널을 깔아서 통로와 마루의 기능이 복합되게 하고 방과의 연계가 편리하도록 했다. 부엌 입구에는 판자 여닫이문을 꾸몄는데 그 또한 이 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동측 몸채는 가운데 대청을 두고 좌우에 두칸 방을 두었고 남측 몸채는 두칸 방과 한칸 방이 연접해 있으며 각각의 방 내부는 문짝을 가변적으로 설치해 분할해 쓸 수 있게 돼 있다. 그리고 안쪽 마당쪽에는 건물 전체에 퇴칸을 둘러 출입이 쉽게 했다.

▲ 안채와 주변 마당

부엌은 건물 모서리의 꺾인 부분이 접혀 오각형의 구조로 넓게 돼 있으며, 부엌 바닥이 낮아 서까래가 노출된 천정 높이가 높아 시원스런 느낌이 든다. 부엌 양단의 방에 면한 벽 상부에는 벽장을 설치했고 부엌 외측 판벽에는 X자로 교살을 댄 창을 내었는데 그로 인해 외관도 특별해 보인다. 이 집은 이처럼 갖가지 특이한 구성 요소에 의해 독특한 외관과 맵시를 형성하고 있다.

 

안채 대청은 이중으로 꾸며 가운데 문짝을 달아 구획한 다음 뒤로 다시 마루를 놓았다. 이는 외풍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간막이로 대청을 구분함으로써 여름이면 그늘 공간에서 쉴 수 있고 겨울철엔 따뜻한 햇살을 받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옥의 안채는 가구 구조 또한 특별하다. 건물의 용마루 위치가 건물 중심보다 안마당 쪽으로 나와 있어 안채의 바깥측 지붕이 안측보다 길게 돼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건물 외관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기단은 자연석 기단에 막돌 주초를 놓고 각기둥을 세웠으며 납도리에 5량가로 형성돼 있는데, 마당측 두 칸 부분에 3량가를 대칭적으로 형성하고 바깥측 한 칸에 2량을 더 두어서 전체적으로 5량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3량가 부분은 덧서까래를 써서 종보를 바치고 있는 점이 또한 특이하다.       

▲ 안채 마당

사랑채 평면은 전후면에 퇴가 있는 동측 5칸과 북측 4칸이 T자 형태로 결합된 모습으로, 동쪽 정면에서 보면 7칸으로 돼 있는데, 가운데 두칸에 대청을 들이고 좌측에는 두 개의 한칸 방과 부엌을 연이어 두었으며, 우측 두 칸은 앞으로 돌출해 누기둥을 높이 설치하고 그 위에 난간을 둘러 정자와 같은 누마루로 꾸며 놓았다. 그리고 기단은 막돌로 쌓은 기단 위에 자연석 주초를 놓고 원기둥과 각기둥을 섞어 쓰고 굴도리를 사용했으며 5량가에 소로 수장으로 돼 있고 팔작지붕에 활주가 추녀를 받치고 있는데 안채에 비해 외관이 매우 단정해 보인다. 누마루에 달린 창호는 남쪽과 동쪽면과 북쪽면의 모양이 다르게 돼 있는데 북측면 창호는 중간 부분이 빗살로 돼 있다.   


안채, 사랑채 및 곳간채와 함께 안마당을 감싸고 있는 안행랑채는 정면 측면 1칸 집으로 왼쪽으로부터 1칸의 마루방 2개와 1칸의 온돌방 2개, 그리고 중문과 1개의 헛간으로 구성돼 있다. 

 

▲ 공사 중인 사랑채

이 집은 주위에 너른 마당을 갖고 있지만 영역 구분이 없어 영역성이 덜하며 그냥 너른 살림 마당으로 느껴진다. 사랑채 밖에도 그 앞까지 밭농사를 짓고 있어서 양반 가옥으로서의 체취는 크지 않다.

 

허삼둘 가옥은 전통적인 양반가옥을 20세기 초 변화된 시대상황에 알맞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집으로, 그 같은 여러 가지 독특한 점으로 인해 중요민속자료 제207호로 지정됐다.

 

김석환  한재 터·울건축 대표. 1994년부터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삼육대, 광주대 건축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 초대작가 및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한민국 건축제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 K씨주택, 목마도서관 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