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응수 대목장이 말하는 좋은 나무
신응수 대목장이 말하는 좋은 나무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8.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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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木匠의 세계 14
▲ 거북등무늬 나무껍질을 가진 좋은 소나무

[나무신문 | 수원화성박물관] 신응수 대목장은 평생을 궁궐건축의 수리복원에 종사해왔다. 사찰이나 일반 한옥은 소나무 이외에 느티나무, 잣나무, 참나무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궁궐건축에서는 우리나라 산에서 성장한 수령 150년 이상의 질 좋은 소나무만을 고집한다. 궁궐목수가 손꼽는 최고의 소나무는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태백산맥을 따라 자생하는 적송赤松이다. 높은 바위산에서 자란 적송은 송진이 많아 튼실할 뿐만 아니라 추운 곳에서 생장했기 때문에 나이테가 균일하다. 좋은 적송을 찾기 위해 수천 번 산을 오르내린 결과 다음과 같은 안목이 생겼다.


▷ 가지가 아래로 쳐진 소나무 : 다 자란 소나무는 위로 뻗어 올라가는 생장을 멈추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아래로 쳐진다. 나뭇가지의 모양을 보고 수령을 짐작할 수 있다.
▷ 껍질에서 붉은 빛이 도는 소나무 : 껍질이 검은 소나무를 켜보면 나무색이 흰빛에 가깝고 껍질이 붉은 색을 띠는 소나무는 노란 주황빛이 난다.
▷ 옹이가 검은 빛이 도는 소나무 : 적송의 옹이는 진한 검붉은 색을 띠고 일반 소나무는 옅은 분홍색을 띤다. 옹이가 검은 빛이 도는 소나무가 좋은 목재이다.
▷ 나무껍질이 거북등무늬처럼 갈라져 있는 소나무 : 나무껍질이 상하로 긴 것보다는 거북등무늬처럼 갈라져 있는 소나무가 좋은 목재이다.

 

▲ 벌목된 소나무

신응수 대목장이 말하는 소나무를 쓰는 방법
산에서 좋은 소나무를 찾았다고 해서 좋은 목재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벌목시기와 보관 방법, 사용기술에 따라 건축물로서 나무의 수명이 달라진다. 훌륭한 대목장은 나무의 성질에 따라 적절한 쓰임새를 알아내고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나무에 관한 여러 가지 구전에는 대목장의 지혜가 담겨 있다.

 

① 나무에서 물이 내릴 때를 기다려라
여름에 베어 낸 나무는 습기가 많아 벌레가 생기고 파랗게 청이 들기 쉽다. 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는 잡목과 풀이 우거져 있어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기 어렵다. 벌목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처서處暑가 지난 가을이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떨어진 나무는 수분도 함께 줄어드는데 이를 ‘나무에서 물이 내린다’라고 표현한다.


② 소나무를 베고 그루터기에 앉으면 안된다
큰 나무를 베기 전 산신에게 고사를 지낸다. 산신의 보호아래 있었던 나무를 취하게 됨을 사죄드리고 사고 없이 벌목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식이다. ‘그루터기에 앉으면 안된다’는 말은 항상 경건한 마음을 잃지 않고 경계해야 함을 강조한 표현이다.
 

③ 아이 재우듯 나무를 말려라
벌목한 나무는 대략 3년 이상의 건조기간을 갖는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나무를 사용하면 비틀어지고 갈라지는 변형이 발생하기에 탈피한 원목은 응달에서 천천히 건조한다. 나무의 성질을 거스르지 않고 건조시키는 일에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 재우 듯’ 조심스럽게 나무를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 광화문 사래목
▲ 광화문 추녀목

④ 나무의 상하를 구분하라
벌목하기 전 서있는 나무의 위쪽을 ‘말구’라고 부르고 아래쪽을 ‘벌구’라 부른다. 벌구쪽의 목질이 더 단단하기 때문에 벌목 후에는 나무의 상하를 표기하고 벌구쪽이 아래로 오도록 기둥을 세운다. 반면 보, 도리, 창방, 장여 등의 부재는 말구쪽을 건물의 정면이나 안쪽으로 향하도록 한다. 이는 위쪽으로 솟는 목재의 기운을 집안으로 모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⑤ 나무의 굽이를 살펴 사용하라
나무가 자라난 모양 그대로 성질 그대로를 살려 쓰는 것이 전통건축의 방식이다. 직재直材는 나이테가 원목 중심에 있지만 곡재曲材는 나이테가 한쪽 방향으로 몰려 있다. 창방, 도리, 대들보, 종량에 쓰이는 나무는 나이테가 좁은 쪽을 아래로 향하게 둔다. 반면 추녀, 사례, 서까래, 평고대, 부연 등은 나이테가 좁은 쪽을 위로 둔다. 완성 후 모습을 보면 대들보는 가운데가 위쪽으로 휘어져 올라간 모양새가 되고 추녀는 가운데가 휘어져 내려간 모양을 띤다. 나무의 성질을 거스르지 않고 사용해야 건축물의 수명도 오래가고 보다 아름다운 곡선을 갖출 수 있다. 적당하게 휘어진 목재는 추녀의 곡선을 아름답게 살려준다.
자료제공 _ 수원화성박물관(담당 학예팀 오선화 031.228.4209) 
에디터 _ 박광윤 기자